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한국인, 멕시칸들에게서 엿보는 점심문화란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이 대략 200명 정도다.
미국이란 곳이 세계의 인종들이 모여사는 곳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우리 회사의 인종 분포도 다양하다.
일단 오너가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인은 20명 정도다. 그 외에는 네이티브 미국인(Native American:미국 출생자)을 비롯, 중국인, 이탈리안, 러시안, 필리핀, 브라질, 멕시칸 등등.. 그야말로 회사는 "미국 안의 작은 세계"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직원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출생하고, 자란 사람들이다. 나처럼 이민자인 사람들도 제법 된다.
다양한 인종이다 보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식사문화도 각양각색이다. 한국식이랑 공통된 부분도 있고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식사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이라든지, 한 나라의 풍습과도 연결되어있지 않는가.
마치 변하지 않는 개인의 습관처럼 이국땅에서도 고스란히 지켜지고 있다. 몇십 년간을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식의 김치와 된장찌개 같은 밥 문화 전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다른 인종의 밥 문화역시 우리와 다를 게 없다. 그들도 미국에 살면서도 부모세대가 물려준 밥 문화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제각기 각양각색이다. 어쩜 그 나라의 국민 성하고 거의 흡사하다고 할까, 아무튼 인종별로 밥 문화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름 재미있다.
여기서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토박이들과 한국 사람들(이민 1세 기준), 공장 직원들의 대부분인 멕시칸들의 점심 문화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일단 미국인들을 보면, 그들은 철저하게 개인주의다. 점심시간이면 모두들 어디론가 뿔뿔이 사라진다. 매니저는 매니저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사전에 점심 메뉴가 뭐고 하는 대화가 거의 없다. 심지어 점심친구를 찾는 일도 거의 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평소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맞다. 일할 땐 "아이 러브 유"를 난발할 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낸다.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처럼 행동한다.
그러다 점심시간만 되면 혼자로 돌아간다. 냉정할 정도다. "나는 나, 너는 너" 식으로 각자의 삶 속으로 빠져든다고 할까, 그렇다.
미국인들의 점심문화는 홀로 주의다. 물론 회사의 규모나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 부서별 직원 간의 친목을 위한 런치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혼자 점심을 즐기는 편이다. 회사 내 식당을 이용하는 일도 드물다. 점심시간은 주로 회사를 나선다.
점심은 지극히 간단하다. 가져온 소량의 음식이나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차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하고, 낮잠도 자기도 한다. 독서를 하거나, 뮤직을 들으며 잠시 머리를 식힌다.
바쁜 워킹맘들은 30분 걷기를 하며 시간을 활용한다. 어떤 직원은 간단한 샤핑을 하며, 소일거리를 점심시간에 해결하기도 한다.
한 시간의 점심시간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보낸다. 누구도 머리를 맞대고 일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하지 않는다. 일종의 업무로부터 해방의 시간이다. 일과 휴식시간에 대한 철저한 분리를 원한다.
남은 업무시간을 위한 프레쉬 에어 (fresh air)를 쐬는 시간, 뭐 이런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점심문화란 다분히 합리적인 개인주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 회사 내 인구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한국 직원들이다. 거의 가족 수준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한국 직원들은 미국인들과 조금 반대 성향이 있다. 업무는 개인적이고, 경쟁적인 스타일이 강하다.
반면에 점심때면 서로 모여들기를 좋아한다. 혼자 먹는 일은 이상하고, 어색하다. 반드시 점심 짝꿍이 있다.
주위의 선배 여사들은 죽어도 혼자 점심을 먹지 않는다. 그들의 말로는 청승맞고 외로워 보여서다. 그들의 곁에는 항상 누군가 말동무가 있어야 한다. 평소의 절친인 짝꿍이 없을 경우엔, 누군가를 정해놓는 걸 좋아한다.
남의눈이 무서워서, 외로워서 절대 혼자 점심을 먹지 않는다?, 그렇다.
점심 이야기는 아침부터다. 주로 출근해서 오가는 모닝 토크에 이루어진다.
"뭐 먹을 거야?" 또는 "뭐 가져왔어?" 하는식으로 점심메뉴를 나눈다. 이들은 정확한 시간과 메뉴와
후식까지를 고려한 맞춤형 점심을 즐기는 편이다.
점심도 푸짐하게 잘 먹자는 주의다. 기분이 좋아질 만큼 든든하게 먹고, 남은 시간도 점심 짝꿍들과 함께다.
뭐, 주로 업무이야기나, 회사 험담에서부터 개인사 등 다양한 주제들이 오간다.
음, 굳이 말하자면, 업무이야기로 시작해서 한국과 미국의 정치, 경제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해외 타픽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다음으로 개인사로 흘러가다가 온갖 잡다한 음식 이야기로 신이 난다. 훌륭한 마켓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점심식사는 반드시 스타벅스의 커피로 끝이 난다. 누구나 손에 스타벅스의 드링크가 들려져 있다.
한국 직원들에겐 점심문화는 맞춤형처럼 변함이 없다. 일 년 내내 같은 짝꿍과 뭉친다. 회사에서 잘 버텨나갈 수 있는 어떤 힘과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자잘한 삶을 공유하는 시간으로도 할애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직원의 점심문화란 짝꿍과 맛난 것 먹고, 의기투합하고 단결하는 점심문화다.
세 번째로는 멕시칸이다. 공장 직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나 낙천적이다. 세계적인 수준이다! 급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항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뭔지 그냥 즐거워 보인다. 얼굴만 마주쳐도 금세 "Hola(안녕)" 하며 인사한다.
성격이 털털하다 보니 누구나 할 것 없이(남. 녀 모두) 수다쟁이다. 말이 무지 많다. 시끄러울 정도다. 부딪히면 말이 시작되고 열두 마디를 끝내야만 겨우 뒤돌아선다. 가끔은 무례하게 끊어야 할 정도다.
그들은 마치 여름날 나무에 걸터앉아 기타를 딩딩 거리는 풍류 가들 같다. 특이한 게 이들은 무리로 모여 다닌다.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꽤 된다. 일명 멕시칸 패밀리의 직원화다.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해진다. 어느 날 눈여겨보면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다.
가족처럼 그룹으로 행동하고 몰려다니는 멕시칸들의 점심문화는 공동식사다. 직접 만든 요리를 가져와 함께 나눈다. 대충 먹지 않는다. 알차게 준비한 집 음식을 가져온다. 완전 진수성찬이다!
가끔 얼굴을 내밀면 모두가 음식을 맛보라고 내밀 정도다. 맛도 좋지만 그들은 정도 많다.
지나가는 직원들에게 빵 한 조각이라도 내밀고 싶어 한다.
울러 대는 뮤직만 없을 뿐, 무슨 파티처럼 떠들썩하다. 힘들게 일하는 것만큼 푸짐하게 먹고 신나게 즐긴다.
그 속에는 노래가 있고, 웃음이 넘친다. 따스하고 , 열정적인 그들의 댄싱처럼.
멕시칸의 점심문화는 다정다감하다. 매번 손수 준비해서 함께 나누는 점심밥처럼.
잠시 업무는 깡그리 잊는다. 오로지 통기타를 두드리는 듯한 즐거움에 빠지는 시간이다.
멕시칸들만의 단맛 같은 여유다!.
직원들의 밥 문화는 미국안의 다양한 세계를 맛볼수 있으니 앉아서 문화체험이다.
싸하고, 뭉치고, 단맛 같은 직원들의 점심문화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가끔은 색다른 점심문화, 그 맛과 전통을 즐기기위한 외출,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