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성숙하고 있는 중
시어머니처럼 살지 않기, 살기를 말하려면 일단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를 좀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여든 넘은 시어머니의 밥을 해 드린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참고로, 앞글에서도 소개했듯이, 시어머니는 부엌살림을 하지 않고 살았다. 해서 밥, 반찬을 제대로 해 드실 줄 모르신다^) 그 덕택에(?) 주말마다 시어머니와 얼굴을 마주하고 지낸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제대로 만난 처음에는 좀 왁자지껄, 소음(?)이 있었다. 깔끔 떠는 며느리가 청소한답시고 시어머니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시어머니의 온갖 구닥다리, 고물 집기들을 내다 버리는 일 때문이었다. 뭐, 그렇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잠잠해졌다.^
그래도 각자 할 말은 한다. 시어머니가 퍽! 하고 소리를 치면 며느리는 그려려니~ 하고 잠잠, 무심한척한다. 며느리가 앙~앙거리면 시어머니도 어? 지랄하네~이러면서 슬쩍 비껴간다.^
이렇게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좀 특별(?)하다. 신경전과 긴장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친정엄마와 딸 사이는 아니고, 어떤 땐 이웃집 할머니와 아주머니 사이보다 못할 수도 있다.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니 "멀수록 좋은 사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다른 가문의 가족이다. 우선 세대가 다를 뿐만 아니라, 살아온 환경과 사고방식도 다르다. 서로 빚 나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며느리는 아들이 데리고 온 여자다. 귀한 아들 옆에 나타난 며느리는 마치 시어머니의 적수처럼 이리저리 저울질을 당한다.^ 잘해도 흥, 못해도 흥~이 시어머니다. 이런 면만 봐도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도마 위에 오르고, 내리는 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이런 기본 개념을 가지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살랑살랑, 고분~고분 하냐고 하면, 뭐 내세울 일은 아니지만
사실, 아니다.^
며느리의 원칙은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건 하고, 부담이 되는 건 노! 다. '예.. 그렇게 해볼게요~', 라든가 ' 아.. 어머니의 말씀대로 해 보겠습니다~'라든가 예의를 차리기 위한 애매한 대답과 태도란 없다. ^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향해 자유자재로 도마질을 하듯, 며느리도 사심없이 마음을 드러낸다. 가령, 피곤해서 쉬고 싶으면 "어머니이~ 몸이 안 좋아요~’ 하고 말한다. 거기가 시어머니 집이라도 주저 없이 드러눕는다.^
어쩌다, 떡 세 팩을 사서 며느리만 빼놓은 걸 알게 되면 "어머니이~ 저도 떡 좋아해요~ 담에 저도 주세요~네? '라고 속시원히 털어놓는다. 삐지고, 자시고 할밖에 야 차라리 마음을 드러내는 편이다.
이렇듯, 며느리는 아예, 시어머니의 아들 편애와 도마질에는 신경을 써지 않았다. (그런 이유인지 이상하게 아들은 시어머니의 불평을 잘 털어놓지 않는다. 어쩌다 들리는 말이 있어도 그래? 하고 끝나버리니 싱거울 뿐인가?^).
그냥 그려려니~, 시어머니는 다 그런 거지 뭐~하는 게 최고다. 며느리가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다. 단지, 며느리의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다.^ 안 그려려니하면 상당히 머리가 아프지 않겠는가?!
며느리에게는 시어머니는 변함이 없을 거고, 며느리는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된다.^ 시어머니는 어디까지 시어머니일 뿐이고, 며느리도 며느리일 뿐이다. 이런 스마트한 법칙만 생각하면 시어머니에게 큰 기대나 아쉬운 것도 없다.^
말이 좀 길어졌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이렇듯 특별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시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은 것이 한 가지가 있다. 무슨 흉이나 불만은 아니고 뭐랄까.. 며느리가 보기에 아! 이건 아니야~ 그런 정도다.
시어머니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잘~대접해주지 않는다. 푸대접도 그런 푸대접이 있을까?.. 먹을 것에서부터 온갖 물건까지 맛나고, 좋은 것이 있으면 이 동생, 저 동생에게 나누어준다. 심지어, 며느리가 사준 약이며, 화장품이며 옷이며, 백 등 새것이란 모두 동생들에게 주어 버린다.(참고로 동생들은 이런 도움이 필요 없음)
정작, 당신에겐 제대로 대접다운 대접을 할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다. 여행도 사치고, 돈 낭비라고 생각하며 도통 가질 않으신다.
