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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계절을 탄다

by Blue Moon

매일 한시간씩 걷는다.

산책이라기보다 운동이다. 좀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주말엔 쉰다.


내가 본격적으로 워낑을 시작한것은 , 풀타임 직장을 그만둔 이후 부터다. 그러니까 1년이 훨씬 넘었다.

그간 내가 가장 부러웠던 일은, 아침 일찍 출근할때마다 보는 워낑 하는 동네 아줌마들이었다.. ‘팔자좋은 아줌마들이구만~‘ 하며 부러운 야유를 보내곤했다.


그 부러운 일을 나도 하게 되었다. 이제 워낑은 하루 일과중 뺄수없는 일이 되었다. 안하면 이상하다. 몸에서 신호가 온다. 움직이라고. 그정도가 되었다. 건강도 챙기고, 몸무게를 유지하는데 더 없이좋다.


더구다 나의 워낑이 꾸준하게, 끈질기게~이어온것은 '동네 팍' 덕분이다. 몇년전, 이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마침 집앞에 공원이 있었다.

공원은 작고, 아담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으로는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뷰‘라면 최고다. 거기서 조금 더 주택가로 내려가면 제법 크고 , 그럴싸한 호수도 있다. 워낑하면서 힐링까지 된다.



일년이 넘게 꾸준히 워낑을 하다보니, 이런저런것을 알게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걷는 일'도 계절을 탄다는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운동하고싶은 계절은? 바로, 여름이다.

산보도, 운동도 여름에 더 많이 한다. 어쩌면 여름에는 신체를 드러내야 하는 일이 많아 다이어트를 감행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사실, 여름 체질이 아니다. 여름에 워킹하는 일이 제일 버겁다. 더운 날도 많고, 햇살도 강렬하다. 후덥지근한 공기도 싫다. 이래서 나는 여행조차도 여름은 피한다.


요즘같이 무더위일때면, 이른 아침이나, 날씨가 흐린 시간대에 부리나케 나가 걷는다. 비가 살짝 내릴때도 나간다. 이시간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나가서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희안하다. 사람들이 자기 집 창문을 통해 누군가 걷고 있으면 '나도 좀 걸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참고로, 이런 현상은 추운겨울에도 나타난다)


내가 걷는 대부분의 시간은 해질무렵이다. 걷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다. 그러다보니, 이시간대는 딱, ‘워낑 트래삑'에 걸리게 된다.


공원길은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부터 가벼운 산책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심지어 데이트족들로 붐비기시작한다.


그야말로. 동네 개들에치이고, 자전거에 치이고, 사람들과도 수시로 부딪힌다. 이리저리 피해서 가야한다.


그런데 언뜻,보기에 대개가 낯선사람들이다. 오래전부터 동네팍에서 나름'터'를 닦아온 나로서는 척보면 알 정도다. 동네 주민, 아니면 타동네 사람들.. 이런식으로 구별이 된다.


재미있는것은 ,동네사람들보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정말, 뱃살 좀 빼야지~하는 앞, 옆집, 아줌마, 아저씨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뭐 워낑 트래삑이 있긴하지만 이런식의 사람구경도 나쁘지않다. 개 구경도 실컺한다. 그것도 나름 재미있다. 개 종류도 참 많다.


이런 분위기를 즐기다가도 한적한 동네길로 새거나 다른 길을 찾아 걷기도 한다.


이래저래 여름은 팍의 활기찬 분위기를 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여름에 팍을 오가던 사람들도 날씨가 서늘해지면 모습을 감춘다. 가을에는 조금 보이다가 겨울에는 거의 볼수가 없다. 한.두명정도다. 신기하다.


미국 사람들은 특히, 중. 장년들은 운동에 그다지 열심이지 않다. 젊은 사람들은 먹고 사느라 바쁘고, 아이들과 씨름하느라도 바쁜 삶이라 그렇다치자,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 운동이 정말 필요해!‘ 하는 사람들은 운동하는 일에 게으르다.


옆집 스티브는 스스로도 ‘ 아! 나 뱃살 빼야돼~.’ 하면서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 , 우리 타운 홈 유닛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걷는 사람이지싶다. 뭐, 걷기싫은건 그들의 사정이다.


이제 여름도 꺽일거고, 서늘한 가을이 오고 추운겨울이 오면 동네 공원길은 다시 고요해질것이다.


미국사람들은 대개가 여름을 타니까. .. 그 넓은 공원길은 다시 '나의 터'가 될것 같다. 겨울이 기다려진다.

난 겨울타는 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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