'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
지난주 막을 내렸습니다.
수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쓰다듬어준 드라마였기에
보내는 마음이 꽤나 아쉽더군요.
25년이라는 시간을 회사에 녹여낸 김 부장의 삶은
어쩌면 소나기 같았을 겁니다.
우산도 준비하지 못한 채
그저 맞고 버티는 수밖에 없던 날들.
그러나 마지막 회에서
‘서울 자가’, ‘대기업’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모두 떼어내고
그저 김낙수라는 한 사람으로 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자아와 행복을 찾는 듯 보였으니까요.
결국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데,
왜 우리는 늘 시련과 고통을 지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걸까요.
드라마는 허구였지만
보는 내내 나의 지난 시간을 겹쳐 보게 되었습니다.
김 부장은 회사 임원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버텨냈습니다.
그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던 거죠.
아마 그도 이렇게 믿었을 겁니다.
“회사가 나를 지켜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회사는
그를 책임져주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오래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두 번의 정리해고를 겪으며
뼈로 새겼던 진실이니까요.
회사는 끝까지 개인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부장이 퇴사 후 했던 일들을
직장 다니면서 미리 해놨다면 어땠을까?”
형과 협업해 새로운 일을 도모했더라면?
송 과장과 부동산 공부를 해
공실 걱정 없는 상가를 매수했더라면?
월급의 전부를 자녀교육에 쓰지 않고
나 자신의 노후를 위해
배당주로 현금흐름을 만들었더라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활용해
55세 이후의 삶을 계획했더라면?
직장생활 25년의 인사이트를
퇴사 전에 차곡차곡 글로 묶어냈더라면?
아마 그의 삶은 조금은 달라졌을 겁니다.
김 부장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준비하려 합니다.
퇴사하는 날,
동료들에게 하이파이브를 받으며
서로의 앞길을 응원하는
그런 퇴사를 하고 싶습니다.
좋은 퇴사의 선례를 남기는 것.
그게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출근길 통근버스 안에서
이 글을 씁니다.
긴 회사생활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멋진 퇴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