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ree Spirit

그리스 여행 :산토리니-여행의 시간

산토리니의 낮과 밤

by Blue Moon

에게해에 떠있는 산토리니는 여신의 모습처럼 날씬한 지도 모양을 하고 있다. 제일 북쪽으로 이아(Oia) 마을이 절벽 위를 장식하듯 달려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조금 아랫부분에 있는 곳이 피라(Fira)다.


이아와 피라마을 중간에 자리를 잡은 이메로비글리(Imerovigli)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두 개의 마을을 이어주는 역할도 하면서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나란히 산토리니 섬을 장식하듯 있는 세 개의 주요 마을은 멋진 에게해를 바라보고 있다. 어디를 가도 멋진 뷰를 볼 수 있다.


자! 이제부터 여행의 시간을 더듬이며 추억 속으로 떠난다!


피라 -Fira

루프탄자 에어라인의 갑작스러운 캔슬로 우리는 2번의 경유를 거쳐 드디어 피라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전 세계에서 그동안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던 여행자들이 몰려든 듯, 공항은 가는 곳마다 북새통이었다. 어둑해질 무렵에야, 우리 모두는 한 시간 간격으로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숙소

피라는 산토리니의 중심가요, 메인 타운이다. 산토리니를 여행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숙소는 피라마을의 번잡한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조용한 곳이었다.


지중해가 보이는 근사한 뷰는 없었다. 대신 침실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가면 예쁜 마을이 보이는 테라스가 있어 좋았다. 게다가 조금만 걸어 나가면 어디든 바다를 볼 수 있고, 관광명소, 샤핑 거리. 약국, 가게 , 카페, 식당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메로비글리나 이아마을은 버스로 잠깐 갈 수 있는 곳이라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특이한 건, 숙소의 물이었다. 세안을 하는 순간 ‘어? 이거 뭐지?’라는 말이 툭 튀어나온다. 물이 옅은 소금물 맛이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산토리니가 뚝 떨어진 섬이다 보니 바닷물을 정수해서 사용한 것이고, 그것도 백 프로 정수된 물이 아닌 거야..라고 우리들끼리 이런 추측을 하고 ,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샤워를 해도 뭔지 개운하지 않다. 머리를 감아도 푸석하고, 얼굴도 끈적거린다. 처음에는 얼굴이 너무 촉촉해~라고 착각했다. 알고 보니 소금기 때문에 끈적거리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물 사건이 한번 터졌다. 샤워가 막 끝날 무렵이었다. 갑자기 물이 뚝 끓어졌다. 황당했다. 마침, 마시려고 사다 둔 1리터짜리 물 두병으로 샤워를 마무리해야 했다. ^ 그 물로 머리도 헹궜다. 순수한(?) 물이 얼마나 좋았는지..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다음 날은 저녁 무렵쯤이었다. 전기가 확 나가버렸다. 더위에 지쳐 에어컨 바람을 쐬며 침대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음. 이곳이 천국이네 그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기가 나가버린 것이다. 중성급 호텔이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여행지에서 물이 끓어지고, 정전이 된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일층에 있는 호텔 프론터에 가서 따지고, 어쩌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디서 대기하고 있었듯이 금방 나타난 전기 기술자와 직원들만 분주히 오고 가는 모습만 보였다. 그나마, 물이 정지되고 정전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산토리니는 마치, 먼 옛날 시골집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호텔방의 테라스에서 물끄러미 저녁 하늘을 보며 혼자 구시렁거렸다.


'그래, 여기가 바로 산토리니 섬이쟎아!’


날씨

산토리니의 날씨는 정말 좋다!. 코발트색의 에게해와 절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구름 한 점 없는 연푸른 하늘과 강렬한 태양이 있는 곳이다.


한 여름은 물론이고, 10월까지 덥다. 상상하건대, 한 여름은 여행이 힘들 것 같다. 뭐,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더위를 피해 9월 중순에 갔는데도 너무 더웠다!. 일기예보는 여행하기에 좋은 날씨!라고 했지만. 어찌 된 것인지 도착한 날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호텔 직원은 “어머 날씨가 이상해요!, 이때쯤이면 이 정도로 덥지 않은데요..” 했다.


무더운 날씨와 섬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산토리니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그룹은 드물게 보였다. 계단이나 언덕을 오르내려야 하는 일이 많다. 사실, 이런 이유로 다리가 불편한 시이모님은 오지 못했다.


산토리니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지로는 별로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들이 없는 곳이다. 어쩌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를 본 적이 있긴 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와 부모가 더위에 무척 지쳐 보였다. 여행이 제대로 될 것 같지가 않았다.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도 거의 보지 못했다. 배낭을 멘 아가씨 한 사람과 허름한 옷에 멋진 카메라를 맨 어느 노년의 사진작가 정도다. 대개가 청년들과 장년의 커플족이다.


그 외에 젊은 노인그룹들(여행을 하기에 건강하고 거뜬히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크루즈 여행을 온 사람들인 듯해 보였다. 매일 피라 항구에 도착하는 크루즈 배에서 내린 이들은 산토리니의 멋진 날씨를 만끽하며 다니는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산토리니는 희한하다. 해가 지면 가을처럼 서늘하다. 지중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하다 못해 쌀쌀할 정도다.


밤이 되면, 이 바람이 산토리를 덮친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단숨에 식어버린다. 어떤 날은 거리의 나뭇가지들도 꺾어질 듯한 기세로 세차게 불어댄다. 한컷 차려입은 여인들의 치맛자락은 바람에 살랑거리고, 머리카락은 물결치듯 기분 좋게 얼굴을 스친다.


이때쯤이면 , 하얀 섬도 알록달록하게 치장한 처녀들의 옷차림처럼 화려한 불빛으로 반짝인다. 마치 검은 바다 위에 떠있는 보석 같다.


이런 날씨의 산토리니는 마치, 연인의 섬 같다. 신혼여행을 온 커플은 물론이요 , 나이를 막론한 세계의 연인들은 산토리니로 몰려든 듯했다.


태양과 짙푸른 바다, 밤이면 예쁘게 반짝이는 섬. 거기에 걸맞은 고즈넉한 가을바람이 있는 산토리니는 누가 보아도 연인들을 위한 섬이다. 연인들은 거리와 골목, 카페와 식당에 앉아 바람이 부는 에게해의 고독과 낭만을 즐긴다.


낮과 밤이 아름다운 산토리니는 그지없이 로맨틱하다.



피라마을 의 저녁무렵과 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스 여행 :산토리니 -에게해의 하얀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