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부모를 떠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
이솔아 안녕.
아빠가 태어난 지 3개월 됐을때 사우디에서 계시던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보내준 편지가 있어. 아직 100일도 안된 아빠에게 할아버지는 꽤 진지한 인생의 조언과 사랑을 가득 담아주셨어. 살아가면서는 가끔 서운함을 느꼈던 부자지간이지만 그래도 그 시작에서의 진한 사랑은 읽을때마다 마음을 넉넉하게 한단다. 오래 보관되어 있던 편지를 발견하고 읽었을 때 뭉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단다.
나중에 이 편지도 너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길 바라며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온날 새벽 두 시쯤 분유를 내리려고 하니 "띠~ 띠~ 띠~ 띠~" 경고음이 울린적이 있어. 아마 깔때기 교체 불이였던거 같애. 처음 경고등을 봤는데, 우는 갓난 아이를 들고 분유 깔때기를 한 손으로 넣어가며 맞지 않는 깔때기를 억지로 맞추며 땀으로 등을 흥건히 적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그때보다는 확실히 엄마와 아빠는 조금 더 능숙해졌는데 이제 깔때기는 한손으로도 갈수 있고 느낌으로도 이게 잘 맞는지 아닌지 알수 있단다. 너의 울음 가짜인지 아닌지 도 얼추 구분할수 있지. 너도 조금은 이 세상에 적응한 거 같아. 뭐가 그리 급한지 팔다리도 길어지고 배도 볼록해지고 등도 단단해지고 사람을 알아보고 웃고. 문득 세월의 빠름에 서러워진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아주 열심히 부모를 떠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너도 엄마와 아빠보다 친구를 찾고 또 이성친구를 만나고 싶어 할 거야. 그리고는 누군가를 만나 급하게 떠나겠지. 아빠와 엄마가 그랬던 거처럼...
그때가 와도 항상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은 너를 처음 알게 된 그 순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네가 태어난 1년 전도 이렇게 단풍도 들고 날씨가 좋았단다. 너를 무사히 만나고, 병원 앞에 섰던 오후의 그 날씨와 바람을 생생히 기억해. 항상 이 아름다운 날씨를 맞을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너를 떠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너에게는 모든 게 처음이었을 1년, 우당탕탕 초보 부모와 함께 잘 자라줘서 고마워. 건강하고 액티브하게 자라는 것도 좋지만 다치지 않으며 살아가자. 너를 키우느라 제일 고생한 엄마에게 감사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도 잊지 말고.
처음 생일 축하해 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