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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우 Oct 29. 2017

국뽕과 객관적 시선 사이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우리 모습

사회적 배경 한국의 관광 교류 확대 

1700만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10년간 매해 증가하고 있다. 2011년에는 일본에 비해 300만 명이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관광지로서의 높은 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내국인의 해외여행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내국인 출국자는 외래관광객의 유입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7년 추석 연휴에는 사상 최대 110만 명이 출국했고 이 중 64%가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사람이 이동하면서 문화는 교류한다. 서로 다른 것이 섞이면서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유럽에서 고풍스러운 옛날 양식의 건물을 보며 감탄하고 일본에 가서 깨끗한 길거리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내국인들은 해외여행을 통해 타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확인한다.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은 ‘한국의 정체성’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그들에게 보여줄 ‘한국의 것’은 무엇일지 생각한다. 또한 내국인이 해외여행을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을 통해 과연 한국의 문화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생각한다. 결국 사람의 이동, 한국의 관광 교류를 통해 중요하게 떠오르는 것은 ‘한국의 정체성’이다.                            

한국 방문 외래관광객 수 (출처 : 국가지표체계)
내국인 해외 출국자 (출처 : 국가지표체계)


한국의 정체성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기 

한국의 관광 교류 확대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우리에게 ‘한국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인 PD가 연구해서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나라 사람의 시선을 빌려온다. ‘난생처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진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제작진이 말하는 기획의도에서 타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익숙한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이 낯설게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은 주관적 시선이 아닌 완전한 타인의 객관적 시선으로 한국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곧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정체성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도 아재들은 비빔밥과 죽, 해물뚝배기를 먹으면서 ‘와우’ ‘어메이징’을 연발한다. 기름지고 향신료가 강한 인도 음식에 비해서 한국의 비빔밥과 죽은 담백하고 건강하면서도 훌륭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비빔밥이라는 음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한국의 정체성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외국인 친구들의 국적에 따라 다른 의미가 발생하면서 매회마다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MC의 역할 친절한 의미화 과정

mc의 시선은 곧 시청자의 시선이다. 한국인 mc 3명과 알베르토라는 한국에 오래 산 이탈리아인은 외국인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 부연을 한다. 김준현은 메인 mc의 역할을, 딘딘은 보통 한국인의 입장에서의 멘트를, 알베르토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오래 살아본 입장으로 멘트를 한다. 더불어 친구를 부른 게스트는 자신의 국가와 친구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mc는 외국인 친구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준다. 외국인 친구들이 여행하는 것을 단순히 찍기만 했다면 시청자가 1차원적인 구성이 된다. 시청자가 그저 관찰자로서만 남는 것이다. mc들이 스튜디오에서 멘트를 하면서 프로그램은 2차원적인 구성을 갖는다. 외국인 친구들과 이들을 바라보는 mc, 2가지 차원이 존재하게 된다. 스튜디오에서 mc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외국인 친구들의 행동을 친절하게 소화시켜준다. 시청자는 mc의 멘트를 해설로 들으며 외국인 친구들의 여행을 따라가면 된다. 프로그램에서 스튜디오 mc의 2원 구성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프로그램 구성 리얼리티 외국인 캐릭터 쇼 

프로그램은 외국인의 한국 여행이라는 기획의도에 맞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여행 장면을 보여준다. 외국인의 여행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연출이 개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작진은 <1박 2일> <무한도전>에서 시작한 캐릭터 리얼리티 예능의 문법을 외국인의 여행기에도 접목시켰다. 

우선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이는 캐릭터를 잡기 위한 기초 공사이다.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만남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효리네 민박집>에서도 그랬고 tvn <신혼일기>에서도 그랬다. 제작진과 대면하는 출연진의 모습에서부터 생생한 이들의 특성을 캐릭터로 부여한다. 캐릭터에는 직업, 성격, 배경 모든 부분을 고려한다. 캐릭터는 작위적이지 않고 실제 보이는 모습에서 조금 더 특성을 부각한다. 아예 없는 모습을 끌어내는 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을 향해갈 때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과 그 친구들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 그들의 우정과 지금 한국에서 만나는 인연에 대해 말한다. 마무리는 우정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 매조지어진다.     

 

카메라와 촬영 

촬영은 중간급 예능 규모로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 친구당 카메라 한 대가 붙고 배경 스케치나 음식 촬영을 위한 프리롤 카메라 한 대 총 4대와 vj가 붙는 것 같다. 숙소에는 거치식 카메라를 활용한다. 외국인 친구들의 여행 경로마다 장소와 상황을 스케치하는 vj는 해당 장소에서 사용될만한 '그림'들을 촬영한다. 예를 들어 인도 친구들이 이태원을 방문했을 때 붐비는 이태원의 골목, 테라스에서 술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이런 식으로 모화면을 만들어 브릿지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vj가 붙지 않는 차량에서의 대화에 언급되는 장면은 담아낼 수 없다. 차를 타고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야기할 수 있다. 제작진은 친구들이 차 안에서 대화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어떤 것을 두고 이야기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면에 <효리네 민박집>에서는 차량 안에 설치한 카메라 외에도 블랙박스 카메라로 출연자들이 지칭하는 대상을 화면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집>은 비는 그림 없이 빼곡하게 화면에 담겨 있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도 그림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촬영 방안이 요구된다.       


한계 및 제언

여행지가 서울에 국한된 것은 이 프로그램의 한계이자 한국 관광의 한계이기도 하다. 2016년 국가지표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 80%가 서울, 10%가 제주에 집중돼있다. 나머지 10% 중 대부분은 경기 지역에 국한돼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과 자본의 서울 집중이 문제가 되는데 관광 자원에서도 서울 집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것은 강남과 홍대 등 번화가, 남산을 필두로 한 도시 경치 등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다. 과연 서울을 벗어나 관광을 할 콘텐츠가 마련돼 있는지는 이 프로그램과 한국 관광 모두에게 요구되는 지점이다.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편성과 변화를 위해서는 서울을 벗어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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