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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Dec 16. 2022

이상형이 아니라서

지인 중에 사십이 훌쩍 넘은 노총각이 있다.  그 나이 되도록 혼자 살려고 작정한 독신주의?~는 아니다. 사실, 그는 무지 결혼이 하고 싶은 남자다. 결혼한 사람들이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그만큼 결혼이란 그에게 소망단지 중에서도 일등 꿈이다.


그는 자칭, 로맨티시스트요, 어디까지나 하루를 살더라도 "이상형과~" 이런 주의다. 그 이상형을 찾아 이미 구만리나 나선 남자다.


키도 크고, 운동도 해서 체격도 좋고, 신앙심도 있고, 성실하고, 뭐 인물도 그만하면 무난하다. 이런 그는  교회의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들이 보기에 아들처럼 가엾고 울적해 보인다. '아이고~ 여태껏 그러고 있어~'하면서. 그래서 서로 경쟁하듯 짝을 찾아주려고 나선 지도 오래전이다.


이런 호사에 힘입어 이미 많은 소개팅을 통해 아씨들을 만났다. 그중에서 나름 썸을 탄일도 몇 번이나 있다. 하지만, 웬일인지 나이 좀 먹은 사람들끼리의 연예란 될 듯, 말듯 줄다리를 하면서 골인까지는 잘 되지 않는다.


세상만사 단번에 오케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그가 맘에 좀 든다 싶으면 여자가 시큰둥하고 만다. 반면에 , 여자가 좋은 반응을 보이면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좀 이상형이 아니라서~' 하면서.


그의 이상형은 외모도 호감이 가야 하지만, 무엇보다 몸매가 좋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마른 형보다 볼륨 있는 여자가 좋단다. 그가 말하는 볼륨이란 육감적인 몸매가 아니라 건강한 몸매라고 한다.


이 말이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다. 교회에 그와 또래의 노처녀 아가씨가 있었다. 조용하고,  얌전한 아가씨라 나도 마음에 들어 친하게 지냈다.


교인들은 그 두 사람을 연결해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도 , 아가씨가 그를 더 마음에 들어 했고,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그 아씨는 그가 천생연분이라는 확신까지 든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둘이 얼마간 데이트를 좀 하는가 싶더니 그만 끝나고 말았다. 아씨는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한 탓에 다른 곳으로 교회를 옮겨버렸다.


그에게 확인 결과, 그녀가 먹는 것을 너무 가리고, 삐쩍 마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


얼마 전에 가족들 식사 모임에 그를 초대했다. 그는 여전히 열심히 아씨를 찾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모발을 심었다고 한다!. 최근에 자꾸 앞머리가 빠져서 고민이었는데,  급기야 모발이식을 했다고 한다. 장가가는데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다.^

게다가 여복이 많은 건지, 인복이 많은 건지 꾸준히 소개팅이 들어온다고 한다. 아니면 각종 모임에서 만나기도 한다. 그러니 머리를 심는 일도 그에겐 큰 결단(?)이었지 싶다.


주위에서 적당하게 해~라고들 하지만 아직도 이상형에 대한 기대를 낮춘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아니, 이제껏 찾아다닌 시간이 아까워 절대 포기란 없다!


글쎄.. 이상형이라면.. 처음부터 야무지게 이상형~하고 찍은 후,  결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래 저래 결혼해서 사는 우리(남편과 나)도 결혼을 하고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어도 너무 있는 사이라는 것을~.


이상형이란, 어째 결혼한 후에야 분명히 알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결혼은 이상형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가지게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그가 지금까지도 고집을 꺾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에 할 말이 없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지금에서야 ‘그냥 대충 하세요~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결혼이 늦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 부럽기도 하다. 그 나이에도 성급하게 굴지 않으니 여유도 보통이 아니다. 아무튼 파이팅이다!


'이상형이 아니라는데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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