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원들은 사생활을 폭로하며 말을 턴다

미국직원들의 자기 소개서

by Blue Moon

우리 부서는 나를 포함해서 한국 직원이 두 명이고, 모두 미국인이다. 그것도 소위, 본토박이 미국인들이다.


미국인! 하면 대개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솔직한 편이다. 주로, 가정사에 관한 것들이다. 와~ 할정도로 쿨하다.


서로 얼굴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우린 한 솥밥 먹는 동료!'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말을 터기 시작한다.

이들이 말을 터는 데는 간단명료하면서 상당히 직설적이고 신랄하다. 마치 남의 일처럼 자기의 사생활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굳이 돌려 말하지 않는다. 뭔가 좀 포장을 하려고 끙끙거리지도 않는다. 그냥 질러댄다!.


예를 들면, '나, 동거 중이야, 지금 별거 중, 또는 이혼했어'는 기본이다. 엑스 허즈번(Ex husband-전 남편)이 지랄이야, '지금 남편은 세컨드, 엄마는 아빠랑 이혼, 10년 어린 남자 친구 있음, 우리 딸, 여자 친구 , 그녀는 게이야 '등등.. 이런 말들을 마구 마구 쏟아낸다. 상대방의 난감함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런 일을 증명이라도 하듯, 얼마 전 매니저의 고백(?)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새로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직원들과 얼굴을 익히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그녀와 일 문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말이 끝날 무릎에, "나, 바쁜 그랜마 (grandma)야" 라며 언뜻 그녀가 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말을 꺼냈다. 사실인즉, 막내딸이 10대 때 아이를 출산했다. 게다가 알코올 중독자였다. 법적으로 엄마의 자격은 박탈되었다. 그때부터 손녀(10살)를 지금까지 양육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 그래.." 하며 나도 뭔가를 털어내야 할 판이었다. "음, 나는 결혼했고.. 아이는 없어!"라고 나름 속내랍시고 털어놓았다. 사실상, 그녀와 나는 이렇게 말을 터기 시작 한셈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들 매니저의 속 사정을 알고 있었다. 매니저와 그녀의 여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작부터 말을 터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한동안 새로 온 직원들의 화통한(?) 말터기를 엿듣느라고 귀가 좀 따가웠다. 내 옆자리로 말 많은 두 명의 아줌마들이 뜨~윽 하니 자리 잡으면서다.


그들은 서로 이러쿵저러쿵하며 말을 맞추고, 하하, 호 호호하며 말문을 터기 시작했다. 이들은 상대방을 향해 우리식의 안면터기 인사법-나이는? 결혼은? 아이는? 학교는? 고향은 어디?.. 등의 질문따위는 아예 없다.


그저 자기의 슬프고, 어두운(?) 현실을 드러내느라 바빴다. 먼저, 보기에 강해 보이고, 활달한 일레이나가 툴툴거리며 속내를 털어냈다.


"나, 하이스쿨 졸업하자마자 집에서 쫓겨났어!, 엄마가 나가라고 했거든 제길~”


모두들 그 소리에 눈만 깜빡이며 잠잠~ 선배 언니와 나만 눈이 동그래지며 말했다.


“응?..”


"그때 난, 아직 10대였쟎아, 어쩔 수 없이 할머니와 살았어야 했어!..”


삐죽 인상을 쓰며 말은 투덜거렸지만 사실, 그녀의 눈엔 눈물이 살짝 고였다. 그 모습에 잠시 마음이 뭉클했다. 누구도 “그래서? , 어떻게 됐어?”라는 질문은 없다. 건너편에 앉은 캐티가 마치 응수라도 하듯 바로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나 얘들 어릴 때 망할 놈의 허즈번이랑 이혼, 어휴~ 그 인간이라면 지긋지긋해! "

그러다 그녀의 자녀들 (아들 하나, 딸 둘) 이야기를 하다 둘째 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최근에 걔가 다녀갔어 그녀의 걸 프랜드랑"


'걸 프랜드?'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들 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참고로, 미국인들은 잘 캐묻지 않는다) 갑자기,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선배 언니가 끼어들었다.


"음.. 캐티.. 딸의 걸 프랜드라면...?"


" 응! 우리 딸 게이야.!"


이때 오지랖 넓은 선배 언니가 또 한마디 묻는다.


"근데, 너는 그런것 (딸이 게이) 괜찮아?"


"응, 나 괜챦아 걔들 삶인데 뭐~"


직원들은 캐티의 솔직함에 모두들, "음, 그렇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누구도 더 이상의 질문공세는 없었다.


이렇듯 미국인들은 대개는 오픈 마인드다. (참고로, 그중에는 개인사, 가족사에 대해 함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그냥 드러낸다. 그런다고 남의 가정사에 대해 “ 있잖아~ 걔가~”하며 뒷말을 하는 사람도 없다. 그것으로 끝이다.


마음터기로 어둡고, 힘든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야 그들은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하나씩 꺼낸다. 가족이나 개인의 자랑거리, 이야기들을 은근슬쩍 쏟아낸다.


뭐, 안 좋은 얘기는 먼저, 자랑거리는 천천히.. 식의 말 터기다.

'나,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 과거가 있어! 나, 이런 사람이야!' 라는 식이 우선인 말터기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미국인의 사고방식에 맞는 말터기인것 같다. 상대방을 내 안에 끌어들이기식의 스마트한 사회생활이 아닐까?.


일만 잘하면 됐지~ 가 아니다. 이런 사적인 말터기가 일터에서 사실 도움이 된다. 일터는 제각기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아닌가? 간혹, 그녀의 (직원) 삐~닥한 행동에도 그냥 '그래~'하며 스무스하게 넘어갈때가 종종 있기때문이다.


미국 직원들의 대담한 말터기, 와~와~, 어머~하는 소리가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식의 통성명 (이름은?, 나이는? 고향은, 학교는? 결혼은?, 아이는?, 집은? 등등..)을 나누는 말터기보다 왠지 마음이 더 끌린다. 남의 개인사를 들어서가 아니다.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라서 좋다.


누구나 한 가지 정도는 굳이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것이 있지 않을까?

말터기에 '나 이렇게 살고 있고, 이런 사람이야~’ 하는 과감성도 결코, 나쁘진 않겠다.

여전히 새침 거리는 나는 뭐, 잘 될지 모르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Sue's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