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콘 먹기 좋은 날

by Blue Moon

비가 아침부터 주룩주룩 내린다.

어차피, 런던에 있는 2주 동안의 날씨는

포기한 상태다.


매일 아침이면,

방 창문너머로 날씨를 확인한다.

흔히, 일기예보는 디테일한 날씨를 알려 주지 않는다.


가령, '오늘은 가랑비에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릴정도임.. 또는 잔뜩 흐림, 바람은 없음.. 이런 정도로.


난 항상, 나뭇가지를 보며 좀 더 섬세하게(?) 날씨를 가늠한다. 날씨가 요지경인 런던에서는 이런 방법이 꽤 통한다..


밖을 내다보니, 가랑비에 나뭇가지가 한치의 흔들림이없다. 머리카락을 막 후려 칠 것 같지 않고, 우산이 휘청거리지도 않을 듯싶다.


그냥 주룩주룩 내리는 가랑비다!.


가을날을 음미하며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다.

이런 날에는, 딱 , 방구석에 틀어 박혀 있는 것이 좋겠지만.. 나는 어쨌든 런던에 온 여행자다.

하루를 낭비할 수 없다. 어디든 좀 쏘다녀야 맛이 나고

시간을 잘 사용한 것 같은 자부심이 생길 것 같다.


나는 얼른 , 결심했다.

‘오늘은 벼르고 벼르던 '스콘을 먹으러 가자고!'

이런 날은 스콘과 잉글리시 티를 먹기에 제격이다.


그간 스콘과 잉글리시 티가 무척 먹고 싶었다.

런던에서 먹었던 스콘을 찾으려 시카고의 웬만한 마켓을 다 돌아다녔다. 찾지 못했다.


나에게 스콘과 잉글리시 티 ‘하면

V & A 카페다. 이곳은 스콘과 티가 맛있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좋다. 앤틱함과 우아함은 티를 마시기엔 최적의 장소다.


2년 전에 갔을 때는 아마, 한적한 시간이었지.. 오랫동안 앉아서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났다. 그 래서 다시 V & A 카페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간은 마침, 런치시간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뭐, 어쩌겠나? 이런 혼잡한 경험도 또 다른 재미 아니겠나? 했다. 때마침, 줄지어 나온 런치 메뉴들이 나의 입맛을 돋웠다.


'참새가 방앗간을 절대 못 지나간다! 푸짐한 런치세트와 스콘세트(티 포함)를 시켰다. 빅 런치였다.


그런데.. 모든 테이블이 만석이였다.

무거운 쟁반을 가까스로 들고 자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나 혼자만을 위한 테이블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언뜻 보니, 모르는 사람과 합석한 사람들이 보였다.


“음, 낯선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스콘을?' 괜찮네! “


나도 누군가와 합석을 해야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두 아씨가 앉아 있는 테이블이 바로. 눈에 띄었다.. 그 테이블에 의자 하나가 비어 있었다. 양해를 구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했다.


테이블은 한쪽 구석으로 홀 전체가 보이게 놓여 있었다. 아씨들이 앉은 쪽의 자리는 명당자리였다.

아름다운 카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먹는데 집중했고, 아씨들은 뭔지 , 자기들 나라 언어로 수다를 떨었다.


나는 속으로 ‘당신들의 언어로 대화해 주어 고맙습니다.' 했다.


못 알아들으니 신경도 쓰이질 않았다. 나는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참 후에야 아씨들이 일어났다. 명당자리는 내 차지가 되었다.. 런치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우글 우글~


나도 마침내 합석 손님을 맞이했다. 할머니와 손녀였다. 할머니는 노랑테의 안경을 썼고 커트머리를 한 런던의 멋쟁이였다. 소녀는 연신 생글생글 웃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손녀와 멋진 카페에서 스콘을 먹는 할머니라.. '나는 괜히 즐거운 구경을 하듯 ,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좁은 테이블에 셋은 마치 동행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 낯선 사람 하고도 금방 유연하게 대화가 가능한다더니 , 이 할머니와 내가 그랬다. 소녀도 덩달아 우리 (할머니와 나)스타일이였다.


남이 보면 그냥 가족이나 친구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 셋 여자는 수다를 좀 떨었다.


그렇게 카페에 오랜 시간 동안 눌러앉았다. 두 조각의 스콘을 잘게 쪼개서 먹으면서, 티를 쪼끔씩 들이키면서.


i’m still working on this” 이런 티를 내면서.

일기도 쓰고, 일정도 짜면서.

급할 것 없는 런던의 하루를 게으르게 보냈다.


나이가 드니 , 조금 느린 게 좋다. 스케줄에 매이지 않는 것.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보든가, ' 이런 식이 된다.


여행은 게으르고, 자유로운것이 좋다.

때론, 고독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렇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만약에 , 스콘과 잉글리시 티를 먹고 싶을 때, 그것도 혼자일 때, V&A 카페로 오면 어떨까?

그것도 런치 시간에.

자연스럽게 좋은 동행을 만날 찬스가 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