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애찬
미국에 살면서 부터 김치가 귀하고, 맛있는 그 무엇이 되었다.
아예, 없으면 어떤가? 허전하다. 아무리 맛난 반찬이 있어도 맛깔스런 김치 한 입은 먹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한끼 잘 먹은것같다. .
김치'란 이상하다. 항상 냉장고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하루 세끼 모두 밥을 먹는건 아닌데도, 김치를 엄청 좋아해~가 아닌데도 김치는 항상 있어야 한다.
김치가 바닥이 나면, 빨리 사서 냉장고에 다시 채워둬야한다. 그래야 마음이 든든하다.
다른 반찬거리는 있는지도 모를때가 있지만, 김치는 금방 "나 없어~" 하고 소식을 알린다. 희안한게 , 김치의 부재는 금방 눈에 띄기때문이다. 그러니 집에서 김치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식성까다로운 그 남자(남편)는 웃긴다. 조금 매운 음식을 먹기라도 하면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다. '아고~왜케 매워~" 하며 난리를 친다.
김치 애호가도 아니다. 그런데..김치는 잘도 먹는다. 특이한건 , 김치를 먹을 때는 이마에 땀이 맺히지도 않는다.
식탁에 김치가 없으면 ‘어? 김치없어?’하며 김치의 부재에 대번 서운한 반응을 한다. 바로, 냉장고를 열어 김치 비슷한 ‘매꼼한 그 무엇(짱아찌)‘이라도 꺼내서 먹어야 한다.
까딸스런 그 남자에게도 김치는 없어서는 안될 ‘그 무엇‘이다.
어떤 지인은 로드 트립을 가면 김치 한병은 반드시 사 가지고 간다. . 밥에, 라면에 김치는 있어줘야 한다면서.
심지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어떤가? '아~저, 김치는 안 먹어요~'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김치사랑은 나보다 몇배다.
조카의 신랑감도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 김치꾼이다. 이런 김치꾼은 처음 본다. 너무 좋아해서 김치만 한 접시를 비울정도다. 좀 심하게 말하면, 밥 한숟가락에 김치 세 젖가락을 먹는다.
점잖게 생긴 청년이 김치를 먹을때면 돌변한다. 매꼼한 김치를 아구~ 아구~ 하며 억척스럽게 먹는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그것이 '김치'니까 봐 줄만하다. 점쟎게 먹을 이탈리안 파스타를 그렇게 먹는다면 분위기가 다를것 아닌가?. 아무튼 그의 김치 사랑은 대단하다.
한번은 , 교인들을 초대해서 파스타를 대접한 일이 있었다. 어떤분이 ‘혹시, 김치 있어요?‘. 하길래 김치를 내 왔다. 놀랍게도, 모두들 파스타에 김치를 곁들여 드셨다.김치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런 매꼼하고 , 질리지않는 '김치의 매력'은 여전히, 수시로 이 김치 저김치를 기웃거리며 구경하게 한다. 소위, 김치 샤핑이다.
그래서인지 시카고의 한인마켓을 다니다보면 느낀다. 김치 장사는 불경기가 없다. 잘 된다. 배추, 총각, 깍두기, 얼갈이, 통무우, 여름엔 열무김치, 파김치 등등..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제 김치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큰 병의 김치는 거의 20불이 넘는다. 사실, 배추 한포기나 무우 2개면 김치 두 병이 된다. 그런이유로 , 김치를 직접 담아서 먹기 시작했다.
김치도 다른 일처럼 한순간에 뚝 딱 마음먹는다고 맛깔스럽게 담그지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조언도 들어야하고 , 각종 양념도 알아야한다. 맛내기 요법도 배워야한다. 김치 공부라는것을 좀 학습해야 한다.
말 그대로, 김치담그기는 공이 들어간다. 일단, 시간을 들여야 하고, 좀 번거로운 수고를 해야한다.
김치'도 일'처럼 제대로 맛깔스럽게 만들어내기까지는 시행착오를 거쳐야한다. 중간에 맛없는 김치도 수차례 먹어야 한다.
하지만 , 마침내 내 손으로 담근 김치가 제대로 맛을 낼 때, 엄청난 자부심이 생긴다는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자부심이란, 실제 김치를 담궈놓고 김치병을 바라보며 느끼는 무한한 뿌뜻함같은것이다.
직장에서 어떤 일의 성과를 올렸을때 , 와 닿는 딱, 그런 느낌이다. 대견함 , 뭐 그런것이다.
그렇게 병에 담겨진 김치는 마침내, 냉장고 안에서 최고의 반찬거리가 된다. 이제 반찬걱정은 끝! 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반찬이 좀 부실해도 한, 두종류의 김치가 있다면, 이미 모든 반찬을 갖춘것같은 요상한 포만감까지 들기 때문이다..
김치는 희안하고 특이한 존재다. 엄마 세대가 늘 하는 말씀이 있다. '야~ 쌀에 김치만 있어도 살아~"라는 말이다.
김치는 홀로 있어도 꽉 찬 느낌을 주고 , 어디에도 빠질수 없는 빼어난 반찬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면서 , 김치는 나에게 소중한 그 무엇이 되었다.. 김치의 존재감은 나를 좀 더 어른스럽게 만든 가정교사같다.
다듬고, 절이고, 각종 양념으로 맛을 내는등, 사랑으로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마치 내가 매일 사는 삶같다.
김치를 직접 담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