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ree Spirit

그리스 여행 :산토리니-여행의 시간

조그만 마을-피라에서 느끼는 향수

by Blue Moon

음식

피라에 도착한 첫날은 숙소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가정집인 듯 , 조그마한 마당에 그럴싸한 식당 공간을 꾸며놓은 곳이었다. 장시간의 여행으로 지친 데다 허기지고 , 시간도 늦었다. 우리는 일단 먹자!라는 식으로 지체 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상냥한 여주인의 추천을 받아 메뉴가 맛있게 보이는 것은 고루고루 오더 했다. 메뉴 이름만 대충 보고 먹은 음식들은 그리스의 메인 요리였다. 기로스(Gyros)와 곁들여 나온 빵, 수블라키(Souvulaki)라고 하는 돼지고기 꼬치, 샐러드와 감자튀김 등은 우리 입맛에 딱 맞다. 맛있다!


기로스는 미국에서 먹는 맛에 비해 색감도 좋고 , 맛도 훌륭했다. 게다가 기로스를 싸 먹는 빵은 어찌나 쫄깃한지.. , 돼지고기 꼬치구이는 한국식 포장마차 음식 같아 맥주 한잔과 절묘한 맛을 느끼게 했다. 우리는 모두 첫날의 그리스 음식에 흡족했다. 여행이 즐거울 거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았다.


여행과 음식은 하나의 공식처럼 꿍짝이 잘 맞아야 한다. 여행 중에 나는 먹는 일에 열중하는 형이고, 다행히도, 우리는 '아무튼 잘 먹자!' 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침에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여유 있게, 잘 챙겨 먹었다. 점심은 간단하게 가져간 컵라면이나 과일, 스낵 정도로 해결했다. 과일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피라에서는 과일이 귀하다. 신선하지도 않다. 방울토마토가 그나마 제일 흔하다. 달콤하고, 맛있다.


그리스는 비가 일 년에 다섯 번 정도 내린다고 하니, 과일이 귀한 것 같다. 과일 타령은 이쯤 하고, 저녁은 훌륭하고 푸짐한 그리스 음식을 먹었다.


나는 여행지에서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그냥 발길 닿는 데로 분위기가 그럴싸한 곳을 불쑥 가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한 여행이다. 디너를 위해서 호텔에서 추천한 식당과 동네 어귀에 있는 좋은 식당들을 이용했다.


우리가 주로 즐겨먹은 음식은 각종 생선이 가미된 해물 세트와 파스타였다. 일행이 그룹일 경우 , 해물 세트를 권유한다. 홍합, 조개, 올리브 오일에 살짝 구운 생선, 낙지, 오징어 구이, 게 등등이다. 뭐, 해산물 종합세트라고 하면 될 것 걷다. 특히, 오징어 구이가 일품이다! 버터를 발라 기름에 살짝 구운 듯,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향내가 난다. 그 맛이 일품이다. 어머! 시카고엔 너무 흔한 오징어야, 이렇게 요리해서 먹어야지~라고 맹세할 정도였다.


호텔에서 알려준 곳들은 한결같이 바다의 뷰가 보이는 멋진 레스토랑들이었다. 음식 맛도 훌륭하다. 선셋을 눈앞에서 보며 즐기는 저녁은 환상적이다. (참고로, 굳이 이아-Oia 마을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이렇게 매일 밤이면, 에게해의 미친듯한 절경에 빠졌다. 얼굴이 빨~개 지도록 와인을 마시면서.

분위기, 선셋, 굳 푸드, 굳 서비스, 굳 프라이스가 모두 맞아떨어졌다.


어떤 날은 타운의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타운 입구에 있는 곳이다. 매일 우리는 어디를 가도 이곳을 지나서 돌아와야 했는데 , 그럴 때마다 문 입구에서 호객하는 노인 한 분과 마주쳐야 했다. 매번 우리를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을 했는데, 그 정감이 통했다. 할아버지를 봐서라도 한 번은 꼭 가서 먹어야겠어!'라는 마음으로 들른 곳이다.


동네 식당은 소박한 데로 인심도 좋았다. 여종업원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루마니아에서 온 그녀는 유난히 몸매가 발레리나처럼 가늘고 예뻤다.


고국에 있는 부모님이 생각나 우리와 함께 한 어르신을 보고 과일 서비스에 디스 카운터까지 해 주었다. 한국사람들에게 친근한 것이 알고 보니, 크루즈 여행을 오는 한인들의 전용 식당이었다.


뭐, 멋진 뷰는 없었지만 피라에서는 골목길에 있는 식당을 한. 두 번 정도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피라마을-멋진 선셋을 보며 저녁식사를


마을을 돌아다니며

피라 마을에 도착하면 첫눈에 와~예쁘다~, 사진 그대로야! 하는 말이 금방 튀어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어? 뭐야? 섬이 너무 초라하잖아? 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그토록 멋진 에펠탑도 실제로 보면, 녹슨듯한 거대한 철물 조각 같다. 그처럼 피라도 섬 꼭대기에서 에게해를 바라보고 있는 뷰가 최고다. 마을 속에 잠긴 듯 있을 땐 , 이 섬의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피라는 마음이 끌리는 향수가 있는 곳이다.


