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좀 고쳐주세요.
'시험이 끝났다. 논문 시즌도 끝났다. 브런치에 쌓아두었던 drafts를 정리하면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 브런치의 '기능'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많이 사라졌나 봅니다. 최근에 미세먼지 뉴스를 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화창한 날씨에 글을 쓴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글쓰기 좋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브런치에서 말이죠.
구글 같은 검색 서비스를 통해서 들어오셨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지금 보고 계신 이 서비스가 바로 브런치입니다. (카카오에서 만들었습니다.)
브런치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서비스이지만 생각보다 자주 불편한 것들이 많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어떤 기능은 필수적이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쌓아둔 drafts를 정리하기 전에 한 번은 짚고 가야겠습니다. 브런치에서 가장 불편한 것들 뭐가 있을까요?
여러분께서는 이미 작성한 글을 몇 번이나 수정하시나요?
저는 꽤나 많이 수정하는 편입니다. 하루하루 지나가며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틀렸다고 깨닫는 경우도 있고, 지나간 글에 틀린 맞춤법을 발견하고, 크게 의미 없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렇습니다.
브런치는 특히 수정이 귀찮은 편집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에서 상단의 수정을 누르면 페이지 전체를 다시 그립니다. 그리고 가장 위로 올라와 버리죠.
짧은 글이라면 상관없지만 긴 글을 쓰기 좋은 플랫폼에서 수정을 눌렀을 때 맨 앞으로 간다니. 너무 불편합니다.
다시 처음부터 글을 훑으며 위치를 찾아야 하니까요.
하루 종일 포토샵으로 디자인 과제를 하다가 갑자기 포토샵이 꺼진다면?
프로그램을 다시 실행하면서 기도를 시작합니다. 제발 저장이 되어있기를 바란다고요.
그리고 저장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그 안도감.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분명히 내가 저장을 눌렀는데도 저장이 반영되지 않고 컴퓨터가 자의적으로 저장하기 전의 내용을 보여준다면? 그때의 분노도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확신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작가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거라는 걸.
브런치의 자동 저장 기능은 문제가 있습니다. 작가가 저장을 눌렀음에도 그 전 버전의 글을 보여줍니다.
파일 저장하는 것도 아니고 문자열을 저장하는 것이 버전 관리가 어려운 것일까요?
수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미디엄에서 넘어온 작가입니다. 초기의 미디엄과 달리 지금은 스타 작가들이나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지만 그것은 여전히 본받을만한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미디엄은 특이하게도 TK라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별거 없습니다. 글을 쓰다가 중간에 자리를 비웠을 때 다시 돌아와서 써야 할 부분을 알려주는 To-do 기능입니다.
https://help.medium.com/hc/en-us/articles/214937928-TK-reminders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삽입하지 않은 정보를 알려주는 부분인데요. TK는 to come의 약자로서 와야 하는 것들을 작가가 지정해주는 기능입니다.
맨 앞에 TK라고 쓰기만 하면 표시가 붙으면서 적용이 되죠.
4번에서도 다시 말하겠지만 미디엄은 draft를 작성하는 작가에게 매우 불친절한 플랫폼입니다.
글을 예쁘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기 편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죠?
클래스를 열었는데 전부 의미 없는 변수에... 주석도 하나도 없고... 이거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이해합니다. 프로그래밍에서 이용되는 기능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코드의 일련과정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순서나 참조해와야 할 것들 등 여러 코드가 잘 작동되도록 만들어야 하죠.
그중에서 유용한 것이 바로 '주석 - comments'라는 기능입니다.
프로그래밍에서는 주석처리를 한 문구는 컴퓨터가 실행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글을 작성하거나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줄이죠.
브런치에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누구나 구조를 먼저 잡고 시작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서론, 본론, 결론>을 직접 적어두고 발행하기 전에 모두 지워야 합니다.
불편합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하는 것들 중에 가장 불편합니다. 다른 것보다 주석 기능을 가장 먼저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글의 구조를 잡고, 어떤 사진을 넣어야 하고,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계속 남아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게 되고, 주소 혹은 도착지로 가는 길을 외울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예전보다 뇌를 덜 쓰게 되는 것일까요?
뇌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다량의 정보와 그것을 편집하는 쪽으로 뇌가 발달하기 때문인데요.
편집은 창조의 과정으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둔 것을 잘 사용하고, 편집하여 내 것으로 만들며 새로운 것들이 창조되는 것이죠.
글쓰기야 말로 편집 능력이 가장 중요한 행위입니다. 그것이 내가 쓴 글이든 타인이 쓴 글이든 말이죠.
브런치는 다양한 문장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습니다. 가령 첫 번째 문장과 다섯 번째 문장을 지우고 싶으면 각각 따로따로 지워야 합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파일을 지우는데 ctrl 없이 하나하나 지워야 한다면? 아이콘을 정리하는 것이 중노동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각각 다른 위치에 있는 문장을 동시에 취사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다시 프로그래밍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오른쪽 아래 미니맵을 지원하는 에디터들이 많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사진으로 설명드리자면,
이렇게 생긴 것입니다. 글 전체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내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를 한 번에 알 수 있죠.
브런치에서는 저것과 달리 제가 적어둔 주석이 진하게 표기되거나 굵은 실선 같은 것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글의 전체 분량이 얼마 정도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포토샵, 한글, 워드, 파워포인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편집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바로 웹에서 복사한 이미지를 바로 붙여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복사는 페이스북, 구글 모든 곳에서 지원합니다.
오른쪽 클릭하면 나오는 <이미지 복사>. 사용해보신 적 없다고요? 이미지 복사는 Ctrl + C를 누르면 자동으로 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Ctrl + V를 누르면 알아서 이미지가 들어가죠.
아직까지 브런치는 내가 업로드하고 싶은 사진을 로컬(내 컴퓨터)에 다운로드하여서 직접 업로드해야 합니다.
(*1)
이미지 복사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 바로 위에서 *1을 보셨나요?
제가 따로 설명하기 위해서 미주를 단 것인데요.
미주는 문서 가장 끝에 한꺼번에 보여주는 각주입니다.
브런치는 미주 기능을 따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일일이 달거나 보기 좋지 않게 써야 하죠.
각주, 미주 기능. 해주실 거죠?
저는 아이패드 프로 유저입니다.
글을 쓸 때도, 글을 읽을 때도 아이패드를 자주 이용하곤 합니다.
제 아이패드는 가로 모드를 지원하는 케이스에 끼워져 있는데, 이 케이스로는 브런치를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브런치가 가로모드를 호환하지 않기 때문이죠.
모바일 디바이스의 방향을 돌려서 글을 읽고 싶을 때 브런치가 호환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을 앞둔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목차를 기대합니다.
목차를 통해서 글의 내용을 미리 전달하고, 구조를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맨 앞에 목차를 제공하고, 목차의 챕터를 클릭하면 해당 글의 내용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맞춤법 검사, 모바일 미리보기, 카카오톡에 노출, 구글 검색 결과 반영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유저의 입장에서 불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브런치는 아직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식 버전이 아니며 아직 발전하고 있는 미완성 플랫폼입니다.
그래도 작가로서 불편한 것들을 적고, 개선사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적어 봤습니다.
저는 이 글을 브런치 고객센터에 보낼 예정이고 꼭 반영이 되면 좋겠네요.
이상 브런치에 원하는 기능들이었습니다.
*1. 다행히도 브런치에서는 바탕화면에서 드래그 앤 드롭으로 사진을 첨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