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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pr 07. 2023

결혼 서두르지 마!


'나! 조만간 결혼할 거야!'


그녀(조카)가 대학을 졸업하고, 겨우 사회 초년생으로 첫출발을 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때 마침 그녀는  사랑에 폭~ 빠져있었다. 그야말로 열애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덜렁, 결혼선언을 했다.


"뭐? 이제 겨우 25살인데, 결혼을 한다고?!"


서울에 있는 언니(그녀의 엄마)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국아씨들은 그 나이에 절대 결혼  안 하거든!"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참고로, 언니는 뭐든지 한국과 비교를 한다)  


그녀는 곧 대학원입학도 서둘러야 했고, 물론, 그 과정을 다 끝내야 한다. 게다가,  사회적인 커리어를 좀 더 쌓는 것도 일이었다. 결혼은 그다음이었다. 우리가 그녀에게 기대하고, 권유한 결혼 커트라인은 스물아홉살아니면 서른쯤이었다.


그런데 사랑하나 만 믿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다고?, 더구나 사귄다는 남친은 언뜻, 듣기에 언니의 기대와는 영~ 먼 사윗감이었다.^ 그런데 뭘 보고 결혼이라고? 하며 온 집안이 난리가 났다.


"친구들 다 결혼한 단말이야~~"


맙소사~ 그녀는 결혼이 먼저, 공부는 그다음이라며 우리에게 정식으로 항의했다. 그녀의 마음을 더욱 갈팡질팡 혼란하게 한 것은, 친구들의 연이은 결혼이었다.  


대개, 미국에서는 대학졸업 후 (연령대가 23-25살) 직장을 가지고 , 일을 시작하면서 결혼을 한다. 어떤 친구는 졸업 후 의대 입학허가서를 집어던지고 결혼을 하고 , 또 다른 친구는 약대졸업 후 주부가 되는 게 꿈이라며 직업을 포기하면서 결혼을 했다. 이런 걸 보고 주위의 영향력이란 게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게다가, 그녀의 장래 시댁은 대가족이고, 어마한 시집살이가 예측되는 결혼이라는 것이 언니의 생각이었다. 섣부른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니는 딸에게 얼르고, 달래는 시늉으로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결혼 이른 나이에 하면 안 되는 이유,


빨리 하면 너무 질려!

기나긴 (?) 결혼생활을 이어가려면 좀 늦은 결혼도 괜찮다.


일단, 결혼을 하면 "너 만의 자유와 인생은 없어!. 일해야 하고, 가사, 육아, (자녀가 생기면), 남편, 시댁 챙기기, 게다가 심바(애견)까지 돌보야 하쟎냐?! 너! 지금 심바도 시간 들고, 돈 들고 키우기 힘들어 죽겠다며!"


"어떡할래?"


여기쯤에서 집안어른들과 충돌한 레베카는 꼬리를 슬그머니 내리는척했다. 다행히도 큰 잡음 없이 우리와 합의(?)를 했다. 일단,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다.  결혼은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남자 친구와의 연애는 지켜봐 달라고 했다. 뭐, 이런 식으로 그녀의 결혼타령은 급한 불을 끄듯, 수그러들었다. 그러다가 그 넘의 친구들이 또 한바탕 술렁거리면 어디서 슬그머니 결혼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아, 친구들이 부러워죽겠어~ 걔들은 일도 안 해!, 예쁜 아이 낳고, 매일 아기 사진들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고.. 자랑하기 바빠~,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하며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그녀에게 결혼이란, 일하지 않고, 아이만 키우면서 남편과 함께~ 그저 낭만이 우르르 쏟아질 거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언니는 "그게 말이야~ 겉으로 좋아 보이는 거야!, 집안살림하고, 얘 키우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 일도 아니고, 남편이랑 매번 하하, 호호~ 할 것 같아?!, 낭만이고, 뭐고 개코도 없거든! 해 버렸다.^(참고로, 언니와 나는 그녀가 결혼을 해도 전업주부가 아니라 전공을 살려서 커리어우먼으로 사는 것을 권유함)


'음, 그게 그럴까?' 하며 그녀는 뭔지 혼란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어쩔 수 없이 드센 엄마의 기에 살짝 꺾여 일을 하면서 대학원공부를 시작했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하고, 연애도 열심히 했다. 그쯤, 그녀의 남친도 사윗감으로 인정을 받았다. 실제, 만나 보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청년이었다. 언니가 생각한 벼슬 높은 감(?)은 아니었지만, 뭐 둘이 꿍짝이 잘 맞는다니 내가 중간에서 중재를 좀 했다. 그다음은 둘이 헤쳐나갈 문제다.  그건 그렇고 , 시간이 좀 지난 후였다. 어느 날, 레베카는 또 깜짝 선언을 했다! 


 "응~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어!"


"뭐? 왜?~~~~~~" 우리는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결혼을 연기한다고!"


둘 다 공부를 끝내야 하고, 돈도 더 벌어야 해서 결혼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청혼받고 싶어 안달하던 그녀가 남자 친구에게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것도 약혼반지를 준비했는데. 


우리는 속으로  "허~참 잘 돼가네~" 했다. ^ 하지만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가 좋다 못해 수상(?)쩍었다. 확인결과, 그간 딴에는 한국의 수많은  블로그를 방문했다. 결혼과 시댁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읽고 간접적인 경험을 했다는 것이 그녀의 고백이었다. 게다가 꿈을 접고, 사랑하나 만 가지고 성급히 결혼하고 주부가 돤 친구들의 소식이었다.


. "아~글쎼 그 친구들 지금은 죽겠데~ "하며 친구들의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의대와 약사를  포기하고 주부로 사는 절친들은 이제 짜증이 나고 힘들다고 한다. 독박육아에 하루종일, 일주일 내내 아이하고만 지낸다. 아이는 너무 예쁘지만  집에만 갇혀있자니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다고 한다. 홀로 외출해 본 지도 이미 오래전이다, 바깥세상이 , 친구들이 , 싱글라이프가 그립다고 푸념들을 마구 쏟아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말했다.


"야!  네가  부러워!"


그녀는 잘난 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말했다. 

"뭐, 지금도 나쁘지 않아, 결혼 커트라인까지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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