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밥 해 먹기

by Blue Moon

런던에 올 때

한 살림할 작정으로 먹을 보따리를 쌌다

라면, 김, 고춧가루, 설탕, 소금, 견과류 등..


영국의 음식은 그저 그렇다.

그래도 처음 몇 끼는 사 먹었다.

'나는 여행 중'이잖아? 하며 여행을 자축하는 의미로.

보기에 '먹음직"했지만 먹은 둥, 아는둥했다.


아침마다 사 먹는 커피는 비싸기만 했다. 맛도 그냥 그랬다.

아예, 동네마켓에서 '영국표 그라운드 커피'를 샀다.


예쁜 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타먹는 블랙커피 맛이란?

구식이지만, 수수하지만.. '맛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세끼를 해 먹었다. 무엇보다 숙소에는 예쁜

키친이 딸려있다. 무언가를 해야만 되는 곳이다.


아침은 사과한 개와 플레인 요거트, 견과류, 블랙베리를 얹어서

먹었다. 빵과 스콘은 시내에서 사 와서 먹었다.

어떤 때는 누룽지 밥을 해 먹기도 했다.

아침은 이런 식으로 먹으면 꽤 든든하다.


런치는 돌아다니다 간단하게 바나나와 빵, 찐계란 하나정도면

좋다. 마음 내키면 , 맛난 것이 눈에 띄면 사 먹기도 했다.


저녁은 무조건 밥을 해 먹었다.

나는 밥순이다. 특히 쌀순(쌀밥을 좋아하는)이다.

밥을 먹으려면 반찬이 좀 있어야 한다.


숙소에서 두 블락 떨어진 곳에 재래시장이 있다.

버스를 타고, 오가며 눈여겨봐 둔 곳이다.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 날은 시내에서 돌아오는 길에 작정하고 재래시장에 장을 갔다.

채소며, 과일, 육류, 생선등 반찬거리 종류가 너무 많았다.

모든 것이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들고 간 장바구니가 어느새 가득 찼다.


그럼에도.. 나는 눈앞에 보인 정육점을 쑤~욱 들어갔다.

'고기'를 사서 좀 먹어야지' 했다.


한참을 '소고기? 아님 돼지고기? 아님, 치킨? 하면서 망설이고

저울질을 했다. 어찌나 그 빛깔들이 좋은지..

'뭐든지 한 가지는 먹으리다' 작정을 했다.

한참을 째려보듯 살펴본 후에, 나는 고기대신 '닭똥집' 반 파운드를 샀다.


육류니 치킨이 신선했지만 '닭똥집 컬러'가 핑크색인 게

무지 신선해 보였다. 시카고 식품점의 그것(닭똥집)이랑은 다른

품질(?)의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날밤, 숙소 키친에서 기가 막힌 닭똥집요리를 했다.

어마무시한 냄새를 날리며.

소금을 뿌리고, 파와 양파, 후추를 가득 넣고 굽다시피 볶았다.


설마? 했는데.. 고약한 냄새라곤 없었다. 시카고에서 많은 닭똥집요리를

먹어보았지만 그렇게 고소하고 탄력 있는 닭똥집 맛은 처음이었다!.

(참고로, 제가 좀 이런 희한한 걸 좋아합니다)


런던 할매는 닭똥집 같은 건 먹지 않는 여인이다. 아래층에서 냄새가

고약하다고 고객(나)한테 오만가지 인상을 좀 썼다.


나도 '저.. 이거 무지 좋아해요!'라고 항의하듯 소리쳤다.


어쩜.. 나 같은 고객 이후로, 할머니는 이상한 음식은 반입금지,

또는 요리불가!라고 에어비엔비 게스트란에 올릴지도 모른다.


아무튼, 런던에서 해 먹는 밥은 꿀밥이었다.

누군가가 '구글 평점을 잔뜩 올린

식당'들은 아예 가지도 않았다.


누가 맛있다는 건, 거의 개인적인 평가'일 뿐 별로 나에겐

해당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뭐든지, 음식은 '내가 먹어보고 맛있어야 맛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밥상을 차렸다.

여행 중에도.


무슨 여행 가서 밥을 해 먹어? 하겠지만.

그냥, 시카고에서처럼 '나의 일상'을 그대로 누렸다.


커피 한잔으로 조용한 아침 즐기기, 급할 것 없이 서서히 숙소 나서기

일을 하러 가는 것처럼 버스를 타고, 내리며 온종일 런던 누비기,

퇴근하듯, 서서히 숙소 돌아오기, 밥 해 먹기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러니까, 여행 중에 먹는 일은 무척 컨디션을 좌우한다.

나이가 좀 들어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밥 쉼으로 산다'는 말처럼, 나는 '밥 쉼으로 여행'한다.


사실, 내가 한 밥만큼 맛있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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