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가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나이는 서른넷.
갑자기 독립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가가 서울에 있다 보니 독립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집에서의 생활에 불편함도 없다.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헬스장과 요가 수업도 잘 이용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독립을 마음먹으니 떠나기가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갑자기 내가 미성숙하게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본가에 살면서 주거비,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 것은 정말 좋다. 덕분에 돈도 꽤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은 모이지만 ‘생활 근육’이 쌓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출도 받아본 적이 없고, 집을 거래하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예전에 대학원에 다닐 때 자취방을 구한 적이 있긴 했다. 그때 좋은 거래를 했던 것 같진 않다. 필로티 건물의 2층 원룸을 얻었는데, 겨울에 정말 냉장고나 다름없었다. 월세도 만만치 않았다. 방이 정말 좁은 편이라 사실 그런 곳에서 다시 살고 싶지는 않다. 바닥에서 푸시업 할 자리도 겨우 만들어질 정도랄까.
그래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조금 더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섭다는 전세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도 배워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성향은 집돌이에, 생활환경이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루틴을 정하고 지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는 것도 꽤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으면 훌쩍 떠나버리는 편이다. 예를 들면 혼자서 인도와 모로코를 다녀오기도 했다.
가끔씩은 이렇게 나 자신을 낯선 환경으로 던져 놓아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려는 독립도 인도, 모로코 여행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허들은 경제적인 것이다.
최근 투자 계획을 실행하면서 많은 돈이 주식 투자에 들어가 있다. 이것을 최대한 매도하지 않으면서 독립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현재로서는 마곡동 쪽에 전세를 얻어볼 생각이다.
익숙한 환경을 떠날 생각에 벌써 긴장이 된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 나갈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한다. 앞으로의 삶을 더 구체적으로 계획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추가로, 독립할 생각을 엄마께 말씀드렸더니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역시 내가 얼른 독립하길 바라셨던 것 같다. 나는 부모님의 과제이다. 내가 결혼까지 하는 것이 어쩌면 부모님의 마지막 과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