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프로덕후 Apr 19. 2019

파일럿 프로그램, 내-일은 크리에이터

[공간 채우기]정답이 없는 길, 블랙박스에 기록하는 트윈세대가 원하는 것

[공간 채우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진저티프로젝트가 아이들이 공간에서 만날 경험을 상상하고, 경험을 만드는 콘텐츠와 자원을 채워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가 원하는 것은 트윈세대가 가장 잘 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가는 진저티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11~15세 나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트윈 세대가 원하는 경험과 환경은 무엇인지 관찰하기 위해 시작된 파일럿 프로그램 ‘내-일은 크리에이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6회의 프로그램 중 2회를 마쳐, 벌써 파일럿 프로그램의 1/3이 지났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기록해보려 합니다.



같이 배워간다는 것 - 예습하기: 먼저 질문하고 공부한다 

[파일럿 프로그램 계획안] 


파일럿 프로그램은 스토리텔링, 랩, 웹툰,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보는 6회의 동아리 활동입니다. 막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려니 쉽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각각의 활동을 먼저 익히고 질문하는 예습의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예습과 복습’이 중요하다는 건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는 말만큼 공부의 진리입니다만, 초중고대학교를 거치며 충실하게 벼락치기 인생을 살아왔던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잘 설계하고 계획하고, 멋지게 이끌어 가는 건 오히려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가 모든 것을 잘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실제 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함께 할 아이들에게 무엇이 남을지를 고민하면서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과 환경을 같이 관찰하려면 어떤 구성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여러 질문이 떠오릅니다. 


‘배우는 법을 배우게 한다는 건 무엇일까?’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배우게 하려면 어떤 자극이 필요할까?’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이냐고 물어본 친구가 있었는데, 
스토리텔링에 대한 설명을 어떤 콘텐츠와 방식으로 해야 할까?’


파일럿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


생각이 막힐 때면 언제나 시작점으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왜 이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갖기로 했는지 다시 떠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처음 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영감을 얻은 아래 두 책의 구절을 다시 읽어봅니다. 


“도서관은 무언가를 찾는 공간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도서관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작은 것을 고치고 만들고 배우고 소통하는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식료품 상점이나 사탕 가게가 되는 것을 멈추고 부엌이 되어야 한다.”

<Transforming Libraries>, 론 스타커 
“과제를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배우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은 변화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관찰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모방하거나 교사한테 들은 내용을 습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발견하는 학습 방식은 기계적인 학습 방식보다 더 단순하고 재미있다.”

<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


그저 내게 필요한 정보만 찾아가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실험해보는 시간, 그리고 내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는 시간. 이것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맨 처음 프로그램의 시작은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게 되었죠. 


우선 선생님 없이 ‘우리 모두가 배운다'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닉네임을 정해서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닉네임만 정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고 가는 큰 콘셉트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교실에 오면 새로운 정체성이 생긴다. 

나이와 관심사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다. 


무언가 연상되지 않으시나요? 저는 ‘어벤저스'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 파일럿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히어로'가 되었죠. 


“우리 모두는 크리에이티브 히어로다.”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히어로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첫 시간에는 각자 히어로의 이름을 짓고, 모두가 지킬 약속을 정해 보면 어떨까! 하는 수업 교안 초안을 작성해보았습니다.


[히어로명을 정한 크리에이티브 히어로들]

+ 개성만점, 히어로명을 소개합니다 + 

게임왕: 게임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나마 잘하고 많이 해서입니다.  

회사원: 회사원처럼 뭐든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서  

데드풀: 친구와 수다를 쉽게 떨 수 있고 유머를 좋아하여서 데드풀이라 하였다.  

소호: 제가 가장 아끼는 자캐(자신이 만든 캐릭터) 이름입니다. 딱히 뜻은 없고 이 아이가 소중한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텐사이: 텐사이는 일본어로 천재라는 뜻인데, 모든 일을 다 천재처럼 잘하고 싶어서 이런 코드네임을 짓게 되었습니다. 



파일럿을 파일럿 한다 


이 교안을 바탕으로 진저티 내부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파일럿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환경 세팅부터 수업 참여, 관찰 기록까지 리허설을 해 본 것이죠. 참여한 진저티 멤버들도 마치 ‘중학교 1학년생인 것처럼’ 각 활동들을 직접 해보고, 실제 관찰하며, 관찰 기록을 해보았습니다. 

