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나오미가 되고, 며느리는 룻이

혼밥 하고싶은 시어머니, 투잡 뛰는 며느리

by Blue Moon

시어머니의 밥을 해드리는 일을 장기간 할 생각은 없었다.


"어머니이~언제까지나 가사도우미가 되어드릴게요~”라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은 내뱉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럴 자신은 더더구나 없었다.


그동안은 일 한다는 핑계로 며느리 노릇이라고는 번듯하게 한 것이 없다. 자칫하면 시어른들 사이에서 며느리를 향한 불만이 폭발할 것도 같았다.


"대체 , 너가 이 집에 들어와서 시어머니께 한 게 뭐가 있어?!”라고.


눈치 빠른 며느리는 “ 음 , 이때야 말로 기회다!' 하고 빨리 수습을 하고 나섰다. 마침, 며느리는 휴직 중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요리를 못하고, 아예 안 하시는 시어머니를 위해 가사도우미가 되기로 한 것이다.


” 괘씸한 며느리” 딱지만 좀 떼어내고, 시어머니께 얼마 동안 공을 들일 생각이었다. 그런 후에 서서히, 자연스럽게, 은근슬쩍 적당한 빌미가 생길 때쯤 그만 둘 참이었다.


하지만 인생만사 일이란 희한하게 꼬이고, 풀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4월의 마지막 금요일이었다. 며느리가 가사도우미로 일한 지 딱 2달이 지난 때다.


그날은 마침, 시어머니의 생신상을 차리는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8시에 시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며느리는 효부 노릇을 좀 하느라 요리 삼매경에 빠졌다.


밥을 짓고, 미역국에 잡채, 부침전을 하느라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럭저럭 음식 만들기가 끝나고, 런치상을 차릴 때였다.


갑자기 찌르릉~찌르릉~하며 전화가 울렸다.

응? 낯익은 이름이쟎아?! 회사 선배 언니였다.


"어? 언니! 웬일이야 이 시간에?"


“ 일 안 하지?, 회사 나올 수 있어?”


쉬핑 부서직원이 거의 물갈이 중이란다. 매니저도 사직서를 낸 상태고, 대부분의 직원이 뉴 페이스다. 선배는 당장 휴가를 가야 될 판인데 일을 대신할 직원이 없어 못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이날 오후 4시쯤 회사로 들어오란다?! (참고로 , 사장님은 뉴페이스보다 오울드 페이스를 선호한다. 그런 이유로 퇴사한 직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 종종 있다)


뭐야?! 예상하지 못했던 전화쟎아? 회사가 나를 부르는 러브콜임에는 분명했다. 한량 노릇도 좀 하고 , 몸도 정신도 여유가 생겼다. 6개월 정도니 잘 쉬었다. 회사는 워낙 집같이 편안한 곳이었고, 한 카리스 마하는 사장님은 정이 많고, 존경할만한 분이다. '


아! ‘돈'이 나를 부르는 듯싶었다.^ 며느리의 결정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네~ 언니, 오늘 회사로 들어갈게요!"


얼떨결에 전화를 끓었다. 며느리는 정신을 다잡았지만 퍼뜩 고민 하나가 생겼다.


'어? 근데 너무 이른 거 아냐? 시어머니께 공을 드렸다고 하기엔?'


아~싸! 잘됐다! 절호의 찬스가 왔어! 하는 생각이 들어야 맞는 것이고, 가사도우미일을 별 핑계도 없이 무난히~ 그만둘 수 있게 된것이다.


근데 , 며느리는 잠시 머리가 띵하면서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마침, 아래층에서 운동을 끝낸 시어머니가 들어섰다.


"호호호~ 맛있는 냄새가 풍기네 그려~"


"어머니이~ 저 다시 일하게 되었어요! " 좀 직선적인 며느리는 뜸도 들이지 않고 말했다.


"응? 그, 그~~ 랴?!"


며느리는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시어머니는 알듯 모를듯한 묘한 얼굴을 하셨다. 부엌을 점령한 며느리에게 해방(?)될 기쁨의 미소인지, 서운한 건지 영 휏갈렸다.~


" 그랴~ 일 좀 더 혀~, 그런디 당장 복지회에 전화 혀! 그만한다고!"


