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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Jun 25. 2021

시어머니의 순 거짓말

아픈 며느리를 위한 시어머니의 처방책이란


며느리는  시어머니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 있다.


"음식을 잘한다", "똑똑하다, " "깔끔하다."라는 말은 그런대로 듣는 편이다. 뭐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어째 내 자랑 같다.^ 어쨌든, 시어머니는 마치 금지된 말처럼 하지 않은 한 마디가 있다.


 “넌, 내 딸이나 다름없어~"라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며느리는 고전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가령, 시어머니가 역정을 내면 "어~어머니~ 고정하세요~”식으로 대하질 않는다. 그냥, "마음 가시는 데로~하시옵소서~” 식이다.


더구나 , 심플한 라이프를 지향한답시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 옛날 같으면  강제 이혼 감, 아니면 쫓겨났을 법도 하다.^ 이러니 며느리가 어째 정이 가며, 딸 같은 마음이 들겠는가? 아예 그런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는 것이 당연지사다.  


경계가 확실한 며느리 또한 시어머니의 딸 같~은이라는 말은 기대도 않고 잘~살아왔다. 따지고 보면, 친정엄마의 딸 노릇 하기도 힘든 판국이다. 간혹은 친정엄마도 딸더러 “어? 쟤, 내 딸 맞아?” 한다.


딸 역시 , 뭐가 뒤틀리면 친정엄마를 향해” 아니, 저 엄마 , 우리 엄마 맞아?” 이러는 때가 있다. 그러니 어찌 시어머니의 딸까지 되고 싶겠는가?!.


시어머니의 딸이 되는 건 며느리에도  버거운 사실이다.  왜냐면, 시어머니는 친정엄마가 아니고,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며느리의 공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시어머니가 갑자기 며느리=딸, 딸! 하고 나섰다! 오랜 세월 동안  자존심처럼 유지해온 “며느리는 딸 아님”이라는 공식을 깨버렸다!.


작년 가을쯤이다. 며느리는 10여 년간 다니던 직장을 돌연 사퇴를 했다.  큰 병이 든 것은 아니다. 단지 미국에서 20년이 넘는 직장생활이 너무 지겨워졌다. 몸져누울 정도로 심신이 힘들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며느리 걱정에 가정 방문을 하셨다. 며칠간 아들 집에 머물 작정으로 오셨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위해 정성을 다해 밥을 짓는대신( 음식을 못하시니^), 아침, 저녁으로  찬송하고, 기도하면서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하루 두 번 드리는 예배가 끝날 때면 무슨 주문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며느리=딸, 딸, 딸!이라고.


"아이고~건강이 최고여~, 넌, 내 딸이나 마찬가지여~ 긍께 힘내~"  


"어? 웬 딸이요?,  오, 노 땡큐~~~어머니이~"

며느리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며느리는 처음 듣는 그 말이 너무 좋았다? 가 아니다. 오히려 어색하기만 했다. 뭐, 한편으로는 이제야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진가를 알게 된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


그나저나 시어머니에겐 비상사태였다. 이제껏 한 번도 몸져눕지 않은 며느리가 좀 아프니 말이다. 이제껏 쓰지 않은 히든카드를 불쑥 꺼내어 들기까지 했다. 아들만 힘들게 생겼다고 여기는 눈빛이 역력했다.


시어머니는 정확하게 "넌, 내 딸이나 마찬가징께~"라는 고백을 하루 세 차례 정도로 들려주었다. 마치 의사가 내린 처방약처럼 딸 타령을 마구마구 쏟아내었다.


매번 며느리=딸이라는 말끝마다, 너가 건강 혀야~


아들이 밥을 잘 얻어먹지~

아들이 맴이 (마음이) 편하제~

아들이 일을 잘 하제~


모두가 맞는 말들이다. 하지만 며느리=딸이란 말은 시어머니의 최우선 처방책이었다.^ 아들을 위해 기꺼이 숨겨둔 히든카드를 짜~잔 하며 꺼내어 든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는 내키지않는 말도 과감 없이 질러대시는 시어머니다! .


다행히도 시어머니의 기도 덕분인지 , 그 말의 처방이 효과가 있었는지, 며느리는 이전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신기한 건, 그 후로 시어머니의 며느리=내 딸이라는 말은 감쪽같이 숨어버렸다.^ 아주 말끔하게.^


이제, 더 이상 시어머니의 처방약이 필요 없게 되어서인가?


아무튼 며느리는 내 딸,

시어머니의 순~ 거짓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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