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캠퍼스엔 뭐가 많다

그 중에 공짜아닌 공짜가 아주 많~~다

by 작가김덩이

처음 보는 방대한 강의계획서


두근두근 미국에서의 첫 학기, 덩이는 처음 보는 방대한 강의계획서에 충격을 받았다.

21 pages...혹시 파일을 두 번 출력한 건 아닌지 다시 확인했다.

챗 지피티와 같은 신문물이 등장하지 않았던 그 시절, 덩이는 빼곡하게 쓰인 알파벳을 21장 읽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나름 한국에서도 빡빡한 석사 수업을 들어 보았지만, 길어 봤자 5 장이었던 강의 계획서가 여기서는 기본이 10-12 장을 웃돌았다. 그렇게 덩이의 WEEK 1은 지쳐간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 방대한 분량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21 장의 강의 계획서에는 교육과 수업에 진심이셨던, 덩이가 존경하는 팡박 교수님의 수업 철학이 누구보다 진지하게 한 편의 수필처럼 소개되어 있었다. 그분의 열정은 따라갈 수 없지만, 덩이씨도 자신의 강의계획서에 자신의 수업 철학을 박스 쳐서 한 페이지 정도 소개는 한다.

선생으로서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내가 수업을 어쩌고 어쩌고 이렇게 하는 데는 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라고.


그 밖에도, 학교에서는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Syllabus Policy 가 존재한다. 여기에는 수업에 관한 필수 정보, 수업 내용에 관한 개요 및 과제, 평가 관련 규칙, 학사 관련된 행정적 절차는 물론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캠퍼스 자원(Student Resources)도 필수적으로 명시하게 되어 있다. 덩이씨 학교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AI 사용에 관한 교수자의 규칙도 강의계획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만약 그대가 강의 계획서에 줄줄이 나열된 “Student Resources”섹션을 처음 접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번쯤은 학교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잘 탐색하여 남은 대학원 생활동안 유익하게 보내면 좋을 듯하다. 미국대학 학비가 괜히 비싼 게 아니다.


Student Affairs가 전공이라니...

미국에서는 Student Affairs (학생 관련업무/학생지원)가 학문의 한 분야로 존재한다. 덩이가 한국에서 경험한 학생처는 그저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교수님 중에 조금은 젊어 보여 학생들과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그 누군가가 처장으로 계시는 행정부서 같은 느낌이었고, 학생회관은 대체로 학생들 주도로만 구성되는 놀이와 행사를 위한 공간이었는데, 이곳엔 Student Affairs가 PhD 전공으로 존재한다. 미국에서 Student Affairs가 학문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이러한 부서가 단순히 학생들의 편의를 돕는 행정 조직을 넘어, 학생의 전인적 발달도 책임져야 하는 대학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철학적 바탕이 있다고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들었다.


그러니까, 김덩이가 임용고시 시절 열심히 보았던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어마무시하게 강조되었던 전인교육이, 여기, 이곳 대학에서 등장을 한다.


이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의 전반적인 발달과 생활을 지원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열심히 운영한다. 또한 이를 위한 Staff들을 대학원생들이 Graduate Assistantship의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종사자인 학생이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들의 월급과 프로그램 유지 비용이 다 등록금과 student fee에 포함된 것이라고. 그래서 공짜 아닌 공짜가 아주 많다. 그렇다면 알차게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둘러보면 캠퍼스엔 정말 뭐가 많다.

학생 생활과 복지 지원

대부분 학교는 기숙사 및 관련 시설, 심리상담 및 건강을 지원하는 클리닉, 캠퍼스 레크리에이션 등이 잘 되어 있다. 광활한 부지를 자랑했던 덩이의 학교는 나름 스포츠 시설이 많았는데, 수영장만 해도 3 곳이 있었다. 쇳덩이와 기구가 가득 찬 헬스장은 언제든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났고, 여러 가지 그룹 프로그램도 빵빵하게 지원했다. 덩이는 박사 1년 차 때 처음으로 줌바라는 것을 경험해 보았다. 짱짱한 근육을 자랑하시는 발랄한 강사님의 동작과 하이톤의 추임새, One more, yay, let's go, right, left, turn, wow, $@#... 에 맞춰 에어로빅과 방송댄스 사이 같았던, 그 어딘가를 헤매었던 그 첫 수업이 아직도 생각난다.


