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노력과 책임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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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구매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내가 서필훈 대표님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부터 말해야 한다. 나는 “커피리브레”라는 카페를 알기 전에 이미 대표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계기가 뭐였냐면 — 고양이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러시안 블루와 코렛의 차이점을 얘기하는 글이었는데, 글이 너무 재밌어서 팔로우를 한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그냥 고양이 집사가 아니라 커피에 진심인 분이었다. 단순히 커피를 잘 내리는 걸 넘어서, 각종 산지를 직접 다니며 원두를 고르고, 커피에 대한 어마어마한 지식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이렇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커피의 맛은 얼마나 대단할까 궁금해졌고, 커피리브레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원두를 사기도 하고, 카페에서 진행하는 전시도 찾아가며 서필훈 대표님의 커피 철학에 더 빠져들게 되었다.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진 대표님이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분들도 빛나 보이고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구매했고..
이제서야 읽었음을 밝힌다.
대표님의 성함이 서필훈이라는 것도 사실 책 읽으면서 알았다. (그동안은 그냥 ‘커피리브레 대표님’으로만 알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경영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하고 동시에 ‘일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도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가 아니라,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일을 내 삶에서 떼어낼 수 없다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나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지 않을까.
‘일하는 게 매일 설렌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커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과 일에 대한 책이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 안에서 공감되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에 출간된 책을 5년이 지나 읽었다.
사회인이 되기 전에 사 두었던 책을, 사회인이 된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마치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미리 남겨둔 위로와 응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참 적시에 알맞은 책을 읽었다고 느낀다. 책을 덮고 나니, 갑자기 무지 맛있는 스페셜티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1.
매력적인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차별화된 정보와 고객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2.
생산자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행위가 가진 힘과 가치에 귀 기울일 수 있게 이어주는 쌍방향 메신저의 일, 내가 꿈꾸는 소통이다.
3.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내게 무엇인가?
...
삶의 방향을 대폭수정해야만 했다.
4.
명성이나 권력에 초연한 태도 또한 매우 지혜롭고 멋져 보였다. 오랜 노력과 열정으로 쌓아 올린 커피에 대한 자긍심을 돈과 쉽게 교환하려 하지 않는 자세는 그 후로도 내게 큰 준거가 되었다.
5.
좋아하는 일의 즐거움을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설렘이고 그 치명적 징후는 빨리 출근하고 싶다(?)는 예사롭지 않은 마음 상태다.
...
시간이 빨리 간다, 잘 지치지 않는다, 실패가 실패로 느껴지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내가 정하게 된다, 남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환상과 희망이 실재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혼자 울고 웃는다,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공상을 많이 하게 된다, 써놓고 보니 번아웃이 임박한 일 중독자의 증세와 다를 바 없다.
6.
일하면서 설렜던 적이 언제였나? 이런 곤란한 질문에 "매일!"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일과 그 일을 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7.
내 잘못을 짚어주고 따끔하게 쓴소리 해줄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다.
8.
"아는 사람만 아는 장인이 만든 수제화예요."
...
내가 존중하지 않는 내 일을 과연 누가 존중해 줄까. 좋아하는 일의 본질은 일이 즐겁다고 여겨지는 순간뿐만 아니라 일이 되어가는 과정의 모든 희로애락과 원하지 않는 결과까지도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바로 그곳에 있다.
...
이제 나에게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집중이 잘됐다.
9.
고마움도 뭘 알아야 제때 제대로 고마워할 수 있는 법이다.
10.
오히려 소통을 위한 언어 능력과 사교성, 로스팅 능력, 서류 작업 능력, 호기심과 지적 욕구, 체력, 꼼꼼함, 글쓰기, 비즈니스 능력이 더 중요하다.
11.
커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일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 커피와 스페셜티커피를 더 많이 애용하는 것이다.
12.
삶과 비즈니스에는 눈앞의 숫자와 효율이 전부가 아닌 경우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3.
자신을 다독이며 한 번 더 용기를 내는 것 말고는 살면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은 인생 내내 그래야 할 것 같았다.
...
희망을 좇기로 했다.
14.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사람과 곡을 연주할 줄 알면서 듣는 사람, 음식을 먹기만 하는 사람과 요리를 할 줄 알면서 먹는 사람의 차이랄까.
15.
직업으로서 혹은 음료로서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과 커피를 생산한 사람들의 역사, 문화, 사회경제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적어도 나에게 무엇을 좋아한다는 의미는 그렇다.
16.
행여 나의 편리와 편견 때문에 1년의 결실을 부당하게 평가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17.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한 아라쿠 생산자가 난디와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페셜티커피 생산이라는 방향성을 세우고, 국제화 전략으로 젬스 오브 아라쿠 대회를 유치한 것, 그리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문가 지원 시스템과 영농 기법을 조합에 도입해서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과 투자로 이어나가는 것, 그로 인한 수입 증대가 일과 생활, 지역 발전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은 보기 드문 성공사례다.
18.
대부분의 소통은 권력의 평지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누군가는 조금 더 쉽게 말하고, 또 누군가는 조금 더 이해하고 소통하려 애쓰기 마련이다.
19.
바쁜 사람에게도, 백수에게도 하루는 공평하게 빨리 지나간다. 하루를 보내며 대단한 의미나 보람을 좇지 않는다.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오늘의 고통을 감내하거나 지금의 즐거움을 유예하고 싶지 않다.
20.
매일 반복되는 단순하고 차분한 일과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생각과 경험하지 못한 시야를 열어줬다. 세상으로부터 한발 뒤로 물러나 나 자신과 과거를 돌아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질문을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 본다.
21.
내가 가진 긍정적인 면이 내가 타고나거나 노력해서 얻은 것보다는 내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기도와 응원, 지원과 연대에 힘입어 갖게 된 것이라는 점이다.
22.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최신 모델이 아니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없다고 믿는 우리는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
"나는 관계라고 생각해. 손님과 나, 나와 커피 생산자, 나와 커피로 만나고 이어지는 모든 것들."
출처
서필훈,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문학동네
본문 인용문은 모두 위 책에서 발췌.
책 표지 이미지 ⓒ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