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Jun 18. 2021

시어머니의 애정, 가사 도우미란

며느리는 시어머니 탐험 중

시어머니는 미국에서 가사 도우미로 은퇴하셨다.


 " 가사 도우미는 기특한 잡(job)이여!" 하며 일찌감치 그 신성함(?)에 대한 직업훈련을 실시했다.

행여, 좀 까칠한 며느리가 가사 도우미에 대한 소심한 편견을 가질까 봐서다.



시카고에는 지역사회의 한인들을 위한 복지센터가 몇 군데 있다. (참고로, 한인 복지회는 다른 주, state에서도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개인이 설립한 비영리 사회사업단체로,  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주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은 후한 편이다.


비영리 단체라지만 개인이 설립한 작은 회사로 넉넉한 재정의 뒷받침으로 많은 이익을 챙긴다는 후문도 있다. 그래서  한때는 영어가 능숙하면 너도 나도 노인 관련한 복지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붐이었다.


시카고의 대표적인 복지센터로는 내가 홈케어 관리사로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한울 종합 복지관이 있다. 그 외에 시카고 노인건강센터, 슈퍼 시니어 대학, 아리랑 노인센터 등이 있다.   


한인사회 복지센터에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개인과 가정에게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복지 프로그램, 이민/법률 프로그램, 공중 보건 프로그램 및 연장자 복지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다.


그중에 대표적인 서비스는 홈 케어 프로그램이다. 1989년에 개설되었고, 역시 일리노이주 노인국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앞에 언급한 노인 센터니, 노인 대학에서도 홈케어 프로그램을 연장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홈케어 프로그램은 연로하신 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거주하며 식사, 청소, 장보기, 외출 동반 등의 케어를 제공한다. 즉, 혼자서 거동이 가능하고, 양로원으로는 갈 필요가 없어, 단지 가사 보조가 필요하신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식으로는 홈케어 관리사( Home Care Aid), 편하게 말하자면, 가사 도우미다.


사실, 홈케어 관리사란 직업은 나에게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20년이 넘게 살면서 나의 관심과는 먼 일이랄까? 그랬다. 시어머니의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홈케어 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친근해졌다.


이전에는 가사도우미란, 마땅히 일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갖는 직업이란 인식이 전반적이었다.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미국에서 일 한 경력이 없는 사람, 나이도 많고, 영어도 안 되는 사람들이 갖는 일터라는 선입견만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위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가사 도우미들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실제, 가사도우미(홈케어 관리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중. 장년의 (50-60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직장 경력도 있는 엘리트 여성들이 대다수다. 한국에서 소위, 대학 출신의 여성들이며, 전직 교사, 공무원, 은퇴 간호사 등 전문적인 직업을 가졌던 사람 등 다양한 경력들을 자랑한다.


 게다가 중. 장년이 압도적인 것은 살림 솜씨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노인들의 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노인센터로서는 중. 장년을 선호한다.


얼마 전 , 홈케어 관리사 교육이 있어 줌 미팅에 들어갔다. 세상에! 중년이 넘은 내가 제일 젊었다. 큰 언니뻘되는 관리사님들이 수두룩했다. 노인을 위한 가사 도우미는 중. 장년에게 안성맞춤인 잡(job)이다.


이 연령대는 오피스 잡을 갖기는 힘들다. 흔한 식품점이나 식당, 세탁소에서 힘든 노동을 해야 한다. 반면 가사 도움이는 그에 비해 수월한 편이다. 고객인 노인 한 사람과 꿍짝이 잘 맞기만 하면 크게 힘든 일이 아니다.


노인을  돌보는 일이 적성에 맞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 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은퇴 후 시간을 때우면서 돈도 벌려는 목적이다. 그러기엔 가사도우미가 제격이다.


가사도우미로는 나처럼 가족인 경우도 많다. 아들은 고령인 아버지를, 딸은 엄마를 돌보는 일이다, 하지만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돌보는 경우는 좀 드물다.^


페이는 시간당이며 풀, 파트타임으로 동일하게 $15.50을 받는다. 올해 7월부터는 $16.50 정도로 페이가 조종될 예정이다. 나처럼 초보는 시간당 $14을 받는다. 그래도 이 정도의 페이면 훌륭한 편이다. 풀타임은 휴가, 건강, 은퇴연금도 지원받는다. 페이를 포함하여 모든 베네핏은 주 정부에서 제공된다.


이런 혜택을 받으니, 시어머니 표현대로라면 가사 도우미는 반 공무원(주 정부 공무원)이라는 말이 맞다.

미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은퇴하신 시어머니의 전직은 자칭, 한국의  자랑스러운 공무원이었다. 30여 년 동안을 공무원직에 있었던 당당한 커리어 우먼였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지사다.^


미국에 이민 왔을 당시에는 나이도 있고, 영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선 것이 가사 도우미다. 시어머니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이었다고 한다.


"가사도우미, 우습게 여기지 마!, 대단한 사람들이여~, 모두들 한 인물 혀~, 게다가 일~~ 류 멋쟁이들이여!”


전직 가사도우미셨던 시어머니는 현직 가사도우미인 며느리에게 톡~톡 한마디 하신다. 이처럼 시어머니는 열변을 토하며 마지막 시어머니 잡(job)에 대한 애정을 들어냈다.


“가사도우미도 할 만 혀!”


하며 한번 더 강조하신다. 마치 주 정부가 “연장자를 위한 가사도움이!  각종 베네핏이 보장됩니다!,  많이들 지원하세요!”라고 선전하듯이.


이런들 저런들 가사도우미는 고객 (다른 집의 시어머니)을 잘 만나야 한다. 막상 시어머니의 가사 도움이로 나섰지만 남의 시어머니는 좀 더 힘들 것 같다. 며느리도 좀 까칠한 데다가 당돌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지인 중의 한 사람이 가사도우미를 한 적이 있다. 좀 이상한(?) 고객(다른 분의 시어머니)을 만나 스트레스를 은근히 받았다고 한다.


내가 시어머니의 가사 도우미로 나설 때였다. 조카 레베카가 걱정스러운 듯, 재미있는 듯하며 한마디 던졌다.


 "이모는~  스스로 시어머니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걸 자처했어~~ 호호호~~"


시어머니가 훨씬 젊었을 때는 되도록이면 피해 가려고만 했다. 한번 욱~하고 그 성깔이 콩 튀기듯 따~다닥 일어날 때면 더욱 그랬다.


이제는 며느리도 나이들어가고 있다. 뭐, 어떠랴! 시어머니의 동굴이든, 소굴이든. 내심  시어머니의 동굴이 좀 궁금해졌다. 도대체 시어머니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시어머니의 진짜 속내를 알고 싶어 졌다.

.

그러니 며느리는 가사 도우미로 둔갑한 여우가 되었다. 일원 반푼어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어머니의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시어머니의 밥을 해드린답시고.


그 동굴속에는 우악스럽다가도 부드러워지는 시어머니의 변덕은 여전히 창궐하다. 게다가 시어머니의

구닥따리 삶의 역사들도 넘친다. 아직까지 풀어헤치지 않은 무슨 비밀같은것도 하나쯤 있지않을까?

음, 궁금해진다.   


아무튼, 지금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동굴 탐험 중이다.^



  





이전 05화 시어머니의 돈 봉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