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와 온 가족이 100일 잔치를 했어. 94일이긴 했는데, 생일은 지나서 하는 게 아니라는 옛말씀을 귀담아 오늘 하게 됐지. 옛날에는 아기들이 100일을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서 100일을 살면 기념하는데서 비롯됐다고 하더라.
아빠는 딱히 기대한 게 없지만 굳이 하나 있다면 100일의 기적? 100일이 지나면 3 ~ 5시간마다 깨는 신생아가 통잠을 자기시작한다고 하거든. 그런 소원을 꿈꿨지만 그것은 이 글을 수정하는 27개월이 된 오늘도 이것은 아직 요원하게 남아있다.
너를 낳기 전에 100일 잔치와 돌잔치가 뭐가 다른 지도 몰랐을 정도였는데, 시간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때가 되니 그 차이를 절로 알게 되더라. 준비 여왕인 내 아내는 미리미리 업체를 찾고 후기를 보았지. 아빠도 몇 번 후보 제안을 했는데, 결국 가장 단아하고 묵직한데 세련된 느낌의 백일상을 고를 수 있게 됐단다. 알아봤을 때는 예약이 다 차서 못 빌렸는데, 마지막 여분을 득템 할 수 있게 되었어. 그 외 다양한 아이디어는 고모한테 물어봐서 정보를 얻었지. 떡은 할머니가 아는 동네 괜찮은 곳에서 맞추는 걸로 했어. 이번엔 1월에 설연휴도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주 가족들을 만난 한 달이었지.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파가 덮쳐 영하 17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었지. 요 며칠간 통잠을 자는가 싶던 너는 조금 불편함이 있었는지 새벽에 한 번씩 깨기 시작했어. 그리고 낮이나 밤이나 장이 끊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1시간 넘게 우는 날들이 계속 됐지. 그런 울음을 옆에서 보고 듣고 있으면, 이게 배고픔/졸림을 이라기보다 아픔을 표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나, 중이염 나아가 우리가 아직 모르는 못한 아픔들...
수요일 저녁 네가 그 울음을 울 때 우리는 너를 들어 엎고 소아응급실로 향했어. 하지만 향하는 차 안에서 5분 만에 너는 바로 잠에 곯아떨어짐... 금요일 오전에 다시 우린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결과 아주 건강하다는 소견을 듣고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 여러 가지 아픈 가설은 모두 지우고, 원더웍스와 배앓이 정도로 추릴 수 있었지. 얼마나 마음이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검진 결과로 우리는 기운을 얻었어. 너의 컨디션은 첫 번째였으니까. 전날 점심이 지나자 파티 용품 도착했고, 세팅을 위한 논의도 마무리했지. 우리는 집안 위치를 바꾸고 준비를 할까 했지만 서로 피곤하여 아무것도 못하고 바로 잠에 들었다. 새벽에 수유를 마치고 아침 9시부터 준비를 시작했어. 세상 정확한 나의 아내는 소파를 치우고 테이블을 올려놓고 세팅과 데코레이션을 진행하였지. 난 위치를 바꾸고 전체 행사 흐름을 담당하였고.
오전 11시에 친가 식구들이 모이는 것으로 시작했어. 할아버지가 가장 먼저 오셨고, (사실 요 근래 할아버지가 제일 늦게 오시는 바람에 할아버지만 살짝 일찍 오라고 말씀드렸지) 할머니 그리고 주하언니네 가족이 도착하였어. 주하언니는 이제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하여 어색한 사람을 보면 자주 운단다. 바로 나를 보면 그렇게 운다..ㅠ 완성된 백일상 앞에 선물 받은 옷으로 1차, 한복으로 2차 사진을 순식간에 찍으며 마무리하였다. 사실 백일은 노래를 부르거나 할 게 없기 때문에 우린 최대한 사진을 찍는데 집중하였지. 중간중간 주하 언니가 울고 이솔이도 울고 하였지만 무탈하게 마무리되었어. 고양이들도 얌전하게 있어 주었지. 어향동고로 유명한 중국집에서 요리와 식사로 주문해 마무리하고 이솔이 100일 떡을 가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셨어. 피곤해서 난 10분 정도 눈을 붙였는데, 바로 '현관에서 호출이 왔습니다'가 울렸지.
외갓집 식구들이 오신 거야. 4시 반에 이모까지 모두 오시며 전원 출석 했어. 오전에 한번 해서 그런지 이솔이는 훨씬 여유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또 사진을 찍었지. 이번엔 삼촌이 사진을 찍어주고 내 아내와 보조를 맞추니 오전보다 더 수월했단다. 자연광은 날아갔지만, 엄마가 또 편집을 잘해주겠지? 외할아버지가 쿠폰을 주셔서 치킨과 김치찜으로 마무리하였고 와인을 한잔씩 하며 이솔이의 100일을 축하하였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아빠의 첫 글을 쓰기 위해 앉았다. 오래간만에 쓰는 글이라 약간 어색하네. 예전에는 안에서 끓어오르는 생각과 그걸 수없이 정제하고 완성된 글을 읽으며 탄복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런 나만의 마스터피스를 만드는 일이 점점 적어지고 어색해지게 되었다.
오늘의 행사는 앞으로 우리 3명이 함께할 이벤트의 시작이야. 앞으로 내 아내와 나의 욕심으로 채워진 행사들이 주를 이루겠지만 또 그 후엔 너의 욕심도 같이 섞어가며 우리 가족의 기억을 함께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