[파일럿을 파일럿 하다]

모의 수업을 진행해보니 교안을 작성할 때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말로 설명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이들은 물론 진행자도 어려울 것 같아서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영상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제한된 시간 동안 아이들이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모의 수업이 끝난 뒤 활동이 어땠는지,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겠는지 피드백을 이야기했습니다. 


“히어로 이름을 생각해내기가 어려워요. 예시가 있으면 좋겠어요.”
“수업시간이 짧아서 여러 활동을 하기는 제약이 있으니, 약속을 정하는 것은 빼고 히어로명을 짓는 한 가지 활동에만 집중해봐요.”
“간식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프로그램 내용을 수정하고 준비하며, 대망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죠. (파일럿 테스트 덕분에 진저티팀이 프로그램의 순서와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해서 실제 파일럿 프로그램을 수월하게 진행하게 된 건 덤!)



관찰하고 회고한다


[히어로 이름을 짓던 날, 참고 콘텐츠]


이 프로그램은 단지 다양한 크리에이터 활동들을 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트윈 세대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트윈 세대는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가장 집중하고 몰입한 순간은 언제였는지, 진행하며 활용한 콘텐츠와 사람, 그리고 장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세히 기록합니다. 프로그램에 맞춰 같이 보면 좋을 콘텐츠도 준비해 가서 아이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콘텐츠를 활용하는지도 관찰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파일럿 프로그램 진행 방식]


파일럿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진저티팀 모두가 모여 회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자리 배치와 조편성부터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보는 회고 시간에 이르기까지 포스트잇에 아이들이 반응한 ‘경험’과 ‘환경’은 무엇이었는지, 또 반응하지 않거나 불편해한 요소는 무엇이었는지도 서로 공유하고, 다음 시간에는 어떤 경험과 환경을 제공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진저티팀의 회고 포스트잇]

+ 이런 것을 관찰했습니다. +

본인들끼리 얘기하는 시간에는 별로 역동이 일어나지 않음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음) - 어떻게 대화를 나누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친한 아이들끼리 있는 조는 수다스러웠음 (가끔 투머치) - 좋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움

사전에 만나본 적 없는 낯선 어른들이 많으면 부담스러워함. 눈치를 보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워 보였음  

친구들의 이야기를 재미있어하고 공감함 (데드풀의 동심 파괴 이야기 / 텐사이의 귀신 이야기)  

스토리텔링 VS 설명 - 프로덕후 이야기는 집중도가 높았으나 프로젝트 소개는 지루해함  

그날 할 활동을 미리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 사전 과제를 주자!  



이렇게 매 시간마다 관찰한 내용을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과 환경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더라도, 되돌아와야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학습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저는 길치입니다. 길을 걷다 잠깐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면 원래 가던 방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라서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길을 헤매는 시간이 꽤 많았습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건 바로 저일지도 모릅니다. GPS로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찍어주고, 최단거리 길을 알려주는 지도 앱 덕분에 지금은 덜 헤매게 되었죠.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내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그 느낌이 찾아옵니다. ‘이건 뭐지?’,‘이 아이들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하는 모호함에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이 프로젝트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그런 내비게이션이 있을 리도 만무하지만 만약 있다 해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만 따라가다 보면 트윈 세대가 원하는 길은 찾을 수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비게이션이 아닌 블랙박스인가 봅니다.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이 아닌가 봐! 하고 다시 나올 수도 있고, 조금 더 걸으면 무언가 나올 것 같아 더 걸어보고 싶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길에서 어떤 것을 발견했는지 잘 기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더 많은 트윈 세대가 걸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은 한 가지 정해진 길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파일럿 프로그램 2회 '스토리텔링' - 레고로 스토리를 표현해본 시간]


이 블랙박스 안에 여정을 걸으며 발견한 것, 함께 길을 걸은 트윈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보겠습니다. 블랙박스 안에 무엇이 담겨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차근차근 기록하며 블랙박스를 열어보게 될 그 날을 함께 기다려주세요. 



진저티프로젝트 

CreaTeave Interpreter 
강진향 (프로덕후)



| 진저티프로젝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ingertproject







프로덕후 소속 프리랜서 직업 크리에이터
구독자 10
매거진의 이전글 트윈세대에게도 사랑받는, 문턱 낮은 도서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