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첫 출근하기 이틀 전, 친구들과 함께 만나기로 한 20일이 다가왔다. 목표는 해리포터 팝업 스토어. 그리고 주변에서 유명하다는 커다란 컨테이너형 카페에 가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날 들떠있었는데, 거의 2개월 만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모두 나처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친구 한 명은 전날 회사에서 코로나가 터졌다고 하여 만나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는 모두 합정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빨간 버스 2200번을 타고 파주로 향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일정이었다. 우리는 우선 가장 안쪽에 위치한 뒷좌석에 앉기로 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셋이었으니 참 적당한 결정이었다. 그때, 마침 아기를 안은 신혼부부가 바로 앞좌석에 앉았다. 남자는 두 자리밖에 안 되는 좌석에서 낑낑거리며 유모차를 품에 안고 가려는 듯했다. 우리는 자리를 돌아봤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뒷좌석은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셋이었고. 그러니 이번에도 '적당한' 결정이 나온 참이었다. 우리는 옆자리에 유모차를 놓아도 된다고 말했고 자칫 유모차가 앞으로 쏟아질까봐 틈틈이 감시하기도 했다. 도착하여 내릴 적엔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한 명은 일본인인 듯했다. 괜히 쑥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도착한 해리포터 팝업스토어. 붉은 문이 아주 인상적이다.
살짝 불안함도 들었다. 한 시간을 내내 달려 도착했으나 생각보다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기로 했다. 처음부터 실망하기엔 이르니까. QR과 체온 측정이란 관문을 넘은 후 우리는 안쪽을 둘러봤다.
팝업스토어의 포토존. 보통 서거나 앉아서 찍는 듯하다.
주로 벽면을 많이 치장한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를 표현하려 한 게 느껴졌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 그 장면!' 외치며 머리 위로 느낌표를 띄울 만한 디스플레이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스캐맨더의 가방, 입학통지서가 산처럼 쌓인 벽난로처럼 말이다. 우리는 12시에 도착하였는데 아쉽게도 인기 있는 상품은 다 품절된 모양이었다. (품절된 상품 중엔 블랙 가의 가계도 벽지도 있었다. 설마 벽지까지 품절됐을 줄은.)
이렇게 해리포터 제작진의 비하인드 일화 영상도 틀어주고 있었다. 바로 옆자리는 방문한 사람들이 수기로 쓰는 아무 말… 인 모양이다. 방명록 같은 걸까. 영화에 대입해보자면 돌로레스 엄브릿지가 해리의 손등에 따끔한 교훈을 남긴 장면이 생각나긴 한다. 만약 규모가 더 컸다면 흉터 모양 투명 스티커를 조금 배포해도 재밌었을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니 이런 팝업 아트적인 것도 팔고 있었다. 누군가 직접 만들었는지 종이들이 조금 흐물흐물한 게 아쉬웠다. 가격대는 역시나 팝업스토어란 이름처럼 껑충 뛰어올라 있었다. 그럼 한정 에디션 같은 특별함이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으나 검색한 결과, 웬만한 건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내가 산 유일한 것.
사실 벨라트릭스 렌티큘러 카드가 엄청, 어엄청 욕심났지만 품절이라 사지 못했다. 대신 호그와트행 티켓은 샀다. 이걸 들고 승강장 기둥에 머릴 박으면 호그와트로 가는 꿈은 꿀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비슷한 크기의 액자를 다이소에서 파는 걸 봤다. 장식해놔야지.
원래는 1시간 정도를 예상했으나 직접 둘러보고 나니 30분 내에 끝나버렸다. 그중 5분은 내가 화장실에 들어앉은 시간이다. 만약 이 포스팅을 참고하여 방문한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겠으나 제자리에서 동서남북 돌아보면 끝나는, 그런 규모이니 참고할 것.
친구의 부모님께서 밥을 사주겠다고 하셔서 감사히 먹었다. 엄청난 반찬을 자랑하는 쌈밥집.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마침 파주에서 일하시는 친구의 부모님께서 우리들 점심을 사주겠다 하셔서 같이 식사하게 되었다. 엄청 맛있었다. 특히 나는 쌈을 크게 싸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한입에 얌 넣어버리니 복스럽게 먹는다는 칭찬을 들어버렸다. 살짝 쑥스럽다. 상추를 글라스에 주는 곳은 처음 봤다. 다만 입구가 좁아 많이 담겨왔을 때면 빼다가 상추 잎을 토끼처럼 뜯어먹게 되어서 조금 아쉽.
파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잭 오 랜턴이 산타 모자를 쓰고 있는 것부터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를 동시에 처리하고 싶어한 누군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반대편은 파주라기 파크라는 곳이 있었는데… 주라기는 모르겠지만 파주라기는 재밌는 네이밍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긴 호두과자가 명물이란다. 모두 참고해둘 것. (feat.아울렛 관계자 피셜.)
그리고 우리는 아주 크고, 큰 카페에 도달했으니… 이름하야 '더티 트렁크' 되시겠다.
식사부터 브런치, 카페까지 다 되는 곳, 더티 트렁크.
머리 위에 달린 잭 오 랜턴이 아주… 컸다. 하나당 얼마일까. 적어도 4~7만 원은 되지 않을까? 특이하게도 계단식 좌석과 테이블, 소파형 좌석이 공간마다 자리해 있었다. 데이트 명소라는 설명도 들었다. 확실히 연인이 많았고 주말에 일하는 직장인도 보였다. 쏘 새드. 하여튼 바깥엔 사람이 아무도 없던데 다 여기 몰려있는 모양이었다. 나나 친구들이나 사람 많은 곳은 질색하는 스타일이었기에 가장 사람 없는 입구 쪽, 소파 테이블에 앉았다.
빵이 하나하나 다 크다.
빵은 아주 맛있어 보였다. 퀄리티도 높아 보였고 사이즈는 여성 손바닥만 한 게 디폴트인 것 같았다. 맞다. 어엄청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만큼 맛있어 보인다. 밥을 안 먹고 왔다면 여기서 커비처럼 다 흡입했을 거란 위기감이 들었다.
줄이 길어서 이렇게 들어오는 곳 나가는 곳 따로 길을 만들어놨다. 하지만 나처럼 얼레벌레인 사람들은 이게 뭐지, 하고 두 번은 왔다 갔다 거려야 이게 길이란 걸 안다. 사실 저걸 찍었을 땐 길은 모르겠고 디피가 예뻐서 찍었다가 마지막에 잔반 트레이 갖다 줄 때 알았다.
데빌 초코 라떼. 이날 물티슈 들고 가서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우리는 초콜릿 케이크와 딸기 몽블랑 같은 걸 사서 나눠먹었고 나는 데빌 초코 라떼라는 것을 주문했다. 솔직히 달기만 한 건 취향이 아니었는데 그보다 '애플망고', '말차', '캐러멜'이 더 싫었기 때문에 차악으로 시켰다. 솔직한 평으로는 네스퀵 탄 맛이었다. … 정말로 그렇다. 초콜릿을 녹여놓은 듯한 연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아내려서 잡을 때마다 초콜릿이 손에 묻었다. 물티슈가 없었다면 3분마다 화장실을 다녀왔을 것이다. 컵홀더 같은 게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경험으로 삼자면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소파가 말랑말랑해서 더 좋았다.
이렇게 놀고 나니 어느덧 5시가 되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져버렸고 둥그스름한 저녁노을이 떠올라 있었다. 11시에 만나 5시에 헤어지니 아쉬울 따름이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그때 즈음이면 적어도 두 달은 지났을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