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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Aug 19. 2023

최적의 배우자를 고르고 싶다면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


남자와 여자,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르다. 좋아하는 과일도 다르고, 컵에 따르는 주스의 양도, 설거지하는 방법도, 옷 입는 스타일도 다르다.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 음식에 대한 개념,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태도까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생각이 다르다 보니 해줘도 욕먹고 안 해주면 곱빼기로 비난받는다. 21세기를 사는 남자의 운명이다. 남자는 약하고 아내는 강하다. 대체적으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들


오죽했으면 행성이 다르다고 했을까. 존 그레이 박사는 책 제목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붙였다. 책은 대박을 쳤다. 전 세계에서 번역되었다. 한국에서도 1993년 초판 발행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다. 명실공히 행복한 남녀 관계를 위한 바이블이다. 그만큼 공감이 간다는 얘기일 게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자신들이 서로 다른 행성 출신이고, 따라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서로의 차이점들이 기억에서 모두 지워지면서 그들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여자가 남자와 같은 식으로 생각하고 대화하고 행동하리라는 그릇된 기대를 갖고 있고, 마찬가지로 여자는 남자가 여자와 같은 식으로 느끼고 말하고 반응할 거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한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그녀는 그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자기가 할 일이라고 느끼고 그의 생활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한다. 여자는 자기가 그를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남자는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남자는 자유로울 권리를 주장하고 여자는 기분 상할 권리를 주장한다. 여자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데 남자는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장 자크 루소, '나홀로족'의 선각자


아마도 존 그레이 박사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1712~1778)가 미완성 유작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 남긴 글을 읽었을지도 모른다.     

‘오직 내 안에서 위안과 희망, 평화를 찾을 수 있으니, 남은 나날 동안 홀로 나 자신에게만 전념하고 싶다. 나는 나 자신을 탐구하는데 내 마지막 날들을 바치려 한다. 홀로 내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이 달콤한 즐거움에 온전히 몰입할 것이다.’     

루소는 실제로 인생 말년인 1776~1778년에 당대 정치인과 철학자들의 비판을 뒤로하고 자연 속에서 홀로 여생을 보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것이 고결한 삶이라 생각했고, 타인에 대한 미움 없는 순수한 자기 사랑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루소는 ‘혼자’에 관한 한 선각자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루소 닮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나홀로족’.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 혼영(혼자 보는 영화), 혼건(혼자 건강관리하기), 혼행(혼자 하는 여행), 혼미(혼자 미용 챙기기) 등 온통 ‘혼자’ 천지다. 개인주의 확산, 라이프 스타일 변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기피 등이 주된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차이’를 조율하라


비록 고결한 삶일지언정 혼자는 외롭다. 독신과 결혼, 어느 상태이든 영원한 행복은 없다. 건강한 ‘나홀로족’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혼자’하는 행위가 타인과 멀어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홀로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 건강한 관계 유지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어야 한다.     

평생을 ‘나홀로족’으로 살아갈 사람에게는 관심 없는 이야기겠지만 혹시라도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팁이 하나 있다. ‘다름’을 이해하고 ‘차이’를 조율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것! 원래 남녀는 서로의 차이에 끌리는 법이니까. 최적의 배우자는 모든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견 충돌과 차이를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남자는 여자를 모른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조차 여성의 영혼에 대해 30년 동안 연구했지만 ‘여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여자는 남자를 모른다. 남자가 자신의 인생의 해결책인 줄 알았는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하소연하는 여자가 어디 한둘이던가.     




조율, 지금 이 순간 옆 사람 마음상태에 집중하는 것


다름에 대한 이해와 차이 조율이 뭐 별 건가. 그저 지금 이 순간, 바로 옆 사람 마음상태에 집중하는 것 아니겠는가. 입 닫고 귀 여는 것, 정말 완벽한 사람이 되는 건 의외로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함민복의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에 수록된 ‘선천성 그리움’이라는 시의 일부다. 최적의 배우자는 눈에 콩깍지 씐 그 사람을 변함없이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란 애초 누군가를 그리워하도록 만들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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