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가이

회사의 여인들은 핸섬가이를 좋아해

by Blue Moon

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느낀 사실이다.

요즘 20-30대 한국 청년들은 하나같이 꽃미남이다. 예쁜 아씨들을 따라잡기라도 하듯 패션 감각까지도 뛰어나다. 나의 기준에서 꽃 미남이라는 것이 단순히 곱상한 용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뭐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용모의 남자들이다.


좀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기준은 아마 한국의 보편적인 핸섬가이의 기준이 아닐까?

아무튼 나의 20대에는 꽃미남 같은 핸섬가이들은 좀 보기가 힘들었다. 이제는 사방천지에서 만날 수가 있다.

미녀 천지라는 말처럼 미남, 미남이 들끓는 한국이다.


남. 녀를 막론하고 한국인의 외모는 세계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었다.

아름답고 멋있다는 것이 인정된 바가 있지 않나.


이런 핸섬가이들이 우리 회사에도 있다. 한국의 명예(?)를 걸머진듯한 외모와 친절한 매너로 이방 여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황변호사님, IT팀의 K 직원이다.


한국 여인들은 아닌 척하며 좋아하고, 미국 여인들은 아예 까놓고 좋아한다. 남자들이 미녀를 좋아한다고 뭐라고 할 얘기가 아니다. 한마디로 미국 여직원들 핸섬가이 무척 좋아한다. 아가씨든 아줌마든 상관없다.


황변호사님은 카리스마 있는 사각형의 얼굴로 전형적인 한국 호남형이다. 물론 기혼자요 인기로는 1위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그 정도다. 약간 느끼한 스타일인데(내가 보기에는) 미국 여인들은 너무 좋아한다.

변호사다운 중후한 분위기와 온화한 미소가 여인들을 압도한다나 뭐 그런 정도다.

다음으로 IT 팀의 K 직원이다. 일찌감치 우리 부서의 매니저인 크리스티나가 이상형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30대 중반의 싱글남이요, 유능한 IT 직원이다. 태권도며 골프 실력이 프로급이다. 서로 레슨을 받겠다고 난리다. 실제로 토요일마다 필드에 모여서 본인도 골프를 치고, 직원들도 공짜 레슨을 받았을 정도다.


눈에 띄는 미남과는 아니다. 하지만 잔잔한 미소에 자상하고 친절함이 그를 핸섬가이로 보이게 한다.

회사 내 한국 여사들에겐 탐나는 사윗감이요, 미혼 여성들에겐 남편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청년이다.


아쉽게도 본인은 정작 결혼할 생각이 없다. 꿋꿋하게. 이상하게 매번 노래방에서는 슬픈 사랑노래만 부른다.

여인들은 매번 뒤에서 하는 소리가 있다. "확실히 뭐가 있는 게 맞아!" 할 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

단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처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는 추측만 무성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크리스티나는 대놓고, "음, K는 내 스타일~”하면서 히죽거린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난 K를 낚아챘을 거야"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게다가 "흥! 남편이 듣지않으니 다행이지 뭐야!"하고 너스레를 떤다.

어째, 솔직하니 이런 말도 귀엽다.


근데, 핸섬가이 그룹에 경쟁이 될만한 인물이 나타났다. 경쟁은 어디서나 일어나는 법이다. 무슨 인생의 법칙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 아닌가?


최근에 한국부 세일즈팀에 새로 조인한 직원이다. 30대 후반의 싱글남이다. 큰 키에 말쑥한 이미지에 약간의 귀염성도 있는 얼굴이다. 싹싹한 매너도 고루 갖추었다. 핫하고 큣한 뉴 핸섬가이의 등장은 회사의 싱글 여인들의 관심 폭발이 되었다.


게다가 나이 지긋한 한국 여사님들,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매번 싱글벙글이다.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선배 조실장이 딱 그렇다. 새 직원인 J는 신참이라 세일즈팀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수시로 일거리를 가지고 우리 부서로 내려온다.


