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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디 Jul 23. 2024

최고의 뇌과학 책을 찾았습니다-2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리뷰 (2)

이전 글과 이어집니다.



3. 감정, 경험, 패턴

감정은 생존을 위한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기억은 왜 있는 것일까요?

기억 역시 생존을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중에서 생존에 쓸모있는 것들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떠올립니다.


저는 어렸을 때 모닥불에 손을 갖다댄 적이 있습니다. (모닥불에 굽고 있던 감자를 먹고 싶었거든요) 


뜨겁고 아프더라구요. 아직도 그 고통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지금도 앞으로도 뜨거운 것을 만질 때 조심하죠. 비슷한 방식으로, 예전에 잡코인에 투자했다 물린 적이 있습니다. 속 쓰린 기억입니다. 이후로는 코인은 쳐다도 안 봅니다. 이처럼 경험은 기억이 되어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책에서는 이 내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뇌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과거에 이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뇌 속에 저장된 무의식적인 규칙과 모형을 인식한다. (140p)



즉, 어떠한 경험은 패턴으로 기억됩니다. 제 경우, 모닥불에 손을 대었더니 아팠던 경험이 있었죠. 여기서 모닥불은 뜨거운 것으로 추상화되고, 손은 전신으로 추상화됩니다. 그 결과, 뜨거운 것은 만지면 안 된다는 패턴으로 기억됩니다. 이런 기억이 무의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토마토를 먹고 배탈이 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토마토만 먹으면 메스꺼움을 느낍니다. 역시 몸이 토마토의 맛을 패턴으로 기억한 결과입니다.


하루 24시간 경험한 것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을 기억하면 좋을까요? 학습 과학 칼럼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감정의 힘, 학습과 몰입을 이끈다 https://21erick.org/column/11346/ )

감정은 주의를 이끌고, 주의는 학습과 기억을 이끈다. 감정에 의해 어떤 자극에 주의(attention)를 줄지, 무엇을 학습하고 기억할지가 결정된다 (Kovalik, 2009)


우리는 감정을 느낀 경험을 기억합니다.


정리하자면, 기억에 저장된 패턴은 유사한 상황에서 호출되어 우리의 행동을 제어합니다. 유익한 패턴은 지혜 혹은 통찰력이라고 부르겠지요. 허나 우리를 제약하는 해로운 패턴이라면 트라우마 혹은 버릇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머릿속 패턴은 무의식적으로 작용합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원하지 않아도 우리를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감정과 감정의 해석이 있습니다.




신체의 70%는 물, 정신의 70%는 감정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사물을 마주합니다. 인터넷에서도 수많은 글을 보고, 카톡으로 대화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경험이 다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험은 우리 정신 깊은 곳에 남습니다.

충격적인 경험이 그렇죠. 분노나 기쁨, 호기심 등 감정을 강렬하게 느낀 경험도 그렇습니다.


이처럼 감정을 느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을 때, 우리는 이를 '의미 있는 경험'이라 부릅니다. 즉, 의미 있다는 것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의미는 감정입니다. 감정이 가는 곳에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상황에서 감정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면,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정확히 어떤 감정을 어떻게 유발해야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요?


자세한 방법을 다음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P.S. 속편인 '뇌 마케팅의 비밀을 풀다'은 내용이 많이 겹치니 굳이 읽지 않아도 됩니다.



P.P.S. 우리는 스스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느낀 감정이 우리가 앞으로 할 행동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느낄 감정을 바꾸면, 자신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불에 덴 경험은 다양하게 추상화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제가 기억을 곱씹어보며, 어쩌면 진짜 문제는 불이 아니라 캠핑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이 아니라 캠핑을 조심하게 되겠죠. 실제로 벌어진 사건은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석(추상화)은 바꿀 수 있습니다. 해석을 바꾸면 제 행동이 바뀝니다. 즉, 우리가 다른 추상화를 선택하면, 스스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추상화된 기억을 이야기(narrative)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경험과 패턴이 감정을 중심으로 저장되듯, 이야기 역시 감정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나중에 이야기를 다룰 때 더 살펴볼께요. (살펴볼 책: 킨드라 홀 '히든 스토리', 우아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조던 피터슨 '의미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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