학생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공짜였다. 하지만 교수가 되니 돈을 내란다. 얼마 전 덩이씨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이 본인이 학교 레크리에이션 부서에 요가와 줌바 수업하는 강사라며 오픈 클래스에 초청을 하였지만, 뻣뻣한 몸놀림을 굳이 보일 수가 없어 사양했다. 그때의 김덩이가 좀 더 열정적으로 웨이브를 배우고 그루브를 탔다면 지금쯤은 K-pop 댄스 클럽도 가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그 외에도 학교에 클리닉이 있다면, 독감 시기가 오면 공짜로 독감 주사를 맞혀주고, 저렴한 비용으로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전신 마사지도 덩이에게는 학기 말의 힐링이 되었다. 심리 상담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딱히 필요를 느끼지 않더라도 영어 회화 수업처럼 가서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학생 사랑의 귀감을 보여주시는 동료 교수님 콩박께서 추천해 주셨다.


월드클래스 문화생활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약 그대의 학교에 미술관, 박물관, 아트 센터가 있다면, 학생들은 대체로 공짜이거나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전시를 접하고 월드클래스 연주자들을 직관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스포츠 경기도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공부하다 답답하고, 방구석 컴퓨터가 지겨워질 때면 학교 미술관 창가에 자리한 테이블에서 읽고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덩이네 학교는 나름 음대가 유명했는지, 피아니스트 랑랑 님과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님의 연주를 25달러가량에 들을 수 있었다. 랑랑님의 후덕한 인사와 제스처는 아직도 생생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학교아트센터를 자주 찾았다. 교수가 된 덩이씨는 현 학교에 관련 혜택이 궁금하여 아트센터에 전화해 봤더니, 교수들은 10% 할인이고 학생은 50% 할인이라 한다. 그놈의 아트센터 의자의 삐거덕 소리가 연식과 가격을 대변하지만, 그래도 윤찬 님 연주 직관은 아마도 학교에서 잘한 일 중에 하나로 손에 꼽겠다. 한국에 있었음 표도 못 샀을 텐데 말이다.


학업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센터

그 외에도 도서관, 라이팅 센터, 커리어 센터, 인터내셔널 학생 서비스 센터 등은 수업과 진로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오리엔테이션이나 각종 연구 관련 워크숍이 있으면 미리 듣고 관련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 수업을 준비하거나 연구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마리(Grammarly) 정도가 그나마 오타를 잡아내던 툴이었던 그 시기, 덩이는 라이팅 센터를 애용했다. 모든 글쓰기 과제는 라이팅 센터에서 한번 리뷰를 받고 냈었는데, 꽤 많이 도움이 되었다. 여기서 튜터로 일하는 친구들은 문예창작이나 문학을 전공하는 박사생들도 있다. 나는 주로 그런 친구들을 찾아 예약을 잡았다. 참고로 훌륭한 튜터들은 예약도 힘들다. 2-3 주 전에 미리 잡아야 했다. 단순히 문법을 체크한다기보다는, 내 생각을 다른 전공 사람들에게도 잘 설명할 수 있는지, 나 다운 글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도 그들과 교류하면서 배웠고, 거기서 알게 된 언어의 마술사와 같았던 빠박이와는 친구가 되어 아직도 가끔 연락한다. 요즘처럼 영어 번역과 편집 툴이 넘쳐나는 시기에 라이팅 센터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글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고, 대화를 통해 다른 관점도 배우고 싶다면, 나의 지적 재산권이 AI 때문에 침해될까 겁이 난다면, 라이팅 센터로 찾아가 떠들고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외에도 Graduate School에서 학생들을 위한 소모임을 지원하거나, 취업 준비, 수업이나 연구를 위한 워크숍 등 다양한 “방과 후 학습”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또 대학에서는 소수자 학생들을 위한 커뮤니티(LGBTQIA+, Students of Color, Multiulrual Comunities, International students 등)를 지원하고 학생들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고자 애를 쓴다. 왜냐면 관련 배경의 학생 유치와 졸업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 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 관련 센터들은 사라지거나, 다른 이름으로 둔갑해야 했거나, 탄압을 견디며 움츠리고 있거나 그런 실정이다. 정치적 압력에 대학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음 기사에서 엿볼 수 있겠다.

https://www.highereddive.com/news/surge-dei-cuts-wave-colleges-ohio-state-upenn-iowa/741191/


이미지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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