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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May 12. 2023

어느 엄마의 소망

조금 더 살았으면

"어제 그분, 돌아가셨어 “


얼마 전 주일아침이었다. 남편은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나를 향해 뭔가 급한 듯, 상기된 얼굴로 이 말을 던졌다. 순간,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머리가 쭈삣~하며 위로 뻗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목사님 말씀으로는 지난주에 퇴원해서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는데?…“


교회의 한 여집사님 이야기다. 얼마 전, 재 수술 후 집으로 돌아왔다가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았단다. 다시 병원으로 갔고, 끝내 눈을 감았다.


그녀는 수년 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처음 수술 후, 얼마동안은 건강이 호전되었다. 다시,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 성가대에서 노래까지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암이 다른 부위에 전이가 되었다. 그 후 전이된 암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한, 두 차례 더 해야만 했다.


마지막 수술을 위해 근 한 달간을 먹지 못했다. 마침내는 두 개의 장기를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이것이 그녀가 병원에서 받은 마지막 치료였다.  


장기를 두 개나 제거해도 괜찮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음, 일단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했었다.


교회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를 잘 알지는 못했다. 말 한마디 나눌 기회도 갖지 못했다. 멀치감치서 겨우 몇 번 보았을 뿐이다. 대략 50대 후반쯤이지 않았을까?.. , 차분하고, 고운 얼굴의 사람이었다, 아는 것이라곤, 남편이 다니는 같은 우체국에서 근무했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녀의 죽음이 가슴이 아리듯 아팠다. ‘어? 왜 이래? 하며 한동안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은 듯 어수선했다.


장례를 치른 후, 주일 예배 때 그녀의 가족들이 모두 참석했다. 그날따라 성가대의 노래는 왜 그렇게 슬픈지.. 아니.. 좀 더 밝은 노래가 좋지 않았을까?.. '하고 혼자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이 모두 훌쩍거렸다. 저만치 앉아있는 가족들 사이로 그녀의 딸과 아들이 눈에 띄었다. 추모의 노래가 이어지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딸이 먼저 자리를 떴다. 곧이어, 아들도 예배실을 나갔다. 그 후로, 난 그녀의 가족들을 더 이상 바라보지 못했다.


나도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때는  그녀의 두 번, 세 번 연이은 수술소식에 이런 생각을 했다. '두 개의 장기를 떼어내고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저렇게라도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감히 했다.


남편과 가족들의 곁을 떠나는 일도 그랬겠지만.. 저만치 앉아 있는 자녀들을 보니, '간절히 살고 싶었을 것 같아.., 나라도..'라는 생각이 또 감히 들었다. 수년간 그토록 힘든 병마와 싸우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했을 것 같다.


그녀가 삶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잠시 경솔했던 마음 때문에 눈물이 주체 없이 흘렀다. 나는 줄곧 남편에게 말해왔다. 혹,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 더 이상의 치료는 하지 않을 거라고. 사실..  그것도 죽음 앞에선 장담할 수 없는 말이지 않을까?  


조금 더 살아서 딸과 아들의 사랑도 지켜보고 싶었을 것이고, 결혼도 챙겨줘야 했을 것이고, 손자, 손녀도 보고 싶었을 것 같다. 누구나처럼 그런 수수한 삶을 꿈꾸었을 것 같다. 그래서 조금만 더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 같다.


아버지가 생각났다.

같은 병으로 십여 년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도 당신이 얼마 살지 못할 것임을 알았을 때, 한 마디를 하셨다. 나를 향해 옅은 미소를 띠며.


‘나, 이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어.. 허허. “


아버지가 2년을 더 살고 싶었던 것처럼 어쩜 , 그녀도 2년 정도를 더 살고 싶지 않았을까. 삶에 대한 애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살고 싶어..'라는 소망은 남아있는 가족들을 향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2주간, 여행입니다.

곧 브런치에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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