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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 HYE Nov 27. 2022

01. 주말을 박제하다.

01/ 주말을 박제하다


   20대 때의 미션이 있다면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수 많은 오해가 첩첩산중이 있던 날들이었다. 외향인 인줄 알았던 나는 사실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내향인이였고, 현실적인 줄 알았던 나는 알고보니 몽상가였다. 이런 내 자신과 정말 맞닿아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고민한 끝에 나름 취미라고 하는 것도 찾아 내었다. 꽃과 나무이다. 꽃과 나무는 혼란한 인간 세상 처럼 쓸데 없고 너저분한 '말'이 없는데 다가, 예쁘기 까지하다. 


   작년 여름부터 거의 매주, 꽃과 나무를 만졌다. 만져본 꽃과 나무의 종류가 많아졌고 다루는 솜씨도 좋아졌다는 평을 주변으로 부터 듣는다. 객관적으로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매주 꽃을 만진다. 어떤 날은 내가 만든 꽃을 찍으면 꼭 진짜가 아닌 정물화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한 주 한 주 내 멱살을 끌고가 그렇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주일을 살아내고 나면 주말이 있다. 꽃과 나의 주말은 영원히 박제하고 싶은 대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 그게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번주 꽃은 클레마티스, 블랙칼라(슈바르츠발트), 레몬트리, 퐁퐁국화, 블랙코스모스, 안시리움이었다. 


01. <클레마티스>는 그리스어로 '덩굴'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도는 꽃과 줄기를 따로 판매하기도 하며, 흘러내려오는 모양이 예뻐 캐스케이드 부케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물이 잘 내려서 신문지 등에 감싸서 열탕 처리해주면 물이 잘 올라온다. 

   야외 예식 부케로 클레마티스를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오랜시간 수분 공급이 안되는 상태에서 예식 자체가 길어지다보니, 식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인 클레마티스를 볼 수 있었다. 가까이서 봐도 너무 예쁜 꽃인데 축 쳐진 클레마티스를 보고 있자니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상황과 환경에 맞는 꽃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02. 부케의 중심부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칼라>다. 보통 칼라는 하얀색을 많이 떠올리는데 이건 특이하게 색상이 블랙이다. 슈브르츠바트라는 품종이라고 한다. 독일의 침엽수림 숲의 이름인 슈브르츠바트에서 따온 이름으로, 슈바르츠(schwarz)는 '검은'이란 뜻이고, 발트(wald)는 '숲'이라는 이름으로, '검은 숲'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멋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칼라는 줄기를 마사지 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살짝 구부려서 사용한다. 이런 면에서 사용이 용이하나 잡을때마다 화형이 모양이 자꾸 움직여서 다루기에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놀라운 것은 꽃은 가운데 숨어 있고, 사실 저 꽃처럼 보이는 것은 포엽이라는 사실이다. 



03. 나는 <안수리움>이라는 꽃을 좋아한다. 일단 오래가고, 모양도 독특하다. 이 역시 칼라와 동일하게 가운데가 꽃이고, 포엽이 아래 이있는 부분인데 포엽이 하트를 뒤집어 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폼플라워로 어렌지먼트에 한 송이만 들어가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다만 작품이 작은데 여러개를 사용할 경우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이번에 사용한 보라 빛의 안수리움은 튤립이라는 품종이다. 



04. 사실 이번주 꽃의 메인은 화형이 커다란 <퐁퐁 국화>이다. 국화 또한 오래가는 꽃 중에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하얀색 국화는 장례식에나 사용될 법한 이미지이지만 여러가지 색상이 있다. 이번주 사용했던 꽃 처럼 퐁퐁 모양인 경우도 있고 줄기가 가는 일반적인 국화 모양도 있다. 이렇게 자색인 퐁퐁 국화는 많이 보지못해서 좀 독특한 맛이 있다. 거기에다가 화형도 커서 몇 대만 들어갔는데도 작품이 꽉차 보인다. 짧게 쓰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05. 센터피스 제작의 비화 : 사실 이번주 센터피스를 만들때 오아시스를 쓰지 않았다. 보통은 환경을 생각해서 썩지 않는 오아시스 보단 재활용이 가능한 치킨망을 사용하곤 하는데, 사실 치킨망도 자재가 없어 그냥 나뭇가지로 화기에 격자를 만들어 화병 꽂이를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렇게 하는걸 봤다.) 꽃 줄기가 잘 고정이 안되서 움직일 때마다 방향이 달라져 배송엔 용이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장비가 없어도 충분히 꽃을 즐길 수 있고, 그럴 듯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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