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빈 말
“그까이꺼!"
이 말은 시어머니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다. 시어머니의 18번이다. 무슨 의사를 표현할 때마다 일단, 이 말부터 꺼낸다.
별 상관없어!, 괜찮아!라는 표현을 좀 더 세게 한 말이다. 속으로 싫든, 좋든 이 말부터가 먼저다.
가령,
"어머니이~ 불고기 좀 해 드릴게요~"
"그까이꺼~ 뭣하려 해!"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신다.
며느리가 맛있는 요리를 해 준다는데 싫으시다니? ' 호호호, 하하하'하며 좋아, 좋아를 연발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음, 이럴 때면 며느리는 갑자기 서~늘 해지면서 외로워진다. 무슨 꿍짝이 맞아야 신이 나는데.. 영 재미가 없다.^
처음에는, 시어머니의 이런 반응에 ‘어? 시어머니 이상해~'했다. 의사표현이 분명한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그까이꺼'란 말의 깊~은 뜻(?)을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그러시든 말든 사명(?)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막상,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시어머니 앞에 차려지면 시어머니는 완~전 다른 사람으로 둔갑했다.
“그까이꺼!"란 말은 온데간데없다. 식성이 좋아서인지 음식을 탐닉하듯 그릇을 싹~싹 비웠다.
시어머니는 이렇게 며느리를 놀리듯 몇 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까이꺼!' 하면서 며느리가 준비한 음식을 잘~도 드셨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시어머니의 '그까이꺼!'란 대답이 완전히 빈~말이라는 것을.^ 그냥 거절하는 척, 무심한척할 뿐이다. 사실은 선뜻 그려~, 좋아~라는 말이 시어머니에게는 어색한 일이었다.
단번에 그래! 라고 말하는 것이 염치가 좀 없는 일이라 여기시는 듯하다. 그래서 '그까이꺼'란 애매한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시어머니 세대는 한번 사양은 기본적인 예의다. 하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예의상 하는 멘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의상의 멘트가 사실은 거의가 예스!가 아닌가?
사실, 이런 예의상 멘트로 막심한 손해를 보고 있는 분이 있다. 시이모님이다. 그녀는 딸 이주는 용돈을 사양했다. “엄마! 돈 줘?' 묻는 말에 '괜찮아~' 해버렸다.
세상에! 돈 준다는데 사양이라니?! 미국에서 자란 딸은 예스!, 노! 가 분명하다. 단 한 번의 사양에 무심히 넘어갔다. 한 번쯤 사양이려니 하고 용돈을 덥석 쥐어주지 않았다. 시이모님은 이때부터 딸에게 용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뒤에서 은근 딸년을 나무랐다는 말만 들려질 뿐이다.^
시어머니 세대가 한번 사양은 예절이라지만 며느리에게는 예의상 사양 멘트라는 것은 없다. 베풀 땐 화끈하게 하고, 받을 땐 일초의 망설임도 없다. 그야말로 화끈하게 받아 챙기는 것이 며느리의 방식이다. 마음에도 없는 사양 멘트란 며느리의 삶에는 없다.^
한 번은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건방지게, 시원~ 하게 한 방을 날렸다~. 시어머니가 좀 더 강력한(?) 사양 멘트를 던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주말이었다. 마침 시어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단골 베트남 식당에서 쌀국수를 이인분 투고했다.
"어머니이~월남국수예요~"
"그까짓 거 뭣하러 사 왔어~~! 돈도 없는데~~! (참고로, 돈도 없는데 라는 말은 시어머니의 두 번째 빈말)
아니~월남국수 이인분 살 돈도 없는 며느리가 아니잖나? 와~ 너무 빈말이시다!라는 생각이 선뜻 들었다. '
‘그래~'이 한마디면 얼마나 좋아? 아무튼, 시어머니의 이런 식의 사양 멘트는 며느리를 뿔나게 했다.^ '그까이꺼'라는 말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어머니이~ 무슨 말씀이세요! 다 잘 먹자고 돈 버는데요~ 이까짓 꺼 얼마나 한다고요~!"
"호호호 히히~~~"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심상찮은 발언에 비실비실 웃기만 하셨다. '그래, 너 말이 맞아!'라는 기색이셨다.
그날, 그토록 큰 빈말을 던진 시어머니는 쌀국수 한 그릇을 단숨에 비웠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았다.
아~맛있다! 맛있다를 연거푸 외치면서^^
어~쩜, 이렇게 맛있게 드실걸 왜 빈말이시람?
며느리는 뚝하면 '돈도 없는데, 그까이꺼'라고 하는 시어머니께 정색을 하며 외쳤다.^
"어머니이~ 이제부터 그까이꺼라는 말 사양입니다!~~~”
그 후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맛난 음식을 하거나, 사 오면 그까이꺼"라는 일등 빈말은 하지않으셨다.^
시어머니 길들이기 매거진은 이어질 두 편의 스토리로 끝날 예정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