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6월 모의고사
도서관의 여름은 차갑다. 지하에 있는 열람실 특유의 비릿한 차가움이 있다. 매미가 쩌렁이는 도서관 입구를 들어가 지하 1층 열람실로 향할 때면 온도가 몇 도가 낮아지는 듯한 서늘함이 있다. 게다가 공공도서관은 에어컨을 넉넉하게 틀어주기 때문에 수험생인 우리는 30도가 넘는 여름의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 했다. 친구와 나는 회색 후드티에 긴 바지, 그리고 양말까지 신고 열람실을 들어섰다.
여름이 한창인 7월, 뒤늦은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기로 했다. 근처 고등학교에서 남은 6월 모의고사 시험지를 챙겨 왔다. 종인이와 모의고사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 시험을 봤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채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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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엄청난 결과가 있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한 달 동안 10시간 이상 공부했다. 하지만 내 성적은 작년 수능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1, 2등급은 뭘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일까 알고 싶었다. 내신을 공부할 때는 한 달 이상 암기를 하면 문제의 대부분은 맞출 수가 있었다. 하지만 수능 유형의 문제는 뭔가 달랐다. 배운 개념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의 사고를 해야한다. 아무리 많은 기출 문제를 풀고 틀리는 문제의 유형을 풀어도 시험장에서 맞닥들이는 문제는 새로웠다. 그래서 풀리지가 않았다.
‘수능형 머리는 따로 있는 건가?’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정도였을 뿐이다. 같이 공부하던 종인이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테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은 힘이 풀려버렸다.
수시 접수 D-53, 연세대 논술D-72
내 캘린더에는 수능이 아니라 수시와 논술 전형의 디데이가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 나는 뒤의 절벽이 아니라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그것은 고3 때도 도망갔던 수시의 세계였다. 언수외를 할 시간에 논술 공부 시간을 늘렸다. 원래 주 2회만 공부하려고 계획했던 논술을 주에 4~5번으로 늘렸다. 그게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수능에서 한 발 더 도망갔다.
그해 여름은 참 추웠다. 지하 1층의 열람실이 서늘해서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 때문인지, 자꾸 안으로 움츠러들었던 것 같다. 공부를 하는 것인지 시간을 밀어내는 것인지 모를 기간을 거치며 우리는 9월로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