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Feb 17. 2023

친한 사람과 친하지 않아요


나는 많은 사람과 친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까운 친구를 여러 명 만들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는 두 명 정도다. 두 사람모두 나랑 일대일로 친한 사이다. 게다가 이 친구들이랑 친하지만 죽고 살기로(?) 친하지 않는다.


그건 좀 있다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친구를 많이 만들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인간관계가 좋기 때문이다. 친구가 여럿이다 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관리도 해야 된다. 가령, 전화도 자주 하고, 얼굴도 수시로 봐야 하고, 가끔은 잡음도 견뎌야 하고.. 등등.. 난 이런 것을 잘 못한다.  아무튼, 여러 명의 친구와  친한 일은 나에게  버거운 일이다.


이런 생각을 처음부터 하게 된 건 아니다. 삼십 대쯤, 그때는 한창 노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 당시에 취향이 비슷한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이미 여러 명의 친구가 있었고, 새 친구를 만드는 일에 아주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나도 그녀의 새 친구 중  한 사람이었다.


이런 그녀와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략, 2년 쯤될 무렵이었을까, 그때부터 그런 모임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개인적으로 우정을 쌓을 기회도 없을뿐더러,  그저 시끌벅적한 친목회로 갈게 뻔했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부터는  조금씩 그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급기야는 그룹을 아예 탈퇴(?)해 버렸다. 그때부터 편안한 인간관계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친한 사람은 두세 사람정도가 좋지.. 하며 생각한 계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친한 친구란  전화수다는 물론, 생일을 챙겨주고, 밥을 함께 먹고, 집을 편하게 들락거리고, 서로의 허물도 나누는가 하면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도 하는 그런 사이다.


그런데, 나는 이 친구들과 수시로 이런 일들을 하며 지내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그게 무슨 친한 사이야? 하고 반문하겠지만 뭐,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한결같이 꿍짝이 맞는 친구를 만나냐?,  그건 아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양한지라 그게 좀 문제다.


우선 , 두 친구 얘기를 좀 하자면, 두 명의 친구 중 한 사람은 처음부터 장단이 잘 맞았다. 그녀는 내가 다니는 치과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거의 10여 년간을 얼굴을 보면서 지냈다. 그때마다  조금씩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어느 날 마음이 맞아 식사 한 끼를 하면서 친구가 된 사이다. 그렇게 조금씩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다른 친구는 나에게 언니뻘이며 어른 친구다. 워낙 성격이 괄괄하고, 화통해서인지 막 달려오는(?) 스타일이었다. 사실, 나는 처음에 이런 타입의 그녀가 무서웠다.^


그렇긴해도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제동을 좀 걸었다. 그녀와 오랫동안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먼저 내쪽에서 줄다리기 연습을 조금씩 했다. 확-다가오면 좀 뒷걸음질을 하고, 조금 멀어질 무렵에는 내가 다가갔다. 이런식으로 몇 번의 조율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상대방도 나와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 여유가 생겼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또 내가 어리다고 서로 허물없이 언니, 동생 하며 지내지 않는다. 그녀는 나에게는 그저 어른 친구이며, 나는 그녀에게 어린 친구이다.  하지만 싫은 소리도 슬쩍 ~할 만큼 깊어졌다.


가까울수록 멀리하라는 말은 이런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친한 친구 간에도 간격이랄까, 여유가 필요하다. 이것만 제대로 유지하면 친구사이에도 예의가 있게 된다. 무엇보다 서로가 지루하지 않게 되는 비결이기도 하다.


간혹 , 주위를 돌아보면, 하루아침에 관계가 깨지는 경우가 있다,  성급하게 가까워지고, 너무 친하게 지내다가 우연히 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다.  나는 이런 점이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급하게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 천천히 다가가고, 조금씩 만난다.


귀할수록 아낀다는 말이 있듯이, 친구도 그렇다. 오래 묵어두고 , 더 알고 싶어질 일이 생길 때쯤 , 자연스럽게 마음에 신호가 온다. 아! 만나야 할 때라고.


이런 친구는 가끔 만나도 익사이팅하고, 이야깃거리가 쏟아지고, 즐겁기만 하다. 롱~런 하는 만남을 위해 나는 친구와 친하지만 친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형이 아니라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