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Apr 25. 2023

쌀쌀맞은 게 문제인가요?

이대로도 괜찮아


"너 , 너무 차갑데!”


얼마 전에 직장 선배로부터 한 소리를 들었다. 한 회사에서 15년간의 직장생활이고, 이제까지 잠잠했는데 '응? 웬 뜬금없는 소리지?' 했다.


이층에 있는 한국부서의 남자직원들이 이런 군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간혹, 신입사원들이 입사하다 보니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면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뭐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렇다.


아마, 30대였더라면 화들짝 놀라며 금방 얼굴이 붉어졌을 거다. 이제는 여유 있게 빙긋 웃으며 가볍게 받아쳤다. 한편으론, 지루한 일상에 색다른 뉴스처럼 느껴졌다.^ 아무튼 화제에 올랐다는 것 아닌가?.


"허~참, 이 이상 얼마나 더 친절하게 해?!"


"좀 더 정감 있게~“


"정감 있게요~?,


바라는 것도 참 개인적이다. " 내가 선배처럼 다~정스럽고, 어머? 댁의 아들은요?, 딸은요? 장가는요? 여자친구는요? 하며 호호, 하하 했다간 아마 남자 직원들이 모두 나한테로 몰릴 땐데?.. " 했다.


순간, 선배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두 손 들었다는 뜻으로 크게 눈을 떴다. "나는요~지금처럼 딱 여기까지가 좋아요~!"라고 했다.


뭐.. 이런 말이 나온 데는 근거가 좀 있긴 하다. 사실, 나는 잘 웃지 않는다. 웃는 것을 잘 못한다가 맞을 것 같다. 본성이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는 굉장히 명랑했고, 잘 웃었다. 10대가 되면서 어느 순간 성격이 변했다.


잘 웃지 못해서인가?, 사진을 찍을 때도 표정관리가 무척 어색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얼굴은 더 긴장되고, 온몸의 근육은 굳어진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진에서 내 얼굴은 무척 심각하다.  심지어는 누군가를 노려보는 것처럼 성난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 나의 새침데기 같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 20대부터 별명은 차도녀였다.


좀 심한 표현이긴 한데.. 바늘을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인간, (아, 그렇다고 몹쓸 인간은 아니고요^) 이 말은 주로 남편, 아, 친구도 그랬다. '허허벌판에 홀로 버려져도 살아남을 여자'라는 등의 표현은 나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들이었다.


지금은 그나마 나이가 들면서 ‘덜 차가움'이라는 것이 친구들과 가족들의 말이다. 그래도 입을 딱 다물고 있으면 사람들이 말 붙이기가 쉽지 않단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묻어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가? 그렇지 않다.  워낙~ 분위기가 그런 걸 어떡하냐고.., 그렇다고 당장 호호호하며 다정다감하게 구는 짓은  나에겐 더 어색한 일이다.  


이런 나를 보면서 항상 대단한 듯,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일하는 오피스에 '젝키'라는 직원이 있다. 아이가 둘인 그녀는 아줌마요, 멕시칸이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목소리가 크고, 항상 쾌활하고, 잘 웃는 것이 특징이다.


그녀도 매일 웃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침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종일 웃는다. 하하하, 호호호, 까르륵하며 아주 넘어갈 정도로 크게 웃는다. 일 년 열두 달 시무룩한 적이 거의 없다. 


나는(다른 직원도) 그런 그녀가 ‘ 참 신기하다'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어느 날, 물었다.  

"젝키, 넌 어쩜 그렇게 명랑하고, 잘 웃니?"


그녀의 대답은, '응, 나 아빠 성품을 그대로 닮았어!"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굉장히 재미있고, 웃음이 많은 사람인데 어릴 때부터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고 한다. 


뭐, 그녀에겐 장점이기도 하지만 크게 부러울 일도, 흉 볼일도 아니다. 그녀의 스타일이다. 그녀와 내가 반씩 믹스된 분위기라면 괜찮은 조합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찌 되었든, 나의 쌀쌀함이 인간관계에서 무례함을 준다거나, 괜히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데도 별 문제가 없다. 직장에서 엄마 같은 그녀(?)를 찾는 것도 무리고, 그렇게 되는 것도 내 스타일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너 차갑데"라는 말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나의  쌀쌀함은 적당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나름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기대에 따라 '항상 다정함'은 자칫, 인간관계가 버거워질 수가 있기도 하고, 간혹은 좀 비껴갔으면 하는 사람도 걸러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 서두르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