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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Jul 14. 2017

잊을 수 없는 전 여자친구의 칭찬들

그냥 생각이 나서, 연애에 대하여.

새벽 5시.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칭찬이 떠올랐다.
그것도 전 여자친구가 내게 했던 칭찬들.

그녀는 나에게 의도적으로 칭찬한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을까.
혹은 내가 헤어진 이후로도 그 칭찬을 기억할 줄 알고 말한 것이었을까.

생각이 났다. 그녀가 내게 해 준 모든 칭찬들이.
그리고 깨달았다.

그런 것들은 기억 속 깊게 박힌다는 것을.






0. 여는 글, 칭찬에 대하여


살다 보면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종종 기억난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만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새벽 5시.

갑자기 전 여자친구가 생각났다.


나는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너무 사랑했지만 내가 부족한 나머지 그것을 온전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일이 바빠 여유가 없었고,

그녀가 해외에 있을 때 나는 밤을 새서 통화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나는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렇게 실천하지 못했다.


지금은 다시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고, 잡히지도 않는 그녀가 왜 갑자기 떠올랐을까.


소중하게 여겼던 연애를 떠나보낸 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많이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면서,

지나고 보니 나를 존재하게 했던 것은 칭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남자친구로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겠다고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던 것들은 모두 칭찬이었다.





1. "오빠 손이 왜 이렇게 따뜻해?"

일상 속의 칭찬



겨울이었다.

정확한 시기는 떠오르지 않지만 '따뜻해?'라는 단어가 기억나는 걸 보니 추운 날이었겠지.


그녀는 일상적으로 칭찬을 많이 했다.

'오늘 옷이 잘 어울린다.', '지금 딱 이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너무 고마워.' 같은 것들.


가끔씩은 드라마 대본을 읽고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동을 주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어디서 외워오거나 읽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나도 저렇게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내가 연애를 하고 있구나..'

실감하게 만들었다.






2. "오빠 몸은 왜 이렇게 부드러워?"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칭찬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어디가 예뻐?' 물어보는 사람.


가끔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싸우자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냥 다 예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여자친구인데 어디인들 안 예쁘겠어." 정도면 넘어갈 수 있으려나.


그녀는 내 신체에 대한 칭찬을 항상 구체적으로 했다.

'오빠의 눈이 너무 마음에 들어.'라든지,

'오빠 피부는 왜 이렇게 부드러워?'라든지.


사랑을 나눈 후에는 가끔씩 내 몸은 왜 이렇게 부드럽냐고 물었다.


나는 바디로션을 항상 바른다고 대답했다.


"로션만 발랐다고 해서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매번 너무 부드러워."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바디로션을 바르고 있다.






3. "배려해줘서 고마워."

나의 행동이나 생각의 의도에 대한 칭찬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생각이라는 것은 내게 어렸을 때부터 있어온 골치 아픈 것이다.


가장 심한 시절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생각하는 것들,

아니, 생각 '나는' 것들이 장르 불문하고 너무 많았다.

나는 그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일기를 썼다.

많으면 꽉 채워 노트 10장, 20장,

지금 생각해보면 저절로 글씨 쓰기 연습이 되어서 좋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도서관에 가서 류노스케 코이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을 빌려 읽었으니

얼마나 내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가끔씩 그것을 너무 잘 알아줬다.

내가 항상 생각을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수 번의 생각을 한 후에 행동한 것을 알아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칭찬했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나를 배려해서 이렇게 했구나. 오빠 너무 멋있다. 정말 너무 고마워."라고.


나는 생각을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들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이

모두 그녀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믿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 "사과해줘서 고마워."

사과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칭찬


우리는 싸운다.

열렬하게 싸운다.

결혼에서는 싸움이 성장이라던데, 연애에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씩 했다.


사과하는 행동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동시에 관계를 발전시키는 매개가 되어야 한다.

가끔은 그것이 자존심 싸움이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나는 다행히도 사과에 인색한 사람은 아니다.

사랑하는 데에 있어 별로 자존심을 내세우는 편이 아니다.


연인이 화가 많이 나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꿇었고

(그것에 전혀 자존심 상하지는 않지만,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은 연인 사이에서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당장 사과해라고 말하면 무슨 잘못인지 몰라도 사과했다.


그녀는 내가 하는 사과를 큰 용기로 봐줬다.

사실 사과하는 데에 별로 용기가 필요한 타입은 아니라서 쉽게 했지만,

그것을 알아준다는 것에 고마웠다.


누군가에게는 사과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나를 배려한 칭찬이었겠지.





5. "사랑해 그리고 다 고마워."

나의 존재의 의미를 확인해주는 칭찬



가끔은 그냥 칭찬받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집 앞에서 모든 것이 고맙다고 말해주는 경우.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칭찬의 종류는 아니지만


그냥 글에 넣고 싶었다.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떤 잘못을 했든

내 옆에 있는 것을 확인해주는 칭찬으로서 작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 사람과 만나고 있는가.

길거리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아니면 나 좋다고 고백했던 사람이 아니라,


왜 이 사람과 만나고 있는지,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행동해왔는 지를

총체적으로 점검받는 느낌이었다.


강렬했다.






6. 닫는 글, 글을 마치며


나는 사랑을 괴롭히는 것으로 배웠다.


어렸을 때,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면서 내 사랑을 표현했다.

그 누구도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다.

내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이

마치 그 사람보다 내가 못하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는 나보다 우수해."를 다른 문장으로 말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항상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츤데레식으로 사람을 괴롭히며 애정을 표현하며 칭찬에는 인색했다.


그 결과로 내 이미지가 망가지거나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나는 그 사람을 포기해야 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

'아무래도 내가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해서 그렇구나.'

살아가며 지금까지 그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연애는 성장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칭찬을 받으며 성장했다.

나를 객관화하여 보고, 자기 성찰했다.

성장 과정에 묻혀있던 삐뚤어졌던 인격을 발견하고 점차 나아졌다.


적절한 칭찬은 그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그 사람과 나의 관계도 더 좋게 만든다.


그렇게 나의 연애는 끝과 동시에 내 성장으로 남았다.


누군가와 헤어질 때

내가 배울만한 것들을 내게 남겨주고 가는 사람도 있고,

내가 절대로 배워서는 안 되는 못된 것들만 보여주고 가는 사람도 있다.


그녀도 물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내가 배워서는 안 되는 것들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 말자.

나는 그 사람이 남겨준 좋은 것들만 기억하고 발전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가끔씩 그 날을 그리워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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