J(뉴 핸섬가이)가 나타났다 하면 조실장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돈다. 침침해 있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일단 목소리가 까랑까랑해지면서 몇 옥타브가 올라간다.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아주 기가 막힌다. "와~ 저런 부드러움과 천사 같은 미소는 처음 본다~" 하고 속으로 생각될 정도다. 보통 때는 뚝하면 인상 쓰고, 소리를 질러대는 다혈질 여사다. 변해도 너무 변한다.


항상 뉴 가이가 나타나면 시행되는 행사가 하나 있다. 그녀의 특기인 신상 조사다. 별별 질문공세를 다한다.

나이는? 고향은? 전공은? 교회는 다니고? 어디 살고 있고? 그러다가 마지막엔, 여자 친구는?

왜 아직 결혼은?으로 연결이 된다.


쉬핑 부서의 엄마뻘의 실장님이 물어보는데 어떡할 거냐고? 순진한 건지, 예의인지, 화끈한 건지 묻는 대로 착실히 답을 한다. 아들만 둘이 있어 사위 볼일도 없는 조실장의 끈질긴 결혼 궁금증은 계속된다.


"네! 저는 결혼보다 사랑을(연예할 대상)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J가 한마디를 외쳤다.

무슨 군대 훈련병의 구호 같다.


"음, 저 구호, 많이 써먹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피씩 웃었다.

그런데, 조실장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 말을 마치 자기한테 던진 것 마냥 하하 호호하며 행복에 겨운

얼굴이다. 웃음소리 한번 너무 요란하다.


주로 업무는 아침에 한번 조실장을 통해서 넘겨받는다. 그 이후로는 직접 건네받는 편이다. 어쩌다 J가 나한테 일거리를 가져오면 뭐든지 끼어들고.. 등 뒤가 후끈거릴 정도로 째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재미있다.


어느 날, J가 중요한 오더를 가지고 왔다. 급한 오더라고 당장 쉬핑을 해야 한다는 부탁을 했다.


"J 씨! 핸섬가이로 인기 폭발인 거 아시죠?! 이럴 때 미남계 쓰세요! 네? "라고 했다.

그는 내가 미남계라는 말에 당황한 듯, 좋아하는 듯, 무덤덤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긴급한 업무 처리는 크리스티나(매니저)한테 부탁하면 아마 먹힐 거라고 조언을 했다.

J와 함께 크리스티나 방으로 갔다. 급한 사정을 설명했다.


이 여인 역시 돌연 얼굴이 붉게 변하지 않는가? 둘은 서로가 첫 대면이었다. 크리스티나는 장난기와 애교 있는 표정으로 단번에 "오케이~"였다! 대답은 1초도 안 걸렸다.


K가 자기 이상형이라고 하는 크리스티나도 핸섬가이의 등장에 정신이 없다. 그녀가 얼굴이 장밋빛으로 물든 건 또 처음이었다. J가 인물이긴 한 게 틀림없다.


J가 부탁한 오더는 30분도 되지 않아 쉬핑 준비가 끝났다. 대개는 빠르면 이틀이다. 초고속으로 승인을 해준 셈이다. 11년 만에 이런 스피드 한 오케이 사인은 처음이다. 놀랍다!


회사에 미인이 많으면 시끄럽고, 핸섬가이가 많으면 왠지 활발한 기운(?)이 넘치는 것 같다.

흔히, 막히는 일에 미인계를 쓴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미남계의 효력 또한 정말이지 잘 먹힌다.

미남계 꽤 쓸만하다.


우리 회사는 여인천하다.

핸섬가이들은 이 여인들의 성화(?)로, 때론 오지랖으로 귀찮아도 살맛이 나고, 일할 맛이 난다.

회사에 출근하는 일에 재미가 넘친다.


미국 여직원들, 한국인 핸섬가이들 너무 좋아한다 좋아해,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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