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oductKwon Jun 17. 2024

초기 제품, 빠른 실행의 중요성

1. 도전과 배움


수많은 초기 제품이 망합니다. 이것은 제 이야기입니다.


많은 팀이

품을 제대로 런칭하기도 전에 해산되고(망하고),

어렵게 런칭했지만 고객이 없어 피봇하고(망하고),

고객이 생기더라도 스케일업이 되기 전에 돈이 떨어집니다(망합니다).


2019년 창업한 한 스타트업은 VC투자, 개인투자, 정부지원금, 대출, 창업자 자본금 및 추가 가수금 포함 1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쓰면서 4번의 제품 런칭과 3번의 피봇 끝에 만 3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제 얘기입니다.)


창업가로 시작해 PO로 자리잡기까지, 저는 IT 스타트업 씬에서 초기 제품을 런칭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배움은 '속도'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인의 성장에 대해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초기 제품의 성장에는 '속도'가 더 우선입니다.


2. 빠른 실행


초기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실패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회고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략이 더 분명했더라면 시장 진입이 더 쉬웠을 것이고, 기획이 더 꼼꼼했더라면 초기 버그를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을 더 썼어야 했을까?"라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경우 'NO'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시장이나 회사의 상황은 계속 변하고, 이에 따른 고객들의 요구나 팀원들의 동기부여 수준도 너무 빠르게 변화합니다.


최선의 전략을 수립했다면, 빠르게 실행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것이 느린 실행보다 거의 항상 낫습니다.


빠른 실행의 경우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느린 실행은 다음 기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면 작은 실패만큼 작은 성공도 자주 얻습니다. 작은 성공이 쌓여 큰 성공을 이뤄내고, 이 과정 없이 한 번에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시간보다는 실행 횟수에 비례해 제품과 팀이 성장한다는 것이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3. 우선순위


빠른 실행을 위해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입니다.


우선순위란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무엇을 (지금은)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에 가깝습니다. 꼼꼼하고 방대한 기획보다는, 우선순위 중심의 단순한 기획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한 번은 고객 인터뷰와 설문조사에서 "이미지 검색 기반 가격 비교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개발자는 단 2명에, 디자이너도 없는 우리 팀에게는 거대한 기능이었습니다. 대형 포털과의 제휴나 API 연동은 너무 먼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기획은 간단했습니다. 상세페이지에 특정 URL로 이동하는 돋보기 버튼을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획 당일 개발해서 바로 배포했습니다. 이후 '인간 매크로'가 되어 3,000개 상품에 이미지 검색 결과 URL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입력했습니다. 혼자서도 충분했습니다.


고객의 상세페이지 체류 시간이 10% 이상 증가했고, 이미지 검색 버튼을 클릭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40% 상승했습니다. 당시 우리 팀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였습니다. 이 작은 성과에 힘입어 크롤링과 파싱이라는 간단한 기술로 가격 비교 기능까지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나 개발자들이 "어떻게 구현한 거예요?"라며 강한 호기심을 보일 정도로, 당시엔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이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기획은 빠른 실행을 만들고, 빠른 실행은 더 많은 실행을 반복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실행 횟수가 많다는 것은 가설 검증 횟수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그 검증된 가설들이 모여 우상향 하는 지표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제품과 함께 개인도 팀도 성장합니다.


예전에 한 멘토분이 해주신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기획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