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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쓰기

몰입, 좋아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방법

by 민수석

글을 쓸 때, 많은 사람들은 집중이 잘되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 의외로 출근길 버스에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집중이 잘 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1. 아침 시간의 상쾌함 덕분에 뇌가 맑은 상태입니다.

2. 출근길처럼 ‘버리는 시간’이라고 여겨지는 순간에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3. 취침 전과 기상 후에 떠오른 생각들이 글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오늘도 버스에서 글을 쓰다 정신을 차려보니 두 정거장을 지나버렸더군요.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반대편으로 건너가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지만, 아까 쓰던 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가 제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결국, 급하게 "잠깐만요! 내려요!"를 외치며 간신히 내릴 수 있었죠.


황농문 교수님의 책 『몰입』에서는 몰입이란 정신적 에너지를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여 시간 감각과 주변 환경을 잊는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이처럼 시간과 주변을 잊을 만큼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은, 우리가 그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또,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마치 연극 무대의 핀 조명을 받은 것처럼 주변이 사라지고, 오롯이 그 사람에게만 집중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일 것입니다.


반대로 시간이 느리게만 가는 일이나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근무시간이나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그렇겠죠.

하지만 관심사와 삶의 방향성이 같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면,

밤새 대화를 이어가도 시간이 짧게 느껴질 겁니다.


몰입은 단순히 집중의 상태를 넘어, 우리가 무엇을 진정 좋아하고,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힌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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