여행은 쉬어가면서

우리는 여행 첫날, 아침을 여유 있게 먹고, 느긋이 나섰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타운이고 몇 안 되는 관광명소가 있으니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작은 섬이라 관광하듯 어디를 가자!라고 정하지 않았다. 그냥 마을을 돌아다녔다.


산토리니는 9월인데도 햇빛이 강렬하다. 오전 10시쯤부터 더워지기 시작한다. 조금 걷다 보면 땀이 나서 메이컵도 지워지고 , 모자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 너무 더워 다니기 힘들 정도다.


젊은이들은 한낮에는 더위를 피해 해변으로 몰려가고, 서늘한 밤에는 피라 타운이 그들로 가득 차는 이유다. 이것이 젊은이들이 피라를 여행하는 방식이다.


다음 날은, 우리는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타운을 지나 긴 골목을 빠져나가면 절벽 위 해안도로를 만난다. 그 길을 산책하면서 선라이즈를 보았다. 고요한 피라를 느끼고 싶다면, 번잡하지 않는 서늘한 아침에 피라 골목골목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그러다 햇빛이 쨍한 무더운 한낮에는 휴식을 하면서 놀았다. 각자 수영이나 독서, 낮잠 등 하고 싶은 놀이 (해변 걷기, 케이블카를 타는 등)를 하며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룹으로 여행 시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해가 좀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 하루 중 두 번째 여행 타임을 시작한다. 젊은 그들처럼 옷도 차려입고 , 타운으로 슬슬 걸어 나간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식당을 빠져나오면 이미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때부터 우리도 사람들에 휩쓸리듯 , 서늘한 바람이 부는 해변도로를 걷는다. 그 길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좁은 골목길을 만난다.


골목마다 양쪽으로 들어선 상점들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리는데, 여기를 절대 지나칠 수 없다. 무조건 샤핑이다. 여기서는 인내를 가지고 잘 골라야 한다. 저렴하다고 이것저것 사면 후회하기 쉽다.


팁이라면,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선물용품이나 가정용 소품, 액세서리, 장식품 등을 살 때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 선물용이나 두고 쓸 수 있는 것들은 돈을 좀 더 주고 사는 것이 후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 풍경

피라마을은 관광지라기보다 작은 섬마을에 잠깐 다니러 온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냥 돌아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다.


피라에 도착한 첫날부터 우리를 반긴 것이 있다. 골목마다 길가의 담장 너머로 멋들어지게 핀 붉은 핑크, 부겐베리아 꽃이다. 예쁘기도 하면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하얀 피라 섬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여인들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멋들어지게 늘어진 꽃 아래서 카메라를 들이대기 일쑤다. 대번에 부겐베리아에 빠져든다!.


특이한 건, 부겐베리아만큼 흔하네! 하는 것이 있다. 개와 고양이다. 하루키 작가가 그의 에세이집 먼 북소리에서 개와 고양이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주인이 없는 듯 다소 허기지고 , 날씨 탓인지 축 늘어진 외로운 개와 귀여운 고양이들을 거리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섬과 개, 고양이는 서로 외로움을 함께 달래고 있는 듯했다.^


이런 풍경들이 어우러진 피라마을은 정겨움이 있는 곳이다. 어릴 적 가 본 옛 시골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피라는 비포장 도로가 흔하다. 그것도 작은 돌멩이가 발에 치일정도다. 걸어 다니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그런가? 자동차에다 소형 오토바이와 무식한 4륜 오토바이(ATV)들이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다닌다.


부~우웅 붕붕 하며 엄청난 소음을 내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개의치 않을 정도다. 매번 까무러칠 정도다. 보행자가 이들을 피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이런 걸 보면 미개발된 어느 시골 동네에 와 있는 딱 그런 느낌이 든다. 첫날에는 이런 무질서함에 짜증이 났지만, 이런 소음도 하루 이틀 지나면 그려려니~ 하게 된다.


피라의 또 하나의 정겨움은 버스정류장이다. 한국의 80년대 시골의 정류장과 같다. 비포장된 좁은 정류장에 대기실인지 정류장인지 구분이 없다. 사람들과 차가 막 엉키어있다. 그 좁은 곳에 대형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파킹을 하는 것이 신기하다. 티켓 매표소도 형식적으로 있다. 실제 버스표는 차를 탈 때 직원이 바로 끓어준다. 앞에 있는 구멍가게 역시 시골 가게를 연상시킨다.

가판대에다 물건을 놓고 조그만 창구 너머로 돈을 주고받는 식의 가게다. 매서운 눈초리의 주인장 할머니도 재미있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마치 오랜 향수에 젖어드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다.


피라 마을

피라 골목에서 만난 갤러리 샵과 부겐베리아 꽃


이아(Oia) 마을

이아마을은 산토리니 북쪽에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절벽 위를 깎아 이룬 하얀 섬이며 산토리니의 핫 스팟, 포토존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이아마을의 성곽 위에서 보는 선셋은 유명하다.


우리는 이아마을은 잠시 방문했다. 호텔에서 소개한 멋진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였고, 근처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반나절 동안만 돌아다녔다. 더운 데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아마을은 한번 방문하는 것으로 족했다. 개인적으로 난 피라가 좋았다. 선셋은 물론이고, 호텔, 음식, 사람들, 마을 모두가 마음에 들었다.



이아(Oia)마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스 여행 :산토리니-여행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