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채우기]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을 찾아간 과정에서의 배움
[공간 채우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진저티프로젝트가 아이들이 공간에서 만날 경험을 상상하고, 경험을 만드는 콘텐츠와 자원을 채워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가 원하는 것은 트윈세대가 가장 잘 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가는 진저티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11~15세 나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지난 1월부터 꼬박 1년간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은 무엇일까?’라는 모호하고 어려운 질문의 답을 찾아 달려왔습니다. 애초에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도에 없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기란 참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트윈세대 친구들이 들려주는 목소리와 이 길을 함께 걷는 이들과의 서로 배움을 나침반 삼고, (국내에는 트윈세대에 대한 연구도 참고도서도 없는 상황에서) 북미와 유럽의 아티클과 도서들을 마치 어린아이가 한글을 배우는 마음으로 하나씩 깨우쳐가며 한 걸음씩을 내디뎠습니다.
그렇게 지난 1년간 진저티프로젝트가 트윈세대 친구들을 만나면서 경험한 것들, 지도에 없는 길을 한 걸음씩을 내딛으며 만들어온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지표들 즉, 길을 찾도록 도움을 준 핵심적인 인사이트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것은 트윈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법, 트윈세대와 신뢰 관계를 맺는 법, 트윈세대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을 만드는 법 3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고요, 트윈세대와 함께하고픈 어른들에게는 제언으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윈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법 :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모두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트윈세대와 신뢰 관계를 맺는 법 : 잘 관찰하고(경청) 제대로 환경을 만들어주는(반영) 어른이 필요하다
트윈세대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을 만드는 법 : 중력을 거스르는 운영의 방식, 사람을 중심에 둔 문화를 만들자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트윈세대가 원하는 것은 트윈세대가 가장 잘 압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종종 이 당연한 것을 놓치곤 합니다. 혹은 아이들을 미숙한 존재라고 여기며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어른들의 생각과 방식, 속도로 일을 진행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종종 아이들의 목소리는 어른들의 그림자에 묻혀버리곤 합니다.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을 찾는 과정 중에, 진저티프로젝트의 좋은 스승 정민규 퍼실리테이터님을 통해 <참여의 사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인 버전을 알려주셨는데 찾아보니 아동 버전도 있더군요. <아동 참여의 사다리>를 보면서 저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좀 더 직관적으로 아이들이 주도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많은 구조들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모든 배움의 현장에서 아이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그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지도요.
<아동 참여의 사다리>를 꼼꼼히 살피면서, 트윈세대와 함께하는 집중 워크숍을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발견하고 주도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경험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스스로 기획하고 제안하고 개선점을 회고하는 것까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주도권을 줘봤습니다. 하다못해 워크숍의 배경음악부터 간식으로 제공되는 음료수까지 직접 고르고 만들도록 해보았습니다. 조금 느리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걱정과 염려에 보란 듯이 자신만의 취향, 참신한 아이디어, 성숙한 고민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을 믿어주기로 마음을 먹으니까 더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이라는 질문의 답은 트윈세대의 개수만큼인 N개입니다. 그렇지만 한 명 한 명 트윈세대 친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 조각 한 조각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듯 어떤 패턴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잘 듣는 것입니다. 디테일한 기록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죠. 진저티프로젝트는 평균 연령 18세의 고등학생 인턴들과 함께 트윈세대 친구들의 곁으로 파고 들어갔습니다. 오빠/형 같고 언니/누나 같은 이들이 옆에 있으니 특별히 뭘 해주지 않아도 자기 속마음을 술술 풀어놓더라고요. 다른 사이드에서는 프로젝트의 모든 순간과 장면에 들어가 속기사처럼 아이들이 말과 행동을 세밀하게 듣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코드네임 '웹툰 작가' 지우는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지우는 취미로 웹소설을 쓰고 웹툰을 그리는 동그란 눈이 매력적인 중1 소녀입니다. 전주 동문서점에서의 집중 워크숍 때 ‘발견’ 섹션의 작은 테이블에서 저는 처음으로 지우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슨 무슨 프로그램은 솔직히 노잼이에요!
도서관에서 방탈출 게임 같은 거 하면 어때요?”
신선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방탈출 게임이라니! 방탈출 카페에 가본 적은 없지만 또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잘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우의 큰 목소리에 놀랐고, 그 목소리에 가득 찬 자신감과 호기심이 반가웠습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고 칭찬해주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실행으로 옮길 수 있을지 지우와 또 함께하는 트윈세대 친구들의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질문들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렇게 우주로1216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우주로1216 탈출 게임’이 탄생하였습니다! 두 차례의 집중 워크숍에서 지우의 아이디어는 도서관 탈출 게임 활동 제안서로 발전되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되었고, 참여한 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우주로1216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고, ‘우주로1216 탈출 게임’의 세부 내용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테스트에서도 지우의 활약은 계속되었습니다.
“유언장은 제가 꼭 쓰고 싶어요! 영감이 막 떠올라서요!”
