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어드바이저

시어머니의 일상 멘토란?

by Blue Moon

시어머니에게 어드바이저가 있다. 말하자면 상담 고문이며, 조언자다. 시어머니의 일상생활에 관한 소소한 일들을 자문(?)하는 일이다.


누구나 상담 역할을 하는 최측근의 조언가인 멘토가 있다. 며느리의 어드바이저는 서울에 있는 엄마와 큰언니다. 시어머니의 상담 고문은 다름 아닌 아들! 아들이다. 만약, 아들 대신 딸이 있었다면 시어머니의 어드바이저나 멘토가 되었을 거다. 아쉽게도 딸이 없으니 하나뿐인 아들이 어드바이저가 되는 건 당연지사다.


시어머니는 완고한 데다 고집불통이시다. 젊고, 기운이 팔팔했던 시절에는 시어머니에겐 어드바이저 따위는 없었다. 독불장군처럼, 여전사처럼 날뛰었다는 것이 아들의 귀띔이다.


그렇게 씩씩했던 시어머니도 이제 노쇠해졌다. 정신은 펄펄 살아있지만 행동은 느려졌고, 걸음걸이도 쌩쌩거리며 걷지 못한다. 그러면서 아들이~아들이~란 말에 점점 무너져갔다.^


아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전율하듯 좋아라 하신다. 아들이 하는 말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매일매일 시어머니는 아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전화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듯,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일, 잘 끝났어~~~~?"


"엄마는~ 무슨 전화를 매일 해? “


“ 후훗~아들 목소리가 듣고파서 그랴~"


“엄마는~ 아들 목소리를 들을게 아니라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어야지~~"


"호호호~ 그건 그려~"


시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로 느끼기에도 아들의 위치는 상당하다. 하지만 며느리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무관심한 척할 뿐이다. 수긍이란 절대 없다. '내 비록 허리가 굽었지만 며느리에게는 굽히지 않으리다’라는 단호한 모습이다. 며느리가 뭐라고 좀 제안을 하면,


"그런 게 어딨냐?!"

"아녀~아녀~~" 하고 외칠뿐이다.


시어머니에게 던지는 며느리의 말은 별 힘이 없다. 허공에 뜬 구름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다.^ 사실, 최근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일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시어머니의 머리스타일이다. 무질서(?) 해도 너무 무질서하다.^ 직접 머리를 자르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미용실을 가지 않은 것은 오래전부터 다. 머리숱이 너무 없다. 핑계는 돈 주고 자르기가 아깝다는 것이다.(참고로, 돈을 드린다고 해도 사양이다)


그냥 손 가는 대로 머리를 자른다. 아파트 1층에 버젓이 미용실이 있는데도 도무지 가질 않으신다. 교회 갈 때나 외출 시는 모자로 이상한(?) 머리를 가린다. 마음 가시는 대로 자른 머리를 상상해보라! 뭔지 엉성하고, 깔끔해 보이질 않는다.


결국, 견디다 못해 며느리가 한마디 직선적인 발언을 했다.


"어머니이~ 머리가 너무 덥수룩해요, 인물이 안 나세요~~! “


"응? 이 머리가 어때서? 괜찮혀!"


다음엔, 매번 책을 바닥에 놓고 보신다. 햇살이 비치는 쪽이다. 밝아서 불을 켜지 않아도 된다. 테이블에 앉으면 어두워 대낮에도 불을 환히 켜야 한다.


전기요금 크레딧이 쌓여 있어 몇 달간은 납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테이블에는 앉지 않으신다. 고개를 잔뜩 떨군 모습이 불편해 보이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웬 청승이시람?'이라는 생각이 확~든다.


"어머니이~ 시력이 점점 나빠져요 ~ 테이블에 앉아서 읽으세요~”

"싫어! 아직 볼만혀! 그러고 여기가 더 편혀~”


게다가 더욱 애간장을 태우는 것이 있다. 허리가 점점 굽어져 가신다. 지팡이가 있는데도 짚지 않으신다. 남 보기에 우습다고.^


"어머니이~ 지팡이 짚고 다니세요! 등이 점점 굽어진다고요~,안 쓰는 지팡이 다른 사람 드려요??"


“ 싫다! 상관 마!”


대번에 노! 하신다.

여동생도 다리가 시원찮아 지팡이를 짚고 교회에 나오신다. 두 자매가 똑같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모습이 꼴~사납다고. 그러다 여동생이 지팡이를 짚게 되지 않았는데도 끝내 거부다.


이쯤 되면, 며느리는 아들의 이름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아들에게 있는 대로, 샅샅이 일러바친다. 어머니가 이러쿵~저러쿵~하면서.^ 그러면 며느리의 임무는 끝이다.


아들은 ‘ 내게 맡겨!’라는 말 한마디 없다. 내색 한번 내지 않고, 은밀하게 자문역할을 해낸다. 그 후로, 시어머니 집을 방문했다. 시어머니는 은근슬쩍 변해갔다.


"나 예약했어!" 하더니 미용실을 가셨고, 머리를 자르셨다. 그야말로 인물이 확~달라졌다. 예쁘고 단아하게.책은 데스크에 다소곳이 앉아서 읽으셨다. 주일날은 과감히 지팡이를 짚고 교회에 나오셨다.!


며느리는 어째, 속이 후련해졌다! 시어머니의 새침스러운 변화가 재밌고, 신이 났다.


며느리가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 엄마~~ 그러면 모두 아들 이름에 먹칠하는 거야~~~~!”


뭐, 복잡하게 설교할 것도 없다. 달래느라 마음 쓸 것도 없다. 폭탄선언과도 같은 아들~아들이란 말 한마디면 애브리팅 오케이다.^^


시어머니는 아들의 이름 , 그 명성을 위해 단 한 번에 고집 꺾기를 하셨다. 며느리도 어찌할 수 없는 일에는 아들 이름이 단연코 최고다.^


음, 그런 점에서 아들은 시어머니의 강력한 어드바이저가 아닐 수 없다. 아들이 하는 그 어떤 말이라도 시어머니에게는 모두가 사랑의 언어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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