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입사동기와 함께 신입사원으로 출근 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는 같은 날 입사했지만, 각자 다른 팀으로 흩어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적응이 시작됐다.
내가 속한 팀은 아직 기획 단계에 있어 비교적 한가했다.
반면, 나머지 두 명은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은 점점 많아졌다.
‘나이가 내가 제일 많은데, 나만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나도 빨리 바빠지고 싶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리에 앉아 걱정만 하며 보낸 신입사원시절이었다.
그때 처음 느껴본 감정은 분명 불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낯설고 불편한 감정으로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며 경력이 쌓였다. 경험도 늘었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누구나 아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일했고,
다섯번의 이직을 했으며 상위 1%연봉이라는 평가도 받아봤다.
40대 초반에 다시 대기업에 입사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이상 불안해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이력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회사에서 느끼는 불안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분명 더 잘하고 있었고 겉으로 보기엔 잘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늘 남아 있었다.
그 불안은 연차가 쌓일수록 사라지기 보다 다른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1년 차에는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불안했고,
2년 차에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 때문에 불안했다.
5년 차에는 남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뒤쳐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10년 차에는 이직하는 동료들을 보며 나도 떠나야 한다건 아닐까 불안해졌다.
그리고 22년 차인 지금, 회사에서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늘 곁에 있다.
두 번의 정리해고를 겪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있던
어느날 우연히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글을 읽게 되었다.
“불안을 없애려 애쓰지 말고,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시선을 돌려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몇천 년 전의 철학자가 마치 나에게 직접 조언을 건네는 것 같았다.
불안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면 더이상 없애거나 극복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 불안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디를 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절실하게 움직였던 순간들은 늘 같았다.
이직을 앞두었을 때,
진급이 걸려 있었을 때,
해고의 문턱에 서 있었을 때,
늘 불안이 극에 달했 있던 순간들이었다.
불안했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지 못했고 조금 더 준비했고,
조금 더 치열해졌다.
불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성장의 연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연차마다 달라졌던 불안, 상황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던 불안이
어떻게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왜 직장인의 불안은 특별한지
따라가 보려 한다.
불안은 결코 사소한 감정도, 부끄러워해야 할 감정도 아니다.
불안은 약한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감정이다.
이 브런치북에서는 22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며 마주해온 다양한 불안의 얼굴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