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뇽하쎄용, 싸랑해요!

쉿! 마리아를 조심해요!

by Blue Moon
안뇽하쎄용, 싸-랑해요!”


우리 부서는 10여명의 여직원이 있다. 그 중 나를 포함하여 선배 한분이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미국인이다. 그중엔 멕시코계 미국인이 있는데 우리(선배와 나)처럼 이중언어를 구사한다.


여기는 미국이고 아무리 이중언어를 하더라도 근무시간엔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적인 룰(rule)이다. 그래도 개인 잡담을 할 때에는 자기가 태어난 곳의 언어가 편하다.


수시로 사무실 안은 한국말, 스페니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서로 한국말과 스페니쉬를 가르쳐주고 배운다. 어쩌다 서로 배운 말들을 한 마디씩 주고받으면 직원들 간의 친근감도 생기고 좋다. 누군가 내 모국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듣기가 좋다.


회사의 오너가 한국사람이라 그런가? 게다가 한국 직원들이 있다 보니 직원들이 한결같이 한국말에 대한 관심이 많다. 누구나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는 배우려고 하고, 열심히 연습 끝에 몇 마디 정도는 말할 줄 안다.


예를 들자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미안해요 등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언어들과 같은 것이다. 우리(선배와 나)와 함께 일하는 덕택으로 우리 부서의 모든 직원은 한국말로 인사를 곧잘 한다. 회사 전체로 보자면 최고 수준이다. 사장님 오피스는 바로 옆이고, 한국 직원들을 가장 많이 대하는 부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전화를 받을 때 혹 한국 사람이다 싶으면 바로 “안뇽하쎄요!”라고 말해 모두를 한바탕 웃게 만든다. 최대한 한국말에 가까운 발음이지만 어눌해서 듣기 좋고 귀엽기만 하다.


이렇게 한국말을 알게 된 한 직원이 선배와 나를 호통치는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선배랑 내가 무슨 일로 열심히 논쟁을 하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주위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너무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우리의 실랑이가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던 마리아가 벌떡 일어났다. "짬시만요!" 하더니 우리 두 사람을 향해 하트 모양을 두 손으로 크게 그리며, "안-뇽하쎄요~ " "싸랑합니다! 싸랑합니다! "를 한국말로 연거푸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주위 동료들은 삽시간에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선배와 나도 그녀의 돌발행동에 말을 멈추고, 대번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가 보기에 우리 둘이 서로 심하게 말다툼을 하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한국말로 뭔지 심각하게 옥씬각씬하는꼴이 딱 싸우는 꼴이었다. 흥분하면 일단 커지는 선배의 목소리가

화근이었다. 작은 체격에서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특이하게 울리는 소리다. 어릴 적부터 목소리 때문에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고 할 정도다.


아무튼 마리아는 우리의 수상한 다툼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향해 "싸랑합니다"를 연거푸 던지며 화해를 시도한 것이다.


선배와 나는 너무 우스웠지만, 그 상황에서 어떤 설명이 필요했다.


"마리아~ 우린 싸우고 있는 것이 아냐~ 사실, 중요한 어떤 일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뿐이야!"라고 해명을 했다.


결론을 못 내고 있었던 그 열띤 논쟁은 바로 그 시점에서 끝나버렸다. 어쩜, 조금만 더 토론이 길어졌더라면 선배와 나는 의견의 차이로 그날 하루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 후로, 선배와 나는 무슨 일이든 깊게, 또는 길게 언쟁 같은 것을 할 수없게 됐다. 우리의 대화가 어떤 내용이든, 마리아가 듣기에 우리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느낌이 접수되는 순간이면


우리를 향해 보내지는 하트 모양의 러브 사인과 그녀의 애교있는 한마디가 던져지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언쟁을 막는 사랑의 말이다.


"안뇽하세용~ 싸랑해요~"




이 글은 일 여년전, 마리아라는 직원과 일할 당시에 쓴 글을 발행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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