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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호에 맞는 Jun 06. 2020

회사에 서식하는 해충들과 퇴치법

#1. 반말충

회사에는 다양한 해충들이 서식하고 있어요. 물론 진짜 곤충도 있겠지만(?) 오늘 제가 이야기하려 하는 건 나쁜 사람들,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에요. 개인적으로 'OOO충'이라는 표현이 다소 공격적이라 싫어하지만 정말이지 회사 생활하다 보면 해충 같은 사람들이 있어 이보다 좋은 표현이 없을 것 같아 이번 글에서는 조금만 사용하도록 할게요.


전략팀에 있다 보니 다른 부서와 협업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별별 사람들을 다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매너나 개념이 없이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들의 유형과 퇴치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이번에는 그 첫 번째인 '반말충'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1 반말충


주로 30대 후반이 넘어가면 본인들이 많이 으른(?)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꼭 반말로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처음 연락하는 사이인데도 말이죠. 그래도 조금 덜한 사람은 "자료 좀 빨리 주지? 보낼 때 OOO도 같이 보내고, 회의 언제야?" 정도인데 심한 사람 중에는 "야 OOO, 너, 그거 없어?, 아이씨 윗사람 누구야?, 시간 안 알려줘?" 등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이름을 막 부르고 반말을 찍찍 뱉는 벌레들이 종종 있어요. 드문 케이스지만 가끔 욕과 반말을 섞어서 쓰는 최악의 해충들도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동기들 중에는 계단에서 울고 오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심하게 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반말충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전화받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입사 교육 때 교과서적인 비즈니스 매너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회사에 서식하는 해충들과 퇴치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요. 회사에서 처음 이유 없이 다짜고짜 자기를 하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충격을 받기 마련인데 미리 학습을 통해 '회사에는 해충들도 많구나~'를 알고 들어가면 훨씬 나을 테니까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말에는 반말!


제게 자주 연락하는 사람 중 하나는 팀에서 블랙리스트로 찍힐 정도로 매너가 안 좋은 사람이에요. 자기가 급할 때는 주변 사람들한테까지 다 전화를 돌려서 저희 팀에 누군가와는 꼭 통화가 되게 만들면서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는 연락을 씹기 일쑤고 자기가 용건이 있으면 밤이던 새벽이던 전화를 걸어요. 반대로 자기가 늦은 시간에 전화를 받으면 "아 씨. 이 시간에 왜 전화해. 내일 하지"하고 끊어 버려요. 최악은 이 모든 것을 '반말로' 한다는 것이에요. 정말이지 최악의 해충이에요.


이런 사람이랑 엮여서 마음고생을 했는데 퇴치법을 알고 난 지금은 저와 서로 존대를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그 퇴치법은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말에는 반말이에요. 아마 '응? 설마?' 하는 생각이 드셨을 텐데, 네 맞아요. 저보다 10살은 족히 많은 사람에게 저도 반말을 찍찍 뱉어 줬어요.


반말충 :  "야 OOO, 그 자료 좀 줘봐."
나        :  "뭔 자료?"
반말충 :  "?"
나        :  "?"
반말충 :  "OOO 자료 있잖아."
나        :  "그거? 부장님께 먼저 연락하는 게 맞는 듯?"
반말충 :  "?"
나        :  "?"


그쪽에서도 자신에게 반말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는지 "?"를 연신 보내왔는데 저도 똑같이 "?"를 보내주었죠. 제가 예의가 없는 것 같나요? 제가 평판을 신경 쓰지 않고 막하는 것 같나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평생직장이 없는 이 시대에 제가 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업무를 배우고 커리어를 위한 일종의 스펙,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예요. 언젠가는 나를 팽하거나 아니면 회사가 없어질 텐데 회사를 전적으로 믿고만 있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꼰대 인턴'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전 재미있다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무서웠어요. 물론 꼰대 부장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회사를 위해 평생 일한 사람인데 한 순간에 팽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남일 같지 않았어요. 전 한 회사에서 평생 있을 수 있다는 환상 따위는 없어요. '난 언제든 팽 당할 수 있다. 그러니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곳은 평생직장이 아냐.'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한 해충 때문에 마음고생하면서 억지웃음 짓고 혼자만 예의 바른 척해야 한다? 잘 모르겠어요. 그런 힘든 감정을 억지로 품고 참으면서 마음고생할 만큼 이 회사에서의 평판과 생활이 중요할까요? 전 아닌 것 같아요.


저 역시 밀레니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에게 보이는 나, 회사에서의 내 평판, 이런 거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 스스로 '난 할 만큼 열심히 했어.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는 곳에서의 진짜 있는지도 모르는 가상의 '평판'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해충들을 참아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한테 반말하는 사람들한테는 저도 똑같이 반말로 답해요. 이렇게 반말에는 반말로 대응하면 보통 두 가지로 경우로 상대방이 변해요. 첫째는 그래도 조금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데 '아, 나도 반말 들으면 화나는데 상대도 화났겠구나' 하며 반성하는 해충들이 '간혹' 있기는 있어요. 이런 해충들은 그다음부터는 반말을 하지 않죠.


둘째는 생각이 없는 해충들인데 반말을 들으면 화를 내며 씩씩 거리는 악성 해충들이에요. 그런 해충들에게는 장단 맞춰줄 것 없이 침착하게 '반말로' 계속 답해주면 결국 '와, 저 놈은 진짜다' 생각하고 제 풀에 지쳐버리죠. 그럼 결국 서로 반말로 대화하거나 한쪽에서 반말을 포기해 존대를 하는 것으로 상황이 종결되죠.


앞서 이야기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분도 반말에는 반말, 존대에는 존대로 대응하니 지금은 서로 존대하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아마 그쪽에서는 제가 이상한 놈으로 취급받고 있겠죠. 하지만 저희 팀에서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해충을 퇴치했다고 저를 좋아해 준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는 더 이상 이런 반말충들 때문에 상처 받지 않게 되었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말에는 반말!이라는 퇴치법을 알았으니까요!




반말충 말고도 회사에서는 정말 다양한 해충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해충들은 회사를 좀 먹고 우리 마음을 오염시키죠. 여러분 회사에는 어떤 해충들이 있나요? 앞으로 종종 저희 회사에 서식하는 해충들을 소개하고 제가 직접 해본 퇴치법을 소개하려 해요. 모범답안은 아닐 수 있어요. 다만 전 제 마음에 병을 만드는 해충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위해 무슨 수단이든 동원할 거예요. 내가 있어야 세상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망가지면 세상도 망가지고, 내가 희망적이면 세상도 희망적으로 변할 테니까요. 그런 '나'를 지키기 위해 전 참는 것 대신 '해충 박멸'을 선택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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