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년차의 불안은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by 민수석


입사 3년차는 애매한 시기다.
신입사원 티는 벗었지만, 그렇다고 독립적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조직은 이 개인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않는다. 회사는 나에게 “이제는 익숙해졌겠지”라는 판단과 함께 일은 빠르게 늘어난다. 일이 늘어나면 책임도 따라온다. 문제는 그 책임의 무게가 개인의 경력보다 커진다는 점이다.

내가 이런 입사 3년차를 맞이했을 때 일이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업무분장 후 그 당시 팀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주임, 잘할 수 있지? 민주임만 믿어.”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날 왜 믿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업무 관련 전공자라는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때 내가 맡았던 업무는 휴대전화의 통화 품질을 개선하는 일, 정확히는 안테나 개발이었다.
휴대전화가 얇아지고 디자인이 예뻐질수록 안테나 성능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안테나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회의가 반복됐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상품기획, 마케팅, 기구, 소프트웨어 팀까지 여러 부서와 협업하며 수많은 의사결정을 팀을 대표해 이끌어내야 했다. 이런 업무는 보통 10년차 이상의 직원이 담당한다. 경력이 없으면 협의과정에서 배제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입사 3년차였던 나의 의견은 회의에서 쉽게 묻혔다. 밤을 새워 근거 자료를 만들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임원 보고까지 내가 직접 들어가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일의 책임은 점점 나에게 쏠렸다. 팀장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잘될거야”란 무책임한 말 뿐이었다.


나 때문에 출시 일정이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의 나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저 나의 능력 부족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불안을 노력으로 때우려고만 했다. 밤새 실험실을 지키고, 더 많은 자료를 만들면 이 불안이 사라질 거라 믿었다. 밤새 아등바등대고 있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다른팀 직원이 나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 직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안테나 성능에 대한 규격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 때 그 직원이 나에게 해줬던 말이 기억난다.
“할 수 없는 일을 맡았을 때 못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능력이야.”


돌아보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책임까지 끌어안으려 했다. 그러지 말고 통제할 수 있는 부분만 책임져야 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저는 아직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이건 책임 회피가 아니다. 직급에 맞는 역할에 대해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과한 업무가 주어진 상황에서 나의 책임이 아닌데 모두 나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모두 각자의 일을 하느라 분주한데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의 책임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 지어야 한다. 이것은 내가 무능력한 것도, 무책임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입사 3년차의 불안을 다르게 해석한다.
그 불안은 내가 부족해서 생긴 감정이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조직은 언제나 개인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책임을 던진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버티는 힘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말하는 용기다.


입사 3년차는 더 잘해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나의 책임인지 배워가는 시기다.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일이 정말 나의 몫인지, 아니면 아직 내가 서지 않아도 될 자리에 올라서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