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휘 : '수능만점시험지를 휘날리며'의 줄임말로 네이버 수능 최대 카페)
고등학교 시절, 내 삶에서 중요한 한 조각을 담당했던 수만휘.
야자에 지쳐, 치열한 경쟁에 지쳤던 고등학생이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답답한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공간이 수만휘였습니다. 미성숙한 생각과 불안하고 희미한 자아의식으로 인터넷 공간에 싸질러대던 똥글에도, 같은 생각을 가진 또래들이 댓글을 달아주고 내 얘기를 들어주던 공간입니다.
대학을 자퇴하고 반수까지하며 치열하게 대학에 입학했지만 지금 26살의 대학교 4학년 학생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꿈꾸던 대학생의 삶이나 모습이 아닙니다. 졸업을 앞두고 또 다시 엄청난 경쟁을 뚫고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 과정은 60만명이 같은 곳을 바라보던 고3보다 어찌보면 더 외롭고, 고독하고 혼자인 시간입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많이 알아감에 외롭지만, 그 어느때보다 기쁘긴 합니다.
오랜만에 들어온 수만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미성숙했지만 그 또한 나의 과거라는 점, 그리고 지금의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이 아니라 나약하고 모자란 고등학생도 나의 모습이라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아장아장 기어다니던 나는 두발로 걷게 되고 수능 시험장에서 벌벌 떨던 나는 대학 캠퍼스에서 선배들과 술잔을 기울이죠. 그럴 때 중요한 게 뒤를 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만이 아니라, 지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지난 날의 처절함과 나약함을 껴안아야 하죠.
딱히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알아서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저처럼 뒤를 돌아볼 때가 있겠죠. 그때 예전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이곳인 것 같습니다. 수능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교육, 그 중에 가장 큰 공간인 수만휘. 이 공간은 단순히 수능을 위한 공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타임캡슐과 같습니다.
댓글1
aopq11
대학교는 어디가셨어요??
그래 여기는 수만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