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날, 며느리가 좋아하는 것을 샀다.
5월 둘째 주 선데이는 미국에서 치러지는 마더스데이(mother's day)다.
미국의 모든 어머니들이 식사로, 선물로, 꽃으로 대접받는 날이다.
시어머니는 일찍히 선언하셨다.
"난 다 싫어!"
식사나 선물할 돈을 몽땅 챙겨서 캐시를 만들어달라는 뜻이다.
양씨 가문에 며느리로 들어왔을 처음에는 그냥 일을 저질렀다. '예쁘고 괜찮은 걸로' 며느리 본분을 하느라 애를 썼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아이고~좋아~'라는 인사 대신 뭔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알고 보니, 돈들이고 마음 써서 사 드린 선물은 여동생에게 넘기거나 옷장의 전시용이 될 뿐이다. 한, 두 번 이 짓거리를 하다 보니 시어머니의 속내를 알게 됐다.
시어머니에겐 뭐니 해도 캐시가 최고였다. 그래서 생신이니, 어머니날이면 이돈, 저돈 끌어모아 돈놀이에 보태려는 것이다. 당연히 캐시가 필요하다.
맛난 식사를 대접받는 것도, 예쁜 원피스도 , '그까이꺼~ 뭣하러~'한다. 교회서 달아주는 카네이션 한송이면 됐지~ 하며 꽃다발도 노 땡큐다. ‘이 모두를 다~ 끌어모아 캐시로 줘~~’ 라는 주문이다.
물론, 며느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캐시 봉투를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왠지 이번엔 뚱~한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닌 왜 맨날 캐시 타령이람?’ 뭐 , 다른 것 없을까?’
며느리는 자꾸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가 멋 없기론 일인자요 게다가 못 마땅했다. 캐시만 받는 일이 일~등 재미로만 알고 있는 시어머니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속으로 색다른 뭔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마침, 시어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다. 필요한 야채 거리를 사야 했다. 트레드 조(Trader Joe)를 들렀다.
와~ 마켓을 들어선 순간, 꽃 천지였다. 형형색색의 어여쁜 꽃들이 며느리를 반겼다. 그날따라 모든 어머니의 아들. 딸, 며느리 같은 젊은이들로만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꽃다발 없이 빈손으로 나가면 몹쓸 딸, 며느리년이 될 것 같은 분위기랄까? 딱 그랬다. 무엇보다 꽃들이 한 멋을 하는 며느리를 마구 끌어당기듯 했다. '어머니날은 당연히 꽃이야' 하면서.
며느리는 갑자기 변덕처럼 마음이 변했다
'그래! 꽃이야! 꽃을 사는 거야! '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기분이 어떨지 단 1초도 주저하지 않았다. 단돈 10불로 제법 근사한 꽃 한 다발을 샀다. 시어머니는 캐시 받을 재미를 은근 기대하고 계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며느리는 캐시 봉투를 싸~악 생략했다.
돈놀이를 즐기는 시어머니가 뽀루 뚱하든, 말든 꽃을 확 사버렸다. 며느리의 뜻은 캐시를 드리는것이 아니다. 꽃을 안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비록, 단돈 10불짜리 꽃이지만. 꽃 한 다발은 마치 캐시 봉투만큼 무게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괜찮을거야~, 그냥 안겨드리는 거야~~~~~~~~~!'라고 다짐하며 시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며느리는 의기양양하게 꽃 한 다발을 치켜들고 아파트 문을 들어섰다. 그러면서 시어머니의 반응이 어떨지 살짝 긴장이 되었다. 돈놀이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을 10불짜리 꽃 꾸러미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이~~ 꽃이요! 꽃~~~~"
시어머니는 꽃을 보더니 화들짝 놀래는 시늉을 하셨다. 웬걸?
"아이고~예뻐라~ 예뻐~~~~~~~호호호~~~"
"어머? 어머니이~ 꽃, 좋아하시네~~?"
"그럼! 꽃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냐?"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며느리는 꽃 칭송에 호들갑을 마구 떨었다. 시어머니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다. 혹, 예기치 않은 변덕이 돌발할 수도 있다. 뭐, 캐시 봉투를 찾는 눈길이라도 주면 곤란해진다. 급히 꽃병을 찾아 꽃을 다듬고, 정신이 없는척하면서 병에 가지런히 꽂았다.
"호호호~ 어쩜 이렇게 이쁘냐~~~"
시어머니는 꽃병을 살짝 잡아당긴다. 당신이 즐겨 앉는 테이블 가장자리로 보기 좋게 옮겨놓았다. 예뻐~,예쁘다는 말을 연거푸 하면서.
세상에~,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캐시가 좋아 꽃도 싫다던 여든 넘은 시어머니가 변한 걸까? 아니면 세월이 흘러 꽃이 더 좋아진 걸까?.. 뜻밖의 일이다. 돈보다 꽃이라니~.
아무튼 , 시어머니가 이처럼 좋아하니 며느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음, 꽃 작전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