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살기 위한 이주

by 혜 HYE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호치민에 오고 1년 남짓이 지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2025년도 절반의 시간 또한 지나갔습니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그랩을 타고 다닐 때면 옆에 오토바이가 너무 가깝게 붙어서 지나가니 항상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조심히 방어 운전을 하는 그랩 기사님을 만나면 '아 운전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하고 소심하게 속으로 답답해하곤 합니다.


IMG_6417.HEIC 회사 공장에서 본 도심의 하늘


공교롭게도 이곳으로 넘어온 지 1달 만에 동나이 공장지대에 위치한 한 한국회사에 해외취업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회사차를 타고 1시간 남짓의 거리를 출근하고, 해가 떨어질 때쯤 또 1시간 남짓의 거리를 퇴근하여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열심히 직장 생활 루틴에 적응하고 있던 어느 날 나의 초기 베트남 이주 계획이 생각이 났습니다. 분명 그 계획에는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있는 동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좀먹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것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뭔가를 하지 않을 계획만 있었고, 구체적으로 할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야심 차게 입성한 베트남 호치민에서 변함 없이 그렇게 회사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짧은 직장 생활로 인해 얻은 것도 있었습니다. 우선 해외취업은 자유가 억압되는 대신, 단기간 내에 한국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편 물리적으로 업무 시간이 길기 때문에 돈 쓸 시간은 많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면이 저축을 견인합니다. 더불어 직장에서 고독한 타지 생활에서 의지할 수 있는 남편 외의 친구들을 얻었고, 호치민의 맛집과 생활의 지혜 같은 것도 덤으로 얻어졌습니다. 직장은 나의 호치민 살이를 돕고, 저는 직장에서 사람들을 도와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직장에서 이곳에서 진짜 내 것을 하기 위한 자원을 얻은 셈입니다.


일을 하며 계속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실천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뭔가를 하지 않을 계획만 있고, 할 계획이 없다면 분명 방황하게 됩니다. 메인 잡과 두 번째 잡을 병행 하며 회사 밖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찾아갔고, 그만 두고도 그걸 할 수밖에 없는 장치들을 만들어갔습니다.


생각을 글로 적어야 구체화가 되고, 우울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앞으로는 자유를 되찾은 제가 이 불안의 망망대해 속에서 표류하지 않고 삶을 안정감 있게 컨트롤할 수 있을지 이 작은 공간에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