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성우 Jul 20. 2019

<딜리트> 버림의 중요성  

선택과 집중이라는 아름다움


광고학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포지셔닝 positioning'이라는 것이 있다. 판매할 제품을 소비자의 머릿속 특정한 위치에 둬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원래 있던 인식과는 다른 제품이어야 한다. 달라야 새로운 위치에 자리할 수 있다. 다이슨은 기존 청소기와 다른 위치에 있고 애플의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포지셔닝은 제품을 다른 것과 차별화해서 더 잘 팔리도록 하는 전략이다. <딜리트>의 저자 ebs 김유열 pd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지 말한다. 책의 이름 그대로 본질적인 것을 제외하고 모두 '딜리트'하라는 것이다. 


<딜리트> ebs 김유열 pd


김유열 pd는 딜리트 전략으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ebs가 공사화됐던 2000년에 김유열 pd는 편성부장을 맡았다. 이때 ebs를 '유아'에 집중하도록 했다. ebs는 교육채널이다. 교육방송의 기능 중 자라나는 아이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있다. 이런 본질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유아 프로그램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지상파 유아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뽀뽀뽀>와 <tv 유치원>을 제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8년 ebs의 명운을 바꾼 전략을 펼친다. 바로 다큐에 집중한 것이다. 유아 분야에서는 우위를 점했지만 성인 대상으로 한 시청률은 아직 타 지상파 채널에 뒤처졌다. 다시 한 번 ebs의 본질에 집중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였다. 고품격 다큐멘터리인 <다큐프라임>을 만들고 재방송 비율을 높였다. 그 결과 시청률은 600%가 올랐다. 현재 ebs의 모습이 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김유열 pd


결국은 선택과 집중이다. ebs가 잘 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기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ebs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김유열 pd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리를 비틀어 말한다.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은 버린다, 바로 '딜리트'하는 것이다. 버리고 버려서 결국 남는 것, 그것이 본질이 되는 것이다. 김유열 pd는 왜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버리는 것'에 집중했을까? 실제로 김유열 pd는 '딜리트'라는 원리를 탐구하기 위해 이 책에 5년의 시간을 쏟았다. 김유열 pd는 'ebs의 혁신 사례만 말했다면 책을 금방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례의 공통적인 원리를 탐구하고 정립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은 어렵다. 무언가를 버리고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기회비용도 발생하고 여태까지 투자한 것에 대한 매몰비용도 있다. 매몰비용의 함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이미 노력을 투입한 것을 쉽사리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큰 매몰비용을 만들고 새로운 기회를 놓치고 만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기존에 하던 것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의 것을 버리지 못하고 일단은 가지고 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본다. 그 새로운 기회는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경제나 콘텐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유열 pd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버리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버리는 것은 어려운 것이기에 버림을 통해 새로운 것을 얻은 사례를 보여준다. 우선 버림의 철학자들을 말한다. 노자와 장자, 그리고 니체다. 노자와 장자는 무로 돌아감을 말한다. 무에서야말로 인간다움이 발현된다고 한다. 니체도 절제하는 삶을 말한다. 이들 철학자를 통해 비우는 것은 꽤나 이로운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득 차있는 우리 삶을 비우는 것이 어쩌면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다이슨의 청소기, 볼보의 안전한 자동차 등 버림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제시한다. 책에서는 지속적으로 '딜리트'를 외친다. 버리는 게 곧 채우는 것이라는 역설을 통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모든 것을 버렸을 때 남는 가장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위해선 삶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 버리고 비우고 사는 것이 익숙해져야 한다.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고 불안해서 버리지 않는 태도에서 벗어나야한다. 버리는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채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서 굳이 새로운 것을 채워넣지 않아도 빈 공간에서 새로운 것이 창조될 수도 있다. 뭔가 아리송한 말들 같지만 비워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노장과 니체는 말한다. 어쩌면 채우기만 했던 자본주의적 태도 속에서 비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삶의 태도를 바꾸고 필요 없는 것을 지워간다면 어느 곳에서든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든 일상에서든 관계에서든. '딜리트'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원리이다. 






작가의 이전글 10년만에 수만휘에 들어갔다가 쓴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