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불안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대기업에 입사했다.
두달 간의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처음 현업 부서에 배치되던 날, 마치 군대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던 날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교육을 함께 받은 동기 두 명도 같은 부서에 배치됐다. 휴대전화의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부서였다.
한 부서 내에 여러 개발팀이 있었고 우리 셋은 각자 다른 개발팀으로 흩어졌다. 그 순간부터 우리의 운명은 각자 다르게 흘러갔다. 입사 동기 한 명은 개발이 한창인 팀에 배치됐다. 바로 실무에 투입됐고, 그는 늘 활기차고 바빠보였다. 회의실에서, 복도에서, 여기저기 자주 불려다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반면 내가 배치된 팀은 기획 단계였다. 실무는 없었고, 회의가 많았다. 회식만 더 많았다.
동기는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점점 늘어나는데 내가 속한 팀의 개발은 진전이 없었다. 하루가 끝나고 책상에 앉아 ‘오늘 나는 뭘 배웠지?’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나만 뒤쳐진다는 불안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우리 팀도 실무를 시작했다.
“민주임님, 내일 보드 제작해야 하는데 부품리스트 등록 좀 미리 해 주세요..”
“아~ 저는 아직 해본적이 없는데 금방 배워서 해보겠습니다.”
“아직도 그 업무를 안해보셨다고요? 옆팀, 김사원은 할 줄 알던데, 김사원에게 요청해둘께요”
늘 그런 식으로 일이 흘러갔다. 입사 후 속했던 팀이 달랐을 뿐인데, 조직에서는 동기와 나를 계속 비교했다. 어느 순간 ‘나는 동기보다 못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되었다.
회식자리에서 친한 선배에게 푸념하듯 말했다.
“선배,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걸까요?
다른 사원들과 비교하면 왜 이렇게 작아 보이고, 할줄 아는게 없는거죠?”
“사람들이 누구랑 비교하는데?”
“입사했을 때는 김사원이랑 비교하더니, 지금은 윤주임님하고 비교해요.”
“다른 사람들이 민주임이 무슨일 하는지 알고 비교하는 건가?
내가 질문하나 할께. 무선감도 테스트 할 때 노이즈 신호가 나오면 어떻하지?”
“무시하고 제 신호만 잡아서 테스트해요”
“바로 그거야. 주변 이야기는 다 노이즈와 같은거야. 나에게 쓸데없는 신호라고.
괜히 남들과 비교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민주임이 할 수 있는 거를 해. 그러면 되는거야.”
“제가 할 수 있는거요?”
“응, 내가 보기에 민주임이 할 수 있는게 많아.그러니 일하면서 잘 찾아봐”
선배와의 대화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선배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면, 결과를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 메일로 공유했다.
회로도 검토할 때 누구보다 꼼꼼하게 체크했다. 테스트를 하러 갈땐 자원했고, 통화 성능 개선을 위해 야근과 주말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서 하기 시작하니 더이상 다른 직원들과 비교당하지 않았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해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보고서 작성이 쉬웠어. 정리만큼음 민주임이 잘하는거 같아”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렇다고? 이대로 발주나갔으면 사고날뻔 했네.
역시 전공자는 달라.”
남들과의 비교로 인해 대기업에 입사하고도 기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