지우의 주도성과 주인의식은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점점 커져갔습니다. 테스트 첫째 날 활동을 마치고 둘째 날 활동을 준비하는 일주일간, 저는 지우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 도서관 탈출의 중요 아이템인 유언장 내용을 문자로 주고받았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웹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지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경험이었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직접 기획해보고 제작해보고 진행해본 게임을 마치고 지우에게 이 경험이 어떤 경험이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이렇게까지 발전하게 될 줄 몰랐어요.
다음에 새로운 테마로 또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우주로1216 탈출 게임’은 테스트 활동에 참여한 트윈세대 친구들에게도 먹혔(?)습니다! 함께한 21명의 트윈세대 친구들은 “도서관에서 한 탈출 게임이 낯설지만 재밌었고, 직접 기획해본 경험이 새로우면서 좋았고, 내가 만든 게임을 다른 친구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신났고, 함께 스토리를 짜고 게임을 세팅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이 재밌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은 불특정 다수의 트윈세대를 위한,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애매한 결과물이 아니라 한 명의 트윈세대라도 제대로 가깝게 느끼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목소리를 경청해주는 누군가, 내 목소리가 존중받는 경험, 나 스스로 주도해본 경험은 아이들을 변화시킵니다. 아이들의 그다음 경험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어쩌면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의 마지막 월례회의에서 신혜미 매니저님이 회고 질문으로 던져주신, ‘이 프로젝트가 나에게 남긴 것은?’이라는 질문에 저는 주저함 없이 ‘트윈세대 친구들(나를 리서치봇이라고 불러주는)’이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트윈세대 친구들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도 이 여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을 겁니다. “리서치봇! 리서치봇! 제가 오늘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40분이 걸렸거든요. 그래서 발에 물집이 생겼어요…” 코드네임 '소호' 연송이는 진짜 친구에게 말하듯 다정하게 제 코드네임을 불러줍니다. 그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낯선 어른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신뢰를 쌓아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의 목소리들을 솔직하게 들려준 나의 트윈세대 친구들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쯤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저에게 트윈세대 친구들과의 이 ‘관계’가 소중하듯이, 트윈세대 친구들에게도 이 ‘관계’를 통한 경험의 힘이 크다고 믿습니다.
존 듀이는 <경험과 교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험은 언제나 한 개인과 그 시점에서 그의 환경을 형성하고 있는 것 둘 사이의 교섭이 이루어짐으로써, 즉, 개인과 환경이 서로 무엇인가를 주고받음으로써 성립된다.”
경험은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원리를 바탕으로 발생되고 커져갑니다. 트윈세대 친구들을 만나는 어른들에게 단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가꿔가 주시라는 것입니다. 트윈세대 친구들의 경험은, 그리고 경험으로 이어지는 관심과 참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귀 기울여주고, 바라봐주고, 듣기만 하지 않고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줄 때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을 존중하고 있구나를 느끼며 신뢰를 쌓아갑니다.
‘우주로1216 탈출 게임 기획단’ 활동을 준비하면서 전주로 가는 KTX 기차 안에서 프로덕후 진향님의 아이디어로 우주로1216의 어른들인 ‘지구인’ 이름에 의미를 붙여보았습니다. ‘지켜봐주고 필요한 것을 구해주는 사람’이라고요. 당일에는 제대로 곱씹지 못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지구인의 역할로 딱 맞습니다. 저는 트윈세대와 만나는 어른들이 지켜봐 주는 사람 즉, ‘관찰자’ 그리고 필요한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구해주는 사람 즉, ‘환경조성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중 워크숍 때 독서동아리에서 참여한 트윈세대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뭘 만들고 싶다고 할 때 어려운 것을 선택하는 것 같으면, 선생님들이 대안을 제시하시거나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실 때가 많거든요. 여기서 만나는 어른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해주고, 우리가 뭘 하고 싶은지 이해해주고, 우리가 스스로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정확한 지적이어서 뼈가 아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청소년, 한국의 트윈세대를 이해하고 싶어서 줄 치면서 읽은 김현수 선생님의 조언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알아봐 주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어른들은 아이들을 발견해내야 하고 아이들이 갖고 있는 욕구의 뿌리를 읽어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단순한 욕구를 더 높은 욕구와 연결시키면서 아이가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승화가 일어나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할 때 아이들 사이에서 연쇄적 파동이 일어납니다. 먼저 해낸 아이가 그 파동의 시작이 됩니다.”
-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트윈세대와 신뢰 관계를 맺으려면, 트윈세대 친구들을 잘 관찰하고 제대로 환경을 조성하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이런 어른들은 아이들의 깊은 욕구를 세심하게 읽어주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욕구가 건강하게 풀리고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반영해주는 어른들입니다.
프로젝트 초반에 읽었던 <사서 빠뜨: 작은 관계의 기적, 백만의 어린이를 읽게 한 힘!>의 프랑스 최초의 어린이 도서관을 만든 즈느비에브 빠뜨 여사도 관찰자와 환경조성자로서의 사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3월에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11월에 다시 읽어보니 그 말이 그 말이었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배워가는 과정인 거죠.