며느리는 일단 복지회에 전화를 했다. 더 이상 주중에 하던 가사도우미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왠지 말끝에 한마디를 더 물어보고 싶었다.


"혹시, 토, 일요일에도 일할 수 있나요?"


" 아! 그럼요, 그럼요! 얼~~ 마든지 가능해요~~"


복지회 직원은 무조건 하는 걸로 밀어붙였다. 복지회는 한 고객당 시티로부터 $1,600 가량을 지급받고 있는 터다. 한 고객이라도 붙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중에 3일간 12시간 하는 일을 토, 일요일마다 하루에 6시간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사도우미일은 계속이다. 부딪혀보고 힘들면 그때 그만둬도 괜찮다.


다시 말하면, 며느리는 절대 효부가 아니다. 양심상, 인간적으로 2달간의 서비스로는 시어머니게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시어머니 밥을 해 드리는 일이 힘든 일도 아니다. 며느리의 고객분(시어머니)은 휴식시간도 넉넉히 주고 , 억척스럽지도 않다. 한 달에 몇백 불이 어딘데?.


더 중요한 건, 며느리는 돈이 필요하다. 놀러 다녀야 하고, 사람들 밥도 사주고, 도네이션도 하는 일 등을 하고 싶다. 나에게도, 사람들에게도 선심을 쓰는 생활이 되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한다. 회사 돈도 벌고 , 덤으로 가사도우미로도 벌고. 이래저래 며느리는 돈 독이 확~올랐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당장 큰 소리로 선언했다.


“ 안되아~ 안되아~ 그만둬! 또 병나면 큰일 나~~~!!”


“어머니이~~ 일단 해 볼게요요~~”


“아녀 아녀, 그냥 회사만 다녀~, 가사도우미 혀지마~~"


시어머니의 주장은 성경 룻기에 나오는 시어머니, 나오미 같다. 홀로 된 시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며느리, 룻에게 기어코 ‘ 너의 고향으로 돌아가라 '는 말처럼 들렸다.^


‘며늘아, 너는 본 업인 직장으로 돌아가라' 뭐 이런 뜻이다.^


시어머니는 이 기회에 며느리가 아예 그만두었으면 했다. 며느리가 정리 정돈한 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영 힘들다. 마음~대로 뭔가 수북이 쌓아두고 싶다. 그러지도 못하고 침대 밑이며 여기저기 감춰놓고, 살고 있는 실정이다. 깔끔 떠는 며느리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간절한 시어머니다!


며느리는 악을 써다시피 하는 시어머니를 향해 더 강력한 무기(?)를 써기로 했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는 곳에 저도 머물겠나이다'라는 며느리, 룻의 고상한 고백이 아니다. 도통 먹히지 않는 시어머니에게 직격탄이 될 말을 꺼냈다.


"어머니이~ 은퇴연금을 모아야 해서요...”


"은퇴연금?”


"네~ 제가 은퇴할 때쯤이면 소셜 시큐리티(*은퇴 후 정부로부터 받는 연금)도 없어진데쟎아요~”


"허긴~ 그 말은 뉴스에서도 들었긴 혀~”


"더구나 저는 직장 생활해서 모은 연금이 쪼~금이라..."


" 그랴?”


"나중엔 아들이 모은 은퇴연금을 뽑아 써야 될 거라고요...”


시어머니는 당장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들이 모은 연금을 써야 된다는 말에 갑자기 심각해졌다. 단번에 한마디를 던진다.


“ 그럼, 가사도우미 더 혀~ 내가 돈 더 벌게 해 줄께~”


“네! 어머니이~~~”


며느리는 이제 투잡을 뛰게 되었다!. 돈을 더 벌게 됐다! 어찌 됐든 좋다. 곧바로 시어머니는 한마디를 더 붙였다.


"야! 가사도우미 나, 죽을 때까지 혀!”


맙소사! 시어머니는 돈 독 오른 며느리에게 '죽는 날까지 직장 보장'이라고 선언하였다. ^


며느리를 위하면서 은근 혼밥을 하고 싶은 시어머니는 "떠나라!" 했다. 며느리는 돈을 좀 벌어보자고 ‘ 아니예요, 어머니이~' 하며 급기야는 성서의 효부 며느리, 룻 행세를 하게 됐다.^


일단은, 시어머니의 밥을 계속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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