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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Jun 02. 2021

시어머니의 돈 봉투

시어머니의 며느리 달래기


조기 한 마리로 당돌한 며느리를 한바탕 후려친 시어머니는 속이 후련했을까?   


예민한 며느리는 조기를 빼돌린 시어머니 때문에 잠을 좀 설쳤다. 며느리는 이 일을 남의 집일인양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해서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아들사랑을 은근히 내비치는 척하며 고자질을 했다. 뭐, 이러쿵저러쿵 조기 두 마리에 얽힌 사연을 낱낱이 일러바쳤다. 이번에는 남편도 어머니 흉을 대놓고 보며 나를 거든다.


"아무튼, 우리 엄만 못 말려!, 이모네는 먹을 것이 넘치는데 거긴 뭣하러 조기를 갖다 줬데?"


"그렇지?! , 이모님도 조기가 아까워 못 드시고 냉동실에 꼬~옥 묻어둘 텐데~"


남편은 내 의향을 벌써 알아차렸다. 뭐, 일단 조기를 못 얻어먹은 와이프도 안됐다. 하지만 시어머니께 조기를 구워드리고 싶었던 것이 며느리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시어머니는 그만 아들만 생각하느라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 거다.    


그래도 서운함은 눈곱만치도 없어! 하면 거짓말이다. "음, 오늘 하루 쉴까?~" 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어게인스터(against) 하며 땡땡이를 치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상사가 열불 나게 했다고 출근을 하지 않냐? 그렇지 않다.


시어머니는 어디까지나 고객이고, 며느리는 정부에서 돈을 받는 가사도움이다. 더구나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지 않나?.  어쨌든 좀 껄끄러운 마음을 달래며 얼굴을 부딪혀야 한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만한 일로 하루 빠지면 되겠는가? 혹, 며느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어머니가 좀~슬퍼(?)할 것 같다.^ 아마, 간밤에 시어머니도 기도드리며 반~듯하게 반성(?)하며, 후회까지 하셨을 것이다.^^


고로, 며느리의 할 일은 버젓이~ 시어머니의 얼굴을 뵙는 것이다. 무조건, 시어머니 집으로 출근이다!


"굿모닝~~ 어머니이~"


며느리는 그야말로 여우로 둔갑한 듯이 빙~긋했다가 활~짝 웃었다. 


"어~~ 어서 와~~"


시어머니는 특유의 소프라 노톤으로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편안한 옷으로 체인지하는 동안 조용히 성경책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표정을 안 보는 척, 슬그머니 훔쳐보았다. 어제의 분노가 가득했던 얼굴은 어느새 천사처럼 평온해 보였다.


"음, 오늘은 시어머니 상태는 오케이다. 간밤에 기도를 좀 하신 게 분명해."


며느리는 앞치마를 두르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런치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에 들어섰다. 그때였다. 갑자기 시어머니가 큰소리로 며느리를 부른다. 허~참, 바로 코 앞에 며느리가 보이는데도 메조 소프라 노톤이다. 뭔가 긴박한 상황일 때면 특히 그렇다.


"야~~ 이리 와 봐~~~~!”


"네? 어머니이~"


“너 , 며칠 전에 짜장면 먹고 싶다 그랬지?”


“예~예,”

시어머니는 장식 장안에서 미리 준비한듯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 30불 넣었다, 집에 가는 길에 짜장면 오더 해서 가져가”


“어머니이~, 제가 먹고 싶으니 사 드린다고 했잖아요?”


“아녀~아녀, 난 짜장면 싫어, 싫어~(좋아하시면서), 2인분용이니까 아들이랑 맛있게 먹어~”


그렇지, 며느리 가는 곳엔 항상 아들이 따르게 마련이지. 아무튼 며느리는 돈 30불을 땡큐! 하며 즉각 받아 쥐었다. 


“어머? 어머니이~ 뭘 돈을 주세요?”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는 웬만한 일은 대개 현금으로 행사하신다. 뭐 , 딱히 현금이 많아서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받은 돈을 모아서 돌리는 것뿐이다.


아들 네가 준 돈은 여동생에게 돌리고 , 조카딸에게 받은 돈은 아들네로 돌리는 식이고, 여동생한테 받는 돈은 조카딸에게 돌린다.


시어머니는 이런 형태의  돈놀이를 무척 즐기신다. 그 재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시어머니가 주시는 돈은 무조건 받아 챙기는 것이 장땡이다.^


그나저나 짜장면 값으로 받은 30불에 기분이 확~ 좋아졌다. 가사도움 이를 하면서 며느리에겐 10불 이상은 좀 큰돈이다. 한 끼 식사값으로도 충분하다.  


돈도 돈이지만, 며느리의 마음이 닿은 것은 하얀 봉투 위에 적힌 시어머니의 글이다.


시어머니의 돈 봉투


“짜장면 값 $30 준다

집에 갈 때 대북경에서 오다 해 가지고 가서

맛있게 먹어라”


미리 대북경(단골 중국 레스토랑)에전화하셔서 짜장면 두 그릇 값을 알아보셨다.

짜장면 2인분에 텍스(tax)가 포함해서 30불이면 넉넉하게 챙겨주신 편이다. 조기 두 팩이나 살 수도 있는 돈이다. 돈놀이를 즐기시니 계산도 확실하다. 딱 그만큼이다.


봉투 맨 아래에는 친절하게 대북경 전화번호까지 적어 놓으셨다. 시어머니는 짜장면 두 그릇으로  며느리에게 화해를 걸어오셨다. 


마음이 왠지 짠~해 온다. 며느리의 섭섭했던 기분이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봉투 안에 든 돈 30불은 며느리에게 마치 300불의 멋진 옷 한 벌처럼 여겨졌다. 뭐 화해의 뜻으로 돈 봉투를 받는 재미도 나름  솔솔 하니 좋구먼. 


내~참 , 시어머니란 이래 저래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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