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즘 리플렉팅 Jul 17. 2018

[사라지는 동네] - 냉장고와 낮은 천장

나의 마을은 재개발 중 3


 나는 물 한 모금 마시러 나가기 위해 옷을 입고 가게에 있는 냉장고로 향해야 했다. 그런 게 당연하지 않은 누군가에겐 불쌍하거나 이해되지 못할 사람으로 나는 은연중에 자리 잡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옭아온 가난은 사람을 눈치 보게 만들었다. 쉬어야 할 때도 행복해야 할 때도 하물며 슬퍼해야 할 때도 나는 눈치를 봐야 했다. 어떠한 배려도 온전한 인간 내 이름 석 자의 사람은 아니었다. '누구누구의 자녀'였고 약자였다. 나는 카페에 나가 글을 쓰는 게 가능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게 있어 공간은 온전한 곳들이 아니었다.


내가 누울 수 있는 공간은 내 키만큼 아슬아슬하게 뻗을 수 있는 방이었다. 발끝이 책장에 닿았다. 발끝까지 뻗고 나면 어머니는 항상 나를 찾았다. 혼잣말로 가득한 볼멘소리들이 가득했다. 듣지 않으려 해도 나를 찾았다. 나의 어머니라서, 나의 마지막 가족이라서 마음을 열고 나면 나락이었다. 끝을 다다른 체력과 마음이 고갈된 상태로 울적하게 쥐어진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뉜 그곳에서 나는 다시 굴러떨어졌다. 배려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는 말들이 가득할 때 나는 어머니를 연민해야 했다.



나는 나를 연민하고, 연민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드러내지 않아야 해


비밀이다. 내가 나를 연민하는 것은 비치는 나의 모습이 아니다. 내가 나를 배려하는 것은 가당하지만 나의 가난이 드러난 순간 그것은 불쌍한 내가 된다. 아슬아슬한 마음의 가난한 줄타기를 탈 때면 또 어김없이 가게에서 들려온다. "그래서 이 동네에 재개발이 언제 된다고?"





ⓒ 이 블로그에 기재되는 모든 글들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라지는 동네] -낡은 가게를 오가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