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보호자피로감

그런 피로도가 있던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by 프리즘 리플렉팅

병실에 보호자용 배드가 없다.

수술이 들어간 환자의 보호자는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보고 기다릴 수 있다.

하염없이. 지금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기다렸는지는 알 수가 없다.


세 명은 각 각의 의자에 나누어 앉아 있었다.


여자 두 명, 남자 하나.

한 여자는 누워 있었고, 한 남자는 바깥쪽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머지 한 여자는 모니터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셋 중의 한 명은 잠들었으므로 깨어있던 둘은 대기실을 서성거리는 나를 주시했다. 이따금 "대기 중인 환자는 못 만나나요?'라고 물을 때 곁눈질을 할 뿐이었다.


남자는 전화를 거는지 받는 지. 전화나 받을 것이지 괜히 할 일 없는 눈빛으로 곁눈질한다.

남자의 전화가 끝나자 모니터 반대편에 앉아있던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건다. 내용을 듣지 않아도 그들이 한 환자의 보호자로 묶이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치를 그렇게 보면서 자리 하나 내어 줄 것이지. 세네명씩 앉는 의자를 정말 사이좋게도 나누어 앉았다. 편의점에 잠시 들러 먹을 걸 사고 나오니 어느새 넷으로 늘어나 있었다. 게 중에 한 사람이 자리를 양보한다. 한 환자에 네 명의 보호자…. 그리고 한 환자의 한 명의 보호자, 옛날 병실이었으면 얼마나 피곤했을까.


불현듯 환자일 때. 보호자일 때 간섭받던 일화들이 떠올랐다. 식판을 아주 잘 가져다 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곁눈질을 심하게 하며 회초리질 하듯 잔소리를 늘어놓던 어느 보호자. 그 보호자는 병실 입구에 늘어져 있던 휠체어 위에 기대앉아 왕처럼 명령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정확하게 잘못 없다는 것을 보이자 혀를 쳇 하며 고개를 돌리었다. 언제 한 번은 너무 시끄러운 공간에 커튼을 쳐서 내 공간을 지키고 있자. 커튼을 들여다 보는 이상한 할머니도 있었다. 몇 해 전, 어머니가 수술에 들어가신 날 아르바이트에 녹초가 돼서 보호자 대기실에서 잠깐 잠이 든 나의 모습을 보고 넌 어머니가 걱정되지도 않으냐며 잔소리하던 보호자까지….


개인은 없고, 주시의 대상이 되어 입에 오르내리던 상황에 괴로워했다.

그런 피로도가 있던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 이 블로그에 기재되는 모든 글과 사진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으므로 무단 전재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