허~참.., 무슨 재미로 사신담.. 며느리가 보기엔 살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노 프라블럼!이다. 어쩔 도리가 없다. 시어머니의 고집을 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자기 살맛에 사는 며느리가 보기엔 그저 마음이 착잡~우울할 뿐이다..단언컨대 며느리는 인심을 많이 얻지는 못할지언정 이렇게는 살고 싶지않다.^
그건 그렇다치고, 시어머니처럼 살고 싶은 것이 있다. 왠지 기운이 나고, 기분 좋게 말하고 싶은 일이다. 시어머니의 삶의 목표이자, 자랑거리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좋은겨~"
말대로, 시어머니는 베푸는 천사다. 시어머니는 둘째치고, 너무 베풀어서 문제라면 문제일정도다. 오래전부터 돈을 벌면서 나누어주고, 섬기는 일을 해 오셨다. 가족은 물론이고, 교회 목사님, 지인들을 섬겨왔다. 이미 젊은 시절에 온갖 옷이며, 구두며, 백이며 모두 가졌보았응께.. 더 이상 욕심은 없다고 잘라서 말씀하신다. 그것으로 당신에게 베푸는 일은 그만이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남에게 주는 건 좋은 것으로 하는겨!" 하면서 가치 있게 베푸는 것을 일등으로 여기신다.
며느리는 아직은 좀 이기적이고, 냉정하다.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계산도 하는 편이다. 시어머니처럼 베푸는 스킬이 필요하다. 계산 없는 동정과 연민도 필요하다. '주는 기쁨이란 그저 소소한 행복이여" 라는 마음을 닮고 싶은것도. 시어머니처럼 살고싶은것들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시어머니는 베풀며 사는 삶이 당신에게 잘하는 일이요, 사랑하고, 행복해지는 일이라 생각하시는것 같다. 그래서인가?.. 시어머니는 늘 풍족해 보인다.
좀 더 젊었을 때는 '이해하기 힘든 시어머니"였다. 이제는, 그리고 언제까지나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며느리가 그대로인것처럼.^
다시 일을 하면서, 시어머니의 밥을 해주는 일을 딱, 그만두지 못했다. 시어머니께 밥을 더 해드려야지~라는 효심 어린 마음이 앞선 것도 아니다. 희한한 게, 돈을 더 벌고 싶어졌다!. 아마.. 돈이 며느리를 붙잡은 것 같다.^
더구나, 며느리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 하나 생겼다. 매번 시어머니 집 문을 나설 때다. 문을 살짝 열고, 며느리가 가는 길을 빼꼼히 내다보는 시어머니의 모습이다. 백발에 구부정한 허리를 한 여든 넘은 시어머니의 모습이다. 그럴때마다 애잔한 마음이 든다. 음. 이건, 필히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붙드는 모양새 같단 말이지..^^ 아~몰라~모르겠어~
이제 며느리도 나이 들고 있다. 풀타임 직장에, 주말엔 파트타임으로 시어머니를 돌보고, 눈코 뜰 새 없이 살고 있다. 글도 틈틈이 쓰고, 독서도 해야 하고, 카메라 매고 여행도 해야 하고, 쇼셜 라이프도 즐겨야 된다. 아! 교회 봉사도 해야 한다. ^
이런 꿈을 펼치려니 며느리는 돈을 좀 더 벌고, 시어머니는 며느리 개발에 자금조달을 하는 협력자, 뭐 그런 셈이다. 며느리 사전에 이렇게 바쁜 적이 있었나?, 가슴 뿌듯하고, 살~맛이 난적이 있었나? 싶다.^
며느리의 라이프가 광란의 날처럼 소란스럽고 휘황찬란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조금 더 철(?)이 들어가고 있다고 할까? 좀 그렇다.^ 시어머니처럼 살지않기, 살기를 맹세(?)하면서 어떻게 늙어갈지를 고민도 하면서..
20,30대처럼 한창, 잘 나갈 때만 인생이 빛나는 줄 알았다. 누가 뭐래도, 며느리는 아름다워지고, 성숙하고 있는 중이다.^
아~뭐랄까?..
지금이야말로, 며느리에게는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며느리는 쎙~쎙 달리고 있는중이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