‘관찰자’로서의 어른
“우리가 아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그들의 욕구와 호기심,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것, 그들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 황금을 캐듯 찾아야 한다.” <사서 빠뜨> 22p
‘환경조성자’로서의 어른
“도서관 문을 여는 순간, 우리 사서들은 마치 갑판 위의 선원들처럼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고, 아이들이 주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그들의 의견을 듣고 질문을 수집한다. 우리는 늘 아이들 곁에 있으면서도 섣불리 나서거나 간섭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사서 빠뜨> 186p
두 가지 역할에 덧붙여 ‘연결자(Docker)’로서의 어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주로1216’의 모든 경험은 트윈세대의 호기심과 질문과 열정에 문을 활짝 열어놓는 ‘우주 탐험’과 같은 여정이 되기를 프로젝트 추진단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데요, 우주 탐험에서 ‘도킹(Docking)’의 의미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주인들이 혹은 우주선이 우주를 마음껏 탐험하기 위해서는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간 혹은 우주선들 간의 결합, 즉 도킹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 도킹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우주선들끼리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면서 천천히 위치와 방향을 맞추어 연결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연결된 통로를 통해 물자와 인력이 오가게 되는데요, 이 도킹 시스템은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한 우주과학의 결정체라고 합니다.
관찰자와 환경조성자에 더해 ‘우주로1216’에서 다양한 주제의 만남과 연결을 촉진하는 연결자(Docker)의 역할을 하는 어른들을 기대합니다.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적절한 연결을 이룸으로써 우주 탐험의 기쁨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우주정거장 같은 어른들이요.
우주 탐험에 나설 트윈세대 우주인들이 주로 어떤 영역에 머무는지, 어떤 활동을 제일 재밌어하는지, 어느 재료가 금방 소진되는지, 어떤 책을 자주 꺼내어 읽는지, 어떤 도움을 가장 많이 요청하는지… 우주인들의 욕구와 필요, 목소리를 잘 관찰하고 세심하게 연결하며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지구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1번과 2번의 지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운영의 관점이나 인력, 방식, 평가 등을 말합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전에 없던 공간, 전에 없던 경험에 대한 진저티프로젝트 리서치에 첫 불을 지펴준 론 스타커(Ron Starker)는 <Transforming Libraries>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서관은 무언가를 찾는 공간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도서관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작은 것을 고치고 만들고 배우고 소통하는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식료품 상점이나 사탕 가게가 되는 것을 멈추고 부엌이 되어야 한다.”
<Transforming Libraries>
즈느비에브 빠뜨 여사 역시 도서관 운영 방식에서의 관료주의를 탈피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도서관의 운영 방식은 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선택하는 다양한 경로, 아이들의 즉흥적이고 거침없는 질문과 욕구, 자발적인 참여 의지, 이런 것들을 모두 수용하려면 도서관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야 하고 유연해야 한다. 각종 행사들로 꽉 채워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기회를 박탈해 버릴 위험성이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 사서들은 전통적인 사서의 역할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기도 한다.”
<사서 빠뜨> 188p
진저티프로젝트가 지난 1년여 트윈세대 친구들을 만나고 발견하고 듣고 정리하고 도출한 결론도 마찬가지인데요, 트윈세대의 경험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영의 관점을 운영자에서 트윈세대로, 운영할 인력을 진행자에서 촉진자로 (심지어 트윈세대 스텝의 발굴 및 운영 까지도), 운영의 방식을 프로그램 중심에서 프로그램 탈피로, 운영에 대한 평가를 숫자가 아닌 목소리와 문화 만들기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중력 거스르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운영 방식, 관리가 쉽고 성과 측정하기 편한 방식과 정반대 되는 길을 가시길 제안합니다.
이상과 같은 운영의 원칙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바탕이 되는 ‘문화’가 더없이 중요합니다. 특히, 트윈세대를 기획자로 키워내고, 자유로운 의견들을 포용하고, 주도권을 넘겨주는 문화 말입니다. 트윈세대와 만나는 어른들에게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이나 경험’에 방점을 찍기보다 ‘트윈세대’에 초점을 맞춰주시기를 제안합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함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중력은 언제나 우리를 잡아당깁니다. 자유로운 탐험보다는 원칙과 규율을 강요하고 그 안에 우리를 가둬놓으려고 합니다. 트윈세대는 집에서는 부모님, 학교에서는 선생님 눈치를 보느라 이 중력 안에 갇혀있습니다. 트윈세대를 스스로 주도하고 참여하는 주체가 아닌 단순한 서비스 이용자나 소비자로 만들어버리는 일률적인 프로그램, 대중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일회성 이벤트,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하기 쉬운 방식들은 새로운 지경으로의 탐험의 걸음을 붙잡습니다. 트윈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경험을 스스로 발견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나만의 취향이 깃든 창작물을 만들고 경험을 확장하는 더 큰 만남으로 연결되려면, 눈치 보이지 않고 실패해도 괜찮은 ‘중력이 없는’ 안전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관찰하고 성찰하고 반영하는 작업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한 ‘우주로의 탐험’을 우리 함께 